디펜딩 챔피언 벽산건설은 올해도 결승전까지 올랐다. 흔히 말하는 것처럼 객관적인 자료를 놓고 보면 벽산건설 쪽으로 약간 고개가 기울어지지만 이번 핸드볼큰잔치에서 드러난 경기력을 놓고 판단했을 때 맞수 삼척시청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이른바 국가대표팀 경기에서만 느낄 수 있었던 핸드볼 특유의 '우생순' 명승부가 국내 실업팀끼리의 실력 대결인 핸드볼큰잔치에서도 충분히 재연될 수 있을까? 이 겨울날을 단숨에 잊게 만들 정도로 손에 땀을 쥐게 할 명승부가 펼쳐질 것이다. 놓치면 정말 후회할지도 모른다. 임영철 감독이 이끌고 있는 벽산건설 여자핸드볼팀은 18일 저녁 서울 올림픽공원 제2체육관에서 벌어진 2010 핸드볼큰잔치 여자부 준결승전에서 대구시청을 30-21(전반 13-11)로 물리치고 결승전에 올라, 부산시설관리공단을 33-22로 물리치고 올라온 삼척시청과 우승 트로피를 놓고 마지막 맞대결(20일 낮 2시 30분, 서울 올림픽공원 제2체육관)을 펼치게 되었다.축구엔 승부차기, 핸드볼엔 승부 던지기가 있다축구 경기에만 승부차기가 있는 것이 아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여자핸드볼 결승전(2004. 8. 29)이 열린 헬레니코 인도어 아레나. 유럽의 강팀 덴마크와 금메달을 놓고 한판 승부를 벌인 우리 여자대표팀은 오영란, 오성옥, 이상은, 문필희, 허순영 등이 분전하며 두 차례의 연장전까지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접전을 펼쳤다.그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심판 판정도 있었지만 우리 선수들은 꾹 참고 마지막 승부 던지기까지 최선을 다했다. 아쉽게도 2-4로 끝난 경기를 놓고 그녀들도 우리 팬들도 눈물을 펑펑 쏟았지만 결코 잊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핸드볼의 추억을 만들어준 것이었다. 이렇게 '우생순'으로 기억되는 그 경기 말고도 인상적인 승부 던지기가 지난해 대전에서 열린 제90회 전국체육대회 여대·일반부 준결승전(2009. 10. 25)에서 또 나왔다. 그 맞대결의 주역들은 '벽산건설과 삼척시청'이었다. 승부 던지기를 포함하여 29-27로 이긴 벽산건설은 그 기세를 몰아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어쩔 수 없이 이기고 지는 일을 가려야 하는 상황에서 나올 수 있는 승부 던지기였지만 그 이전에 그들은 이미 피할 수 없는 맞수였다. 지난해 4월 초 창설되어 9월 초까지 이어진 핸드볼 슈퍼리그 코리아에서 물고 물리는 접전 기록을 남긴 것이 맞수 역사의 본격적인 시작이었다고 할 수 있다.'창' 벽산건설과 '방패' 삼척시청의 대결리그에서는 벽산건설이 2승(29-22, 28-25)으로 우위를 보였지만 9월 7, 8일 양일간 벌어진 챔피언결정전에서는 삼척시청이 2골 차의 짜릿한 역전 우승(20-24, 29-23)의 감격을 누린 것이다. 그러니 올해 첫 대회가 끝나는 20일의 맞대결에서는 또 어떤 명승부 드라마가 펼쳐질 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형편이다.두 팀의 마지막 한판 승부를 한 마디로 규정하면 '창과 방패의 피할 수 없는 맞대결'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핸드볼큰잔치 네 경기를 통해 129득점(경기당 32.25골)을 올리고 있는 벽산건설은 참가팀 중 가장 많은 팀 득점을 올렸고, 역시 네 경기를 통해 87골(21.75골)만 내준 삼척시청은 최소 실점 팀이기 때문이다. 개인 기록을 따져도 양팀의 간판 선수들은 결승전 결과와 상관 없이 흥미로운 맞대결을 펼치게 생겼다. 삼척시청을 이끌고 있는 센터백 정지해는 18일 저녁에 열린 부산시설공단과의 준결승에서 혼자 13골이나 터뜨리는 놀라운 활약을 펼치며 득점 랭킹 단독 선두(33골)로 뛰어올랐다. 마침 그 뒤를 벽산건설의 떠오르는 라이트백 류은희(30골)가 따라붙고 있기 때문에 또 하나의 놓칠 수 없는 볼거리라 하겠다.벽산건설에서는 레프트윙 조효비(26골)와 센터백 김온아(24골)도 류은희와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기 때문에 막판 뒤집기도 예상해야 할 상황이다. 도움 부문에는 벽산건설의 김온아와 류은희가 나란히 15개(공동 2위)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내부 경쟁 구도라고 해석할 수 있다. 삼척시청과의 준결승전에서 아쉽게 물러난 부산시설공단의 센터백 이은비가 17개의 도움으로 현재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남은 한 경기에서 뒤집어지는 것은 시간 문제로 봐야 할 것이다.양팀 간판 문지기, 1위 자리 놓고 자존심 대결핸드볼 경기에서 결코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문지기의 선방 기록에서도 양팀의 간판 문지기들이 철벽 수문장 1위 자리를 놓고 마지막까지 자존심 대결을 펼친다. 현재까지는 삼척시청의 문지기 박미라가 46.1%의 방어율로 1위를 달리고 있지만 팀 득점 1위팀 벽산건설의 골잡이들(조효비, 문필희, 김온아, 류은희, 박정희)이 퍼붓는 40~50개의 슛을 어떻게 받아낼 것인가가 관건이다. 여기에 벽산건설의 송미영(방어율 3위, 40.8%)이 당당히 승부를 걸어오고 있다. 18일 저녁에 열린 대구시청과의 준결승전에서 후반전 초반 승부의 고비마다 신들린 듯한 선방을 기록하며 팀이 멀리 달아나기까지 가장 큰 활약을 펼친 송미영은 오랫동안 우리 여자핸드볼의 골문을 지켜온 전설적인 문지기 오영란 코치의 응원을 받고 있기 때문에 더욱 힘이 난다. 남자부 인천도시개발공사 문지기 강일구의 옆지기이자 서희 엄마 오영란은 현재 서희 동생을 뱃속에 두고도 벤치에 앉아 후배들의 좋은 결과를 위해 헌신하고 있다. 남자부 최종 챔피언결정전(19일 1차전, 20일 2차전)에도 인천도시개발공사가 올라가 있기 때문에 역사적인 부부 우승의 드라마도 은근히 기대하고 있다.벽산건설의 경우 문지기 송미영 빼고 코트에서 쉴 새 없이 뛰고 있는 선수들 모두가 공격력이 출중하지만 수비력에서 의외의 결과가 많이 나오는 핸드볼 경기의 특성상 삼척시청의 높은 수비벽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핸드볼큰잔치 여자부 결승, 안 보면 정말 후회한다플레잉코치 겸 오른쪽 날개공격수 우선희가 노련하게 팀을 이끌고 있는 삼척시청의 가운데 수비벽은 웬만한 유럽의 클럽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높은 편이다. 그 중심에 피벗 유현지와 라이트백 박지현, 레프트백 심해인이 있다. 이 세 명에 비해 센터백 정지해가 조금 작기는 하지만 빠른 발과 감각적인 손놀림을 통해 그야말로 철옹성을 구축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을 준결승에서 상대한 부산시설공단 선수들도 경기 초반 9분 무렵까지는 체력적으로 승부를 걸며 적극적인 수비로 4-3까지 앞서고 있었지만 전반전 10분 이후 삼척시청의 높이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좀처럼 따라붙지 못하고 말았다.거의 빈 틈이 없어 보이는 삼척시청의 가운데 수비벽을 김온아가 이끌고 있는 벽산건설이 어떻게 허물 수 있는지를 지켜보는 것도 핸드볼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아닌가 한다. 탄력이 좋은 김온아가 빠른 중심 이동을 바탕으로 절묘한 스텝 기술을 발휘할 것이며 체격 조건이 비교적 뛰어난 라이트백 류은희가 김온아와의 주고받기 기술을 통해 중거리슛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벽산건설의 임영철 감독은 가운데 수비력이 뛰어난 삼척시청을 무너뜨리기 위해 새내기 왼쪽 날개 조효비를 준비해 둔 것이 아닌가 한다. 이 새내기의 날갯짓이 공교롭게도 우리 여자핸드볼의 맏언니라 할 수 있는 우선희의 노련한 벽을 넘어야 한다는 사실도 빼놓을 수 있는 관전 포인트다. 과연 열세 살이나 차이가 나는 두 선수가 어떤 맞대결 기록을 남길지도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