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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과 조원희 드디어 한 판 붙었다

2009년 12월31일 새벽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 두 기둥 선수가 영국에서 만났다

09.12.31 12:22최종업데이트09.12.31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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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31일 새벽 5시 대한민국 전사 두 명이 맞붙었다. 세계 최고 클럽 리그인 EPL에서였다.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박지성과 위건의 조원희가 주인공이었다. 두 선수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선수이다. 그들이 영국 그라운드에서 상대팀에 속한 채 맞붙은 것이다.

 

결과는 대한민국 국가대표 주장이며, 맨체스터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박지성 선수가 속한 팀의 5-0 완승으로 끝났다. 하지만 조원희 선수의 활동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매우 반가웠던 경기였다. 2009년 마지막 날을 멋지게 장식한 두 선수에게 축하를 보내면서 경기 리뷰를 시작한다.

 

맨유의 선축으로 경기가 시작되었다.

 

박지성은 왼쪽 측면 미드필더로 경기에 나섰다. 아래는 에브라가 받쳐주고 중앙 쪽으로 루니가 있어 삼각편대를 이루는 공격 루트였다. 경기 시작 후 먼저 기선을 잡은 것은 맨유였다. 왼쪽 라인을 따라 에브라와 박지성, 그리고 루니로 이어지는 짧고 빠른 패스가 위건의 수비라인을 흔들었다. 간간히 루니와 박지성의 위치가 바뀌면서 공격이 활발하게 이어졌다. 그러나 밀집되어 있는 위건의 수비벽을 금방 허물지는 못했다.

 

전반 3분 중앙선 부근에서 오른쪽 측면 공간으로 이동하는 발렌시아에게 볼이 전달되었다. 발이 빠르고 드리볼이 좋은 발렌시아는 볼을 패널티박스 모서리 부분까지 치고 들어가 슛을 날리는 적극성을 보였다. 양팀에서 첫 번째 슛이었다. 볼은 골대를 벗어났다. 이어 위건의 패널티박스 중앙 부근에서 댈런 플레처의 중거리 슛이 이어졌지만 역시 골대를 벗어났다.

 

전반 5분 위건의 로다예가가 패너널티박스 외곽에서 슛을 날렸지만 수비수 몸에 맞고 굴절된 볼을 골키퍼가 가슴에 안았다. 맨유의 반격은 빠르게 전개되었다. 특히 루니의 활발한 움직임이 금방 눈에 띄었다. 최종 공격수로 있다가도 어느새 중앙선부근까지 내려와 볼을 받아 넘겨주고 달려가는 모습은 한 마리 표범 같은 모습이었다. 루니의 활동 반경은 좌우 측면과 위 아래를 가리지 않았다. 그 옆에는 박지성과 에브라가 있었고, 볼은 삼각편대를 이루는 라인을 따라 움직이기를 몇 차례 반복되었다.

 

전반 13분 왼쪽 측면에서 볼을 받은 박지성이 중앙 쪽에 있는 루니를 보고 패스를 한 것이 차단되었다. 그러자 박지성은 위건의 공격수를 20여미터나 따라가 막아섰고, 라인부근에서 볼을 빼앗아 다시 라인을 따라 치고 달렸다. 하지만 볼은 라인을 벗어났다는 판정을 받았다. 암튼 박지성의 움직임은 예전 모습을 되찾은 것이 분명했다. 오랜만에 선발 출전임에도 에브라와 루니로 이어지는 패스 연결은 아주 좋은 편이었다. 다만 전반전 내내 위건의 미드필더로 활동하는 조원희 선수의 모습이 눈에 띄지 않았던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하지만 위건 선수들 전체가 맨유 선수들의 활발한 움직임을 따라가지 못하는 처지여서 조원희 선수의 모습이 눈에 띄지 않는 것도 이상한 것은 아니었다.

 

맨유의 공격 루트는 중앙선 부근에서 최전방에 있는 베르바토프에게 길게 연결해주는 라인과, 오른쪽 측면에서 공간을 향해 전진하는 발렌시아에게 연결한 뒤 크로스를 올리는 것, 오른쪽 측면에서 루니와 박지성, 그리고 에브라의 빠르고 짧은 패스를 이용한 침투였다. 왼쪽 측면에서 짧고 빠른 패스로 위건 수비수들을 당겨놓은 뒤 오른쪽 공간을 이용한 발렌시아의 돌파를 노리는 공격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당연히 발렌시아의 빠른 발과 정확한 크로싱이 돋보이는 경기가 되었다.

 

전반 17분 중앙선 부근에서 길게 넘어온 볼을 받은 베르바토프의 중앙 돌파가 수비수의 태클에 차단되었고, 루니의 기습적인 중거리 슛도 골대를 벗어나면서 경기는 맨유가 완전히 지배하게 되었다. 왼쪽 라인에서 던지기한 볼을 받은 루니가 패널티박스 안 골라인으로 치고 들어가 골키퍼가 나오는 것을 보고 빠른 슛을 날린 볼이 반대쪽 골대를 맞고 나왔다.

 

전반 28분 드디어 골이 터졌다. 발렌시아가 우측 측면에서 안쪽으로 방향을 틀어 돌파하는 사이 뒷공간으로 달려들어가는 하파엘에게 볼을 연결해주었다. 하파엘은 볼 터치없이 바로 낮고 빠르게 골대 앞으로 볼을 전달했다. 골대 정면으로 달려 들어가는 루니의 발끝에 볼이 걸렸고, 볼은 살짝 방향을 틀어 골대 안으로 쏙 들어가고 말았다.

 

위건은 이렇다 할 기회 한 번 만들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몰리는 경기를 계속 보여주었다. 맨유의 추가골이 터졌다. 전반 31분이었다. 중앙선 부근에서 베르바토프가 우측 빈 공간으로 이동하는 발렌시아에게 긴 패스를 연결했다. 드리볼이 좋은 발렌시아는 골라인 부근까지 돌파한 후 위건 골문을 향해 달려드는 박지성과 루니를 확인하고도 뒤편에서 공간 확보를 한 채 전진하는 캐릭에게 볼을 연결해줬다. 캐릭은 논스톱으로 슛을 날렸고, 볼은 수비수들 사이를 가로질러 골대 안으로 들어가 골망을 출렁이게 했다.

 

만약 발렌시아가 골문을 향해 달려드는 박지성에게 연결해주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 장면이었다. 분명 발렌시아와 가까이 있던 박지성에게 볼이 전달되었다면 박지성도 골맛을 보았을 것이었다. 암튼 캐릭의 슛이 다행히 수비수 사이를 빠져나갔으니 발렌시아의 선택은 잘된 것이다. 그리고 그 골은 박지성이 수비수들을 몰고 있었으므로 나름대로 역할을 한 것이 틀림없다.

 

전반 41분 위건의 은조그비아가 맨유의 골대를 향해 슛을 날렸지만 허공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박지성이 수비수를 제치고 패널티박스 중앙으로 침투하다 오른쪽 측면에서 공간을 확보한 발렌시아에게 볼을 넘겨주는 장면에서는 직접 슛을 시도해도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 장면이었다. 박지성의 적극성이 아쉬운 부분이었다.

 

전반 44분 측면 수비수 하파엘이 위건의 패널티박스까지 들어와 볼을 받았고, 하파엘은 수비수 3명을 등진 자세에서 슛을 시도해 골을 성공시켰다. 팀의 세 번째 골이었다. 

 

맨유의 일방적인 공격만 있었던 전반전 경기였다. 박지성은 팀의 활발한 공격에 큰 역할을 담당했지만 조원희는 방어하는데 급급한 팀 사정에 어쩔 수 없는 활약을 보였다.

 

후반전이 시작되었다. 조원희는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로 옮겨 공격에 적극 가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결정적인 기회를 만들지는 못했고, 허공에 날려보냈지만 중거리 슛을 날리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조만간 위건의 주전 자리를 차지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게 했다.

 

어쨌튼 후반전도 맨유의 일방적인 경기로 진행되었고, 베르바토프의 골과 발렌시아의 골을 보태 맨유가 5-0으로 위건을 물리쳤다.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출전 선수(4-4-2)

 

쿠쉬차크(GK) - 하파엘, 브라운, 비디치(67' 안데르송), 에브라(67' 파비우) - 발렌시아, 캐릭, 플레쳐, 박지성 - 베르바토프(67' 웰백), 루니 /감독: 퍼거슨

 

▲ 위건 애슬레틱 출전 선수(4-5-1)

 

커클랜드(GK, HT' 폴리트) - 멜키오트, 샤르너, 브램블, 피게로아 - 토마스(70' 에드만), 고메즈, 조원희, 보이스, 은조그비아(66' 싱클레어) - 로다예가 /감독: 마르티네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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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31 12:22 ⓒ 2009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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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 조원희 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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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아재양념닭갈비를 가공 판매하는 소설 쓰는 노동자입니다. 두 딸을 키우는 아빠입니다. 서로가 신뢰하는 대한민국의 본래 모습을 찾는데, 미력이나마 보태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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