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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우 효과도 SK의 연패 사슬을 끊지는 못했다.
SK가 올시즌 최다인 9연패의 늪에 빠지며 꼴찌로 추락했다. 지난 26일 KT&G전부터 SK의 지휘봉을 잡은 신선우 감독은 2경기 연속 패배에 그치며 아직 마수걸이승을 맛보지 못했다. 두 번째 경기였던 27일 모비스전에서는 무려 29점차의 대패를 당하며 300승 감독의 체면을 구겼다.
신선우 감독의 SK 복귀는 사실 많은 농구팬들에게 초미의 관심사였다. 지난 2007-2008시즌 창원 LG 세이커스를 마지막으로 감독으로 물러난 신선우 감독은 KBL 기술위원장으로 근무하며 현장 복귀를 노려왔다.
SK는 감독들의 무덤으로 악명이 높았다. 신선우 감독 이전에 안준호-최인선-이상윤-김태환-김진 감독 등이 SK 사령탑을 거쳐갔다. 모두 농구계에서 명망이 있으며 전 소속팀에서 뛰어난 성적을 바탕으로 검증된 지도력을 갖춘 인물들이었다. 하지만 이들조차도 유독 SK에서는 예외없이 실패를 맛봤다. 유일하게 우승을 차지한 최인선 감독을 제외하면 누구도 계약기간을 마치지못하고 중도하차했다는 것도 기묘한 공통점이다.
KCC 시절 통산 3회의 우승을 차지하며 프로농구 역대 사령탑 중 최고의 커리어를 지닌 신선우 감독은, 사실상 SK가 마지막으로 꺼내들 수 있는 최상의 패였던 셈이다. LG 시절 소속팀을 2년연속 플레이오프에 이끌고도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재계약에 실패했던 신선우 감독으로서도 지도자로서의 명예회복을 위한 절호의 기회다.
하지만 현재 SK에서의 상황은 호의적이지 않다. SK는 신선우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KCC나 현대와는 사정이 좀 다르다. 이 팀들은 모두 신선우 감독이 처음 취임했을 당시 전력이 하향곡선을 그리며 리빌딩이 절실하던 팀들이었다. 신선우 감독은 과감한 선수 트레이드와 세대교체를 통하여 분위기를 다잡고 팀을 PO 단골손님으로 끌어올렸다.
신선우 감독은 이전 두 팀과 달리 SK에서는 시즌 중에 갑작스럽게 합류하여 지휘봉을 잡았다. 아직 선수단 내부파악도 충분히 되지 않은 상황이다.
SK는 기본적인 선수구성은 화려하다. 방성윤, 김민수, 주희정까지 현역 국가대표만 세 명이고, 각 포지션별로 이름값이 걸출한 선수들이 즐비하다. 그러나 거품을 한 겹 벗겨내고 나면 외화내빈에 가깝다.
방성윤과 김민수는 뛰어난 공격력에 비하여 지나친 개인플레이와 슛난사, 부실한 수비력으로 도마에 오르고 있다. 트랜지션 게임에 강한 가드 주희정과 일대일이나 세트 오펜스에 능한 방성윤-김민수는 좀처럼 궁합이 맞지 않고 있다. NBA 출신 외국인 선수 사마키 워커의 골밑 장악력과 2대 2플레이도 기대 이하다. 각기 다른 선수들의 개성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서 서로가 서로의 장점을 감소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선수들 개개인의 능력에 의존하여 억지로 경기를 끌고가다가도 승부처만 되면 실책을 남발하며 와르르 무너지는 뒷심 부족이 이를 증명한다.
그렇다고 벤치가 두터운 것도 아니다. 이타적인 블루워커가 부족하고, 공격이나 수비에서 확실한 역할을 맡길만큼 특화된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 이병석의 수비력과 문경은의 3점슛은 예전같지 않다. 서영권이나 한정훈은 출전시간을 떠나 프로 경기에 나설만한 실력이 아니다. 오히려 루키인 변현수나 김우겸이 그나마 숨통을 트여주는 실정이다. 하지만 벤치 멤버들의 득점과 리바운드 가담능력은 수준 이하다.
뿐만 아니라 SK는 현재보다 앞으로의 미래가 더욱 암울하다는 게 문제다. 방성윤과 주희정은 올시즌이 끝나면 FA로 풀린다. 당장 이들의 몸값만 해도 팀 샐러리캡에는 큰 부담이 되며 내년 시즌 벤치보강은 언감생심이다. 우승을 위해 이름값있는 스타플레이어들을 끌어모았는데, 한 시즌만에 버리자니 아깝고, 끌고가자니 비용대비 효과가 너무 부실하다는 딜레마에 봉착한다. 이 부담은 고스란히 신선우 감독의 리빌딩 능력에 돌아갈 수밖에 없다.
신선우 감독은 KCC 시절 이상민-조성원-추승균으로 이어지는 탄탄한 국내 선수진과 조니 맥도웰-찰스 민렌드로 이어지는 걸출한 외국인 선수들을 앞세워 프로농구 정상을 호령했다. 신선우 감독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토털 바스켓은 그만큼 어떤 역할을 맡겨도 척척 수행해내는 영리한 선수들의 존재가 큰 밑거름이 되었다.
하지만 LG에서 신선우 감독의 지도력은 그리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토털 바스켓의 승부수로 영입했던 현주엽 카드가 잦은 부상으로 인한 노쇠화로 실패에 돌아갔으며, 조상현도 평범한 슈터로 전락했다. 그럭저럭 플레이오프는 나갔지만 단기전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드러내며 큰 인상을 남기지못했다는 평가고, 몇몇 선수들과는 불화설이 거론되기도 했다.
일일이 가르치지 않아도 알아서 잘하는 최고의 선수들과 함께하며 지도자로서 전성기를 보냈던 신선우 감독이지만, 이름값에 비하여 실속이 떨어지는 SK의 스타플레이어들을 어떻게 끌고갈지 우려되는 부분이다. SK는 특별대우를 받는 스타들이 너무 많아서 베테랑 감독도 통제하기 어렵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는 데다 프런트의 영향력도 심한 편이다. 자율을 존중하고 프런트와의 관계에 우호적이었던 김진 감독과는 큰 마찰이 없었지만, 감독이 선수단을 장악하고 관리하는데는 오히려 걸림돌이 되는 부분도 없지 않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신선우 감독으로서는 일단 어떤 식으로든 변화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은 선수를 파악하는 단계지만, 현재 SK의 선수구성이 신선우 감독이 선호하는 전술적 스타일에 전혀 맞지 않는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신선우 감독은 개인능력보다는 전술소화능력이 떨어지는 선수를 선호하지 않는다. 이상민이나 추승균, 찰스 민렌드, 재키 존스 같은 선수들은 모두 신선우 감독이 요구하는 다양한 패턴에 대한 이해가 빨랐고 여러 포지션에서 역할을 수행할수 있는 멀티플레이어였다. 반면 현재 SK의 주역인 방성윤, 주희정, 김민수는 모두 장점과 단점이 극명한 스타일이다.
신선우 감독은 현대 시절 우승의 주역이던 조성원을 트레이드했고, KBL 규정의 허점을 악용해 편법 트레이드도 마다하지 않은데서 알 수 있듯이 전력 강화를 위해서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냉혹한 면도 가지고 있다.
우선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사마키 워커나 조 대버트 등 기대에 못미치는 외국인 선수의 교체 카드다. 외부로부터 대체 선수를 영입하는 방법도 있지만, 여의치않을 경우 타구단과의 적극적인 트레이드도 가능성이 있다. 팀성적은 하위권에 그치고 있지만 개인성적은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는 KT&G나 오리온스를 상대로 거래를 제시할 수도 있다. 외국인 선수를 빼면 현재 SK에 방성윤, 주희정, 김민수 3명외에 트레이드 카드로 내밀 선수가 없다는 점에서 이들 역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물론 이런 상황이 올 경우, 스타 선호도가 각별한 구단 프런트가 동의하느냐에 변수가 있겠지만.
신선우 감독의 성공 가능성을 쥐고 있는 것은 사실 선수들이 아니라 구단 프런트다. 지금의 SK를 이 지경으로 만든것은 사실 특정 선수나 감독보다는 프런트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스타 선수에 대한 맹목적인 추종과 특별 대우로 팀내에 위화감을 조성했으며 유망주들을 포기하고 팀의 벤치와 미래까지 암울하게 만든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능력 있는 감독들을 영입하고도, 감독이 확실하게 팀을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추진력을 보장해주지 못한 것도 SK 구단의 한계였다. 이미 어설픈 KBL 판 갈락티코 정책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은 올시즌 호화군단을 자부한 SK의 처참한 몰락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신선우 감독은 그 어느 동료감독도 생존하지 못한 감독들의 무덤에서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SK는 과연 언제쯤 악몽같은 연패사슬을 끊을수 있을 것인가. 2010년에도 계속될 수밖에 없는 SK의 고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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