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코 크로캅은 UFC진출 이후 기량은 물론 외모에서도 극심한 노쇠화 흔적을 드러내고 있다
드림
서로를 향해 화살을 겨누고있는 격투 팬들현재 국내 격투 팬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눠지고 있다. 우리와 같은 정서를 가진 동양단체를 응원하는 팬들과 서양정서를 동경하며 그들의 단체를 선호하는 팬들이 그것. 물론 이러한 성향에 관계없이 격투기 그 자체가 좋아서 즐기는 팬들도 많다.
하지만 열성적으로 활동하는 마니아들같은 경우는 싫든 좋든 한쪽으로 몰린 경우가 많으며 상황에 따라서는 분위기에 휩싸여 성향이 바뀌는 상황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프라이드가 망하기 전에는 대다수 팬들이 동양단체의 입장에서 격투계의 흐름을 판단했다. 이후 해외사이트 서핑족들을 중심으로 동영상 등에 심취한 서양단체 마니아들이 생겨나기는 했지만 숫자적으로 압도적인 동양단체 팬들에게 무시당하기 일쑤였다.
그러나 프라이드가 망하면서 상황은 역전되기 시작했다. UFC를 중심으로 서양 철장 단체 등이 세계 MMA시장의 주체로 떠오르자 서양단체 팬들이 각종 게시판 등의 주도권을 잡아가는 모습이었다.
이들은 그동안의 설움을 앙갚음하듯 맹렬하게 동양 단체 팬들을 공격했다. 동양 단체 팬들이 일종의 무시로서 그들에게 상처를 줬다면, 그들은 조롱과 비아냥거림 등 좀더 공격적으로 논쟁에 임했다.
특히 서양단체 팬들이 가장 크게 걸고 나오는 것은 동양단체들의 어설픈 운영이다. 합리적이고 좀더 스포츠에 가까운 운영체계를 보여주고 있는 서양단체들에 비해 최근의 동양단체들은 어딘지 모르게 이벤트적인 요소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바로 이러한 부분은 서양단체 팬들에게 좋은 꼬투리 감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각자 단체간에는 그들만의 사정과 색깔이 있는지라 무조건적으로 내 취향과 다르다고 상대편을 공격하는 것은 좋지 못하다는 의견도 많다. 동양단체를 선호하는 팬들 중에는 이러한 것들을 충분히 알면서도 스포츠 외적인 부분에서의 또 다른 매력에 끌려 좋아하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다.
십여년 넘게 격투기를 즐기고있다는 한 팬은 "해당종목에 관심이 많다보니 서로간의 논쟁이 벌어지는 것은 피할 수 없겠지만 서로가 극단적으로 나뉘어 무조건 상대편을 미워하는 것은 흡사 정치인들의 당파싸움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며 "정히 해당 단체가 미우면 그쪽 홈페이지에 가서 건의사항 등을 남기면 되련만 해당 단체 관계자들은 읽지도 않을 우리만의 게시판에서 키보드 파이팅은 서로에게 상처 주는 결과밖에 되지 않는다"는 말로 최근 격투 팬의 과열된 분위기를 설명했다.
어쩌면 격투 팬들의 진짜 적(?)은 격투기를 폭력적인 스포츠로 치부하는 이들이다. 아직까지 마니아 스포츠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특성상 격투기에 대한 외부의 눈은 그다지 곱지 못하다. 타 스포츠 관계자들은 물론 일반 팬들조차도 색안경을 끼고 격투기를 들여다보기 일쑤다.
때문에 격투 팬들 입장에서는 같은 취미를 공감하는 이들을 상대로 서로 물어뜯고 상처내는 것보다는 어떻게 하면 격투기에 대한 대중적인 인기와 이미지를 끌어올릴까 하는 것을 연구하는 쪽이 미래를 위해서도 훨씬 바람직할 수 있다.
동양단체를 좋아하든, 서양단체를 좋아하든 어차피 이들은 격투기가 좋아서 관심을 쏟는 같은 팬들이다. 어떤 면에서는 화살의 방향이 엉뚱한 데를 겨냥하고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3년여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미르코 크로캅에 대한 팬들의 관심은 여전하다UFC
동양단체-서양단체간 '당파싸움(?)'의 중심
이러한 안타까운 당파싸움에서 크로캅은 상당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그는 서양인이기는 하지만 선수커리어의 대부분을 동양단체에서 보냈고 '낭인(浪人)'같은 이미지상 동양적인 분위기가 많이 묻어있는 선수다. 때문에 동양단체 팬들에게는 엄청난 지지를 받고있으며 반대로 서양단체 팬들에게는 준 것 없이 싫은 놈으로 낙인 찍인지 오래다.
물론 크로캅은 현재 UFC소속의 파이터다. 하지만 다른 프로스포츠에서도 이른바 '프랜차이즈' 혹은 해당팀의 색깔이 유달리 진한 선수가 있듯이 아직까지도 많은 팬들의 뇌리 속에는 '크로캅=UFC'보다는 '크로캅=프라이드'의 이미지가 강하다.
옛 프라이드를 잊지 못하는 팬들은 크로캅에게서 묘한 기분을 느낄 수밖에 없고 반대의 경우에는 우리선수가 아니다는 느낌이 짙은 게 사실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크로캅은 선수로서는 이미 전성기가 훌쩍 지나버린 상태다. 헤비급선수로서는 믿을 수 없을 만큼의 스피드와 동체시력을 자랑하던 그는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예전의 신체능력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끈적한 그래플러나 다양한 레퍼토리를 갖추고있는 올라운드 파이터같으면 다른 방법을 모색할 수도 있었겠지만 단순하기 그지없는 패턴으로 일관하던 그는 생소한 옥타곤 환경에서의 미 적응과 함께 현재는 그저 그런 중하위권 파이터로 전락해버린 상태다.
내년에 벤 로스웰(28·미국)과 승부가 예정되어있지만 팬들의 마음은 불안하기만 하다. 예전 같으면 '어떤 그림으로 이길 것인가'에 관심이 집중됐겠으나 지금은 '과연 이길 수 있을까?'가 더 중요한 문제다.
재미있는 것은 크로캅에 대한 최근의 관심도는 열성 팬들보다는 안티 팬이 더 높아 보인다는 사실이다. 꾸준한 인기를 자랑한다고는 하지만 크로캅의 최근 부진으로 인해 팬들의 반응은 예전 같지는 않다. 크로캅 팬들 중에는 아예 격투기에 관심을 접어버린 케이스도 상당수다.
반면 옥타곤마니아들은 크로캅을 끊임없이 거론하며 지대한 관심을 표현하고 있다. 어찌 보면 크로캅에 대한 관심을 끊고 자신들이 영웅으로 생각하는 서양단체의 간판급 파이터들을 홍보해주는 게 여러모로 좋을 수도 있겠지만 현실은 그래도 크로캅이다.
이는 크로캅에 대한 홍보효과로 작용해 팬들이 그를 잊지 않게 해주는 또 다른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크로캅이 지금까지도 최고의 관심파이터 중 하나로 남고 있는 데에는 동양단체 팬들이 아닌 서양단체 팬들의 덕이 크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그러나 크로캅에 대한 관심이 여전할 수록 불안한 면도 많다. 국내에서의 격투기 인기의 상당수는 크로캅을 비롯해 '얼음 황제' 에밀리아넨코 표도르(33·러시아), '풍운아' 추성훈(34·일본명 아키야마 요시히로), '순둥이 빅맨' 최홍만(29·218cm) 등 일부 인기 캐릭터들이 이끌고있는지라 이들이 격투무대를 떠날 경우 관심의 축이 와르르 무너질 우려도 제기된다. 어떤 면에서는 이들을 대체할 새로운 인기스타의 대두가 시급하다.
최강이 아님에도 최고의 파이터로 오랜 시간 동안 국내 격투시장을 달구고있는 파이터 크로캅, 이제는 이후를 위해서라도 '제2의 크로캅'이 될 인기스타의 등장이 절실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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