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지오 파리아스 감독이 포항 스틸러스를 떠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파리아스 감독은 클럽월드컵 참가기간 도중, 돌연 사퇴를 표방했고 이를 두고 중동 클럽으로의 이적설이 끊이지 않았다. 파리아스 감독이 가족문제와 신상의 피로 등을 이유로, '1년 휴식후 복귀'라는 카드를 제의했다고 했지만 현실적으로 이것을 믿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파리아스 감독과의 재계약만 믿고 방심하고 있던 포항은 졸지에 뒤통수를 맞은 셈이 됐다. 후임 코칭스태프 인선이나 다음 시즌 구단 운용에 대하여 아무런 대안이 준비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자본의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프로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더 좋은 직장을 찾아 이직하겠다는 사람을 말릴 수는 없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절차와 과정의 투명성이다. 파리아스 감독은 지난 6월 포항과 연봉 40만달러에 2년 재계약을 맺었다. 계약은 단순히 금전적 조건이 오고가는 거래만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사이의 신의다. 단순히 파리아스 감독이 포항 구단에 위약금을 지불한다고해서 끝나는 문제가 아닌 것이다.파리아스 감독, 떳떳하지 못했다파리아스 감독은 클럽월드컵 참가기간 중 사우디 클럽으로의 이적설이 처음 제기되었을 때 이를 부정했다. 그로부터 사흘도 되지 않아 돌연 사퇴를 표했다. 그 사이 과연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 말을 바꾼 셈이 되었으면서 가족이나 신상의 문제를 핑계로 내세우는 건 떳떳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1년 휴식후 복귀'라는 조건이 누구의 입에서 먼저 나온 아이디어이든 간에, 얼마나 비상식적인가 하는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받아들일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되는 것이다. K리그에서 장외룡 감독의 사례가 있기는 하지만, 결과적으로 인천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파리아스 감독 본인도 그런 조건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설사 파리아스 감독이 정말 1년 뒤 복귀한다고 해도 그동안 포항은 어떡하라는 이야기이며, '임시 땜빵 감독'의 존재는 뭐가 되는 것인가. 차라리 떠날 때 떠나더라도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곳으로 가고 싶다. 미안하다"고 인정하는 것이 신사답고 떳떳하지 않을까. 한편으로 파리아스 감독의 처지가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파리아스 감독이 축구인으로서 한 단계 더 높은 야심을 꿈꾸고 있다면 지금이 바로 적기다. 냉정하게 말해 포항에서 앞으로 보낼 2년은 파리아스 감독에게는 '안정된 직장' 정도를 제외하면 성취할 만한 도전목표가 없다. 이미 파리아스 감독은 국내에서 이룰 수 있는 업적은 모두 이뤘다. 포항은 내년 시즌 주축 선수들의 이적이 기정사실화되고 있으며, 재정상의 한계로 외부 선수 영입도 어려운 상황이다. 잘해봐야 제자리걸음으로, 잘못하다간 그동안의 명성에 흠집을 안길 수도 있었다. 선수나 감독이나 경력의 성패를 가늠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적절한 타이밍이다. 파리아스 감독에게는 지금이 지도자로서 더 좋은 처우나 명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적기인 만큼, 훨씬 좋은 조건을 보장하는 클럽으로의 이직에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이유가 없다.포항, 파리아스는 잊고 다른 사랑을 찾아라지금이라도 파리아스 감독은 박수 받으며 떠날 자격이 충분하다. 재임기간 동안 포항과 K리그에 그 어떤 외국인 감독보다도 많은 성과를 안겨준 감독이기 때문이다.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과 클럽월드컵 3위 등 파리아스 감독이 이룬 빛나는 성과는, 클럽축구에서는 히딩크 감독이 이룬 월드컵 4강에 비견할 만하다. 다만 떠나는 것은 어쩔 수 없더라도, 기왕 떠나야 한다면 '이별의 매너'를 지키는 것이 서로에 대한 예의다. 5년을 사귄 연인이 군대간 틈을 타서 쪽지 한 장 내던지고 일방적인 이별을 통보하는 여자나, 그런 여자에게 연연하여 "1년간 돌아오기를 기다려줄게"하고 연연하는 남자는 서로가 얼마나 추한가. 문화의 차이를 떠나 파리아스 감독의 이별방식은 깔끔하지 못했고, 자신의 이미지만 훼손한 꼴이다. 포항은 준비하지 못한 이별의 아픔은 있겠지만, 떠나는 연인에게 굳이 미련을 두지 말고 이제 새로운 사랑을 찾아야한다. 과거에 연연하다가 현재를 놓치고 미래마저 잃어버리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한다. 2005년 파리아스 감독이 처음 등장할 때도 그가 포항에 이만한 성공을 가져다줄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런 불확실성이 또 축구의 매력이다. 떠날 자는 떠나고 남을 자는 남는다. 이미 일어난 결과에 대하여 미련을 가질 것도 원망할 것도 없다. 그게 축구고 비즈니스의 세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