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과학의 집결체' 아이스에 대해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특집

09.12.21 15:29최종업데이트09.12.21 15:30
원고료로 응원
@IMG@

날씨가 많이 쌀쌀해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눈이나 얼음 위에서 즐길 수 있는 스포츠를 접하게 된다. 특히 아이스링크에서는 단순한 스케이팅은 물론, 아이스하키, 피겨 스케이팅, 스피드 스케이팅 등 다양한 운동을 즐길 수 있다.

개인적으로 북미에서 오랫동안 산 터라, 매 경기 북미아이스하키 경기(NHL)를 관전하면서 늘 느끼는 것이지만, 아이스링크의 그 모습은 무척이나 아름답다. 경기장 안으로 들어오면 얼굴에 와 닿는 시원한 바람과 함께 반짝이는 광경은 겨울철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아이스링크의 빙판이 대수롭지 않아 보이는 얼음판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아이스의 당일 컨디션에 따라 팀 또는 개인 종목의 승패와 기록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종목에 있어서 아이스의 질은 무척이나 중요하다.

경기장의 아이스를 만드는 과정은 쉽지 않다. 보통 집에서 얼음을 만드는 과정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당일 경기에 따라 아이스 밑에 깔아야 하는 로고와 각종 선, 광고물 또한 부착하기 때문에 간단하지 않다.

1876년 영국 런던에서 첫 실내 아이스링크가 일반인들에게 공개될 당시 아이스는 값비싼 화학재료인 글리세린과 물의 혼합물을 구리 파이프를 통해 만들었다. 1879년 북미에서는 최초로 뉴욕 메디슨 스퀘어가든에서 아이스링크가 오픈했고, 1908년 런던 하계올림픽에서 피겨 스케이트가 실내링크에서 첫 선을 보였다.

아이스링크에서는 2개의 큰 여과시스템을 이용해 탈이온화된 물을 제조하는데, 이는 투명한 아이스를 만드는데 필수적이다. 링크 바닥을 이루는 냉각시스템은 냉각장치, 강철 파이프, 염수물의 3가지로 크게 나뉜다.

@IMG@

링크 바닥의 가장자리를 둘러싸고 있는 3개의 강철파이프(A)는 그 둘레 길이가 무려 8km에 이른다. 염수물을 영하 9도까지 얼릴 수 있고 약 270톤 가량의 물을 한꺼번에 냉각시킬 수 있다. 아이스의 표면을 얼게 하기 위해서는 약 3만4000리터의 염수물을 끌어올려 강철파이프를 통해 바닥의 맨 위인 콘크리트판(C) 표면 위에 붓게 된다.

염수물은 콘크리트판 바로 위에 꽂혀있는 파이프(B)를 통해 끌어 올려온다. 콘크리트판은 아이스 표면(Skating Surface)과 절연체(E) 사이에 위치하는 데, 절연체는 온도와 시간에 따라 아이스의 부피가 늘어나고 줄어들게 하는 역할을 한다.

절연체 밑으로는 따뜻한 콘크리트층(F)이 보인다. 이 층은 아이스 밑에 있는 바닥층이 얼음으로 인해 얼거나 부피가 늘어나거나 깨지는 것을 방지한다. 또 링크 맨 밑바닥은 모래와 자갈층(G)으로 이루어져 있고 밑의 파이프를 통해 지하수가 빠져 나오게 된다.

경기가 끝난 후 아이스를 다시 녹이기 위해서는 염수물을 끓인 후 파이프(B)를 통해 콘크리트판을 뜨겁게 달군다. 이렇게 하면 단단했던 얼음도 쉽게 녹는다.

지역적으로 추운 캐나다 북부지역인 에드몬턴이나 캘거리의 경우 아이스 보존이 쉬운 반면 온도가 높은 미국의 플로리다주의 하키 경기장들은 특히 애를 많이 먹는다. 더운 기후에서는 그만큼 온도관리가 힘든 것은 당연한 것이다.

완벽한 '1인치 얼음판'

아이스하키에서 요구하는 완벽한 '1인치 얼음판'을 만들기 위해서는 물을 아주 조심스럽게 천천히 깔아야 한다. 너무 두꺼울 경우 어는 과정에서 막대한 에너지가 낭비되며 표면이 말랑해진다. 반면 너무 얇으면 스케이트의 날이 아이스를 가르는 위험한 상황이 발생한다.

아이스하키 경기장의 표면을 얼음으로 채우기 위해서는 대체로 4만5000~5만7000리터의 물이 필요하다. 혹 아이스를 만드는 순서가 궁금한 독자들을 위해 그 과정을 잠시 설명해 보고자 한다.
@IMG@

먼저 '페인트 트럭'으로 경기장을 돌며 밑바닥에 물을 뿌린다. 이때 '첫 번째 층'과 '두 번째 층'을 만드는데, 각각 1/32인치(약 7mm)의 두께로 깐다. 물은 바닥에 닿는 즉시 어는데, 첫 번째 층이 완전히 언 것을 확인한 후에야 두 번째 층을 덮는다.

두번째 층이 완전히 언 것을 확인하면 페인트 트럭을 이용해 그 위로 하얀 페인트를 칠한다. 시각적으로 검은 퍽과 빨갛고 파란 라인을 돋보이게 하기 위함이다. 과거 전문가들은 파란색을 포함해 여러 가지 색으로 실험을 해봤지만 흰색을 쓰는 것에 의견이 모아졌다.

페인트 작업이 끝나면 그 위로 물을 뿌려 '세 번째 층'을 만든다. 두께는 1/16인치로 약 15mm 정도다. 세번째 층의 얼음이 형성되면 그 위로 팀의 로고 및 라인, 페이스오프 스파트, 광고물 등을 부착하게 된다.

부착물이 완전히 마르게 되면 마지막 단계로 '네 번째 층'을 만든다. 이때 약 4만리터의 물을 붓는데, 시간당 2000리터씩만, 얼음이 어는 속도를 봐가며 천천히 붓게 된다. 이렇게 아이스가 만들어지는 데는 무려 15~20시간이 소요된다.

좋은 아이스와 나쁜 아이스는 주변환경, 특히 실내온도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하키에서 최상의 아이스는 표면온도 -4도, 실내온도 17도, 습도 30%다. 특히 얼음은 딱딱할수록 좋다. 반면 김연아를 비롯한 피겨 스케이팅 선수들에게는 약간 높은 -2도가 최상이다. 스케이트 날과 약간 녹은 얼음의 질이 잘 맞물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외온도가 높고 더운 공기가 문을 통해 들어오면 수동으로 온도를 조절해야 한다. 아이스는 단 1도의 차이에 큰 영향을 받는다. 습도 조절 역시 중요해 경기장 당 약 12대 이상의 대형 습도기가 작동한다.

많은 NHL 선수들이 플레이오프가 벌어지는 4월 이후 아이스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다. 스피드를 요구하는 경기에서 얼음이 조금이라도 녹게 되면 스케이팅은 물론 퍽 핸들링, 패싱 등에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특히 NHL 스탠리컵 결승전이 벌어지는 6월은 사실상 최악이다.

각각의 피어리드가 끝나면 휴식시간을 이용해 아이스를 정리하는 기계가 있다. 이는 '잼보니(Zamboni)'라 불리는 것으로 '정빙기' 라고도 일컫는데 1대 또는 2대가 아이스 표면을 돌며 지저분해진 빙판을 깨끗이 정비한다. 이때 선수들의 날로 손상된 아이스를 복구하기 위해 추가적으로 물을 붓게 되는데 이때 약 380리터가 소요된다.

현재 최상의 아이스를 보유한 경기장에는 에드먼튼 오일러스의 렉설플레이스, 캘거리 플레임스의 새틀 돔 등이 꼽히고 있으며 뉴욕의 메디슨 스퀘어가든은 최악으로 평가 받고 있다. NBA의 닉스는 물론, 수많은 콘서트 등으로 아이스를 자주 엎어야 하는 상황에서는 좋은 아이스를 기대 할 수 없다. 국내의 경우 안양종합운동장 실내 빙상장과 춘천 빙상장의 빙질이 매우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이스에 묻은 1달러짜리 동전

아이스에 대한 기막힌 실화도 있다. 이는 2002년 미국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 당시 있었던 일로 캐나다인들 사이에서는 지금까지 화제가 되고 있다. 당시 올림픽준비위원회는 최고의 아이스로 정평이 나있는 에드먼튼 구단의 아이스 정비사 트렌트 이반스씨를 고용했다.

이반스는 아이스 작업 도중 캐나다 팀의 행운을 위해 센터 아이스에 캐나다의 1달러 동전인 '루니'를 묻고 아이스로 덮었다. 감독관은 아이스 점검 도중 이를 발견, 제거할 것을 명령했다. 하지만 이반스는 감독관의 명령을 듣지 않고 동전이 안보이게 페인트로 살짝 뿌린 후 아이스로 다시 덮었다.

결국 이 대회에서 '빙판의 황제'이자 주장 마리오 르뮤가 이끈 캐나다 대표팀은 지난 70년동안 홈에서 패한 기록이 없던 미국을 결승전에서 5-2로 제압, 50년만에 금메달을 종주국 품으로 안기는 대 감격을 누렸다. 더 나아가 여자 아이스하키 역시 미국을 꺾고 금메달을 따내는 쾌거를 이룩했다.

이 유명한 캐나다 1달러 루니는 당시 캐나다 대표팀 단장인 '살아있는 신화' 웨인 그레츠키가 소식을 듣고 다시 파냈고 결국 NHL 명예의 전당에 보내져 현재까지 전시되고 있다. 캐나다인들은 이 루니를 '행운의 루니'라고 부른다.

2010 동계올림픽 아이스 빙상장 피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