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최강희 '재활 매직' VS 신태용 '무전기 매직'

09.12.01 13:43최종업데이트09.12.01 13:43
원고료로 응원

2009년 프로축구의 최종 승자를 가리는 K리그 챔피언결정 1·2차전이 이번주 벌어진다. 포항이 컵대회와 AFC 챔피언스리그를 쓸어담았고, 수원이 FA컵을 가져간 가운데 이제 마지막 남은 K리그 우승컵을 놓고 전북과 성남이 왕중왕을 다툰다.

 

정규리그 1위로 일찌감치 챔피언십에 진출한 전북은 체력적으로 느긋한 상황이다. 반면 성남은 6강 플레이오프부터 올라오느라 체력적 부담이 크지만, 인천·전남·포항 등 만만치않은 강호들을 차례로 꺾고 올라오며 기세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경력과 경험 면에서 양팀의 차이는 엇갈린다. 전북은 아직까지 K리그 우승 경험이 없다. 올해전까지 K리그 역대 최고성적은 2000년과 2008년 정규리그 4위에 두 번 오른 바 있다. 그러나 '강희대제' 최강희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2005년 이후만 놓고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최강희 감독은 전북 지휘봉을 잡은 후 매년 성적이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린 끝에 올해는 정규리그 1위까지 차지했다. 2006년에는 팀 창단 이후 최초로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까지 차지하는 감격을 누리며 단기전에서 강한 면모를 과시하기도 했다. 특히 조재진, 이동국, 최태욱 등 한물 가거나 하향세를 걷고 있다고 평가받던 스타들을 재활시키는 능력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성남은 K리그 역대 최다인 7회 우승에 빛나는 명가중의 명가다. 박종환 감독이 지휘했던 93년부터 95년까지, 고 차경복 감독이 이끈 2001년부터 03년까지 두 차례 3연패를 달성한 바 있으며 김학범 감독이 이끈 2006년에도 한 차례 우승경험을 안았다. 지금의 신태용 감독은 성남의 전성기를 함께했던 천마군단의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이다.

 

하지만 지도자로서 신태용 감독은 올해 처음 지휘봉을 잡은 초보 사령탑이다. 신태용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장학영, 조병국 등을 제외하면 당시의 우승멤버들은 대거 물갈이가 되었다. 신태용 감독은 올해 챔피언십에서 상위권 팀들을 연파하며 단기전에서의 경험부족이라는 우려를 어느 정도 극복해냈다.

 

전북은 올시즌 재활용 스타들의 전당으로 꼽힌다. 이동국, 김상식, 루이스, 최태욱 등은 모두 K리그 타구단에서 활약하다가 전북으로 이적하며 제 2의 전성기를 연 케이스들이다. 특히 올시즌 K리그 득점왕(20골)에 오른 이동국과 김상식은 지난해까지 성남에서 활약했던 선수들이다. 신태용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며 친정팀으로부터 버림받은 두 선수들은,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전북에서 새롭게 둥지를 틀며 팀의 정규리그 1위 진출을 이끌며 화려한 부활의 나래를 폈다.

 

성남은 어렵게 챔피언결정전에서는 진출했지만 전력누수가 심각하다. 공격의 핵으로 꼽히는 라돈치치, 미드필더 이호, 수비수 장학영이 각각 경고누적과 퇴장으로 첫 경기에 나서지 못한다. 여기에 팀 주장이자 간판 미드필더였던 김정우는 30일 군에 입대했다. 사실상 차포를 뗀 상황에서 경기에 임해야하는 처지다.

 

성남은 단기전에서 철저히 선수비 후역습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최근 플레이오프 2경기 연속 결승골을 기록한 '제 2의 모따' 몰리나의 뛰어난 개인기량과 김용대-정성룡의 국가대표 수문장 듀오가 포진한 수비력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축 선수들이 판정항의에 대하여 민감한 모습을 보이며 카드를 받는 경우가 잦아서 냉정한 마인드 컨트롤이 우선되어야 한다.

 

단기전에서 보여준 신태용 감독의 기상천외한 용병술이 챔피언결정전에서는 또 어떤 카드를 들고 나올지도 주목할만하다. 신태용 감독은 지난 6강 PO 인천전에서 과도한 항의로 퇴장당한 이후, 전남-포항전까지 3경기연속 관중석에서 팀의 승리를 지켜보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으며, 승부차기에서는 파격적인 골키퍼 시프트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위에서 내려다보다보면 경기 전반적인 흐름을 살필 수 있어서 나쁘지않다"며  챔피언 결정전에서도 후반에는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휘하겠다는 신태용 감독의 독특한 정신세계는 챔피언전의 또다른 볼거리다.

 

모든 면에서 우위에 있는 전북의 유일한 약점은 단지 오랜 휴식으로 인하여 실전감각이 떨어졌다는 점이다. 6강 플레이오프 제도가 도입된 2007년 이후, 정규리그 1위팀은 충분한 휴식과 함께 떨어진 경기감각이라는 새딜레마에 봉착한 바 있다. 2007년 정규리그 1위였던 성남이 챔피언결정전에서 5위 포항에게 덜미를 잡혔고, 2008년 우승팀 수원도 2위 서울을 상대로 1차전에서 선제골을 내주며 상당히 고전한 바 있다.

 

올시즌 전북의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가 11월 1일이었으니 거의 한 달간이나 실전을 치르지 못한 셈이다. 성남의 주축 선수 상당수가 결장하는 1차전을 잡지못하면 상황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1, 2차전 180분간 경기에서 승부가 갈리지 않을 경우, 김용대-정성룡 등 노련한 국가대표 수문장들이 있는 성남 쪽이 더 유리해질 수도 있다.

 

1차전은 2일 오후 7시 성남종합운동장, 2차전은 6일 오후 2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치러진다. 최종 승리팀은 1·2차전 골득실차로 가려지며 원정팀 다득점 원칙은 없다.  2차전 전후반 90분까지 골득실이 같을 경우 연장전-승부차기 순으로 결정된다. 강렬한 개성과 독특한 쇼맨십으로 예능의 피가 흐르는 최강희-신태용 두 장들의 자존심 대결이 어떤 결과를 빚어낼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2009.12.01 13:43 ⓒ 2009 OhmyNews
축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