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업>의 한 장면영화 <업>의 두 주인공 칼 할아버지와 러셀
픽사 애니메이션
파라다이스 폭포 인근 험한 바위산 속에 사는 알록달록 예쁜 깃털을 가진 4미터가 넘는 큰 새 '캐빈'과 그 새를 잡기 위해 쫓는 일당들. 새와 친구가 되어 그 일에 얽히게 된 칼과 러셀의 이야기는 숨 돌릴 틈 없이 재미있게 이어져 극장 안을 가득 메운 아이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늙은 할아버지의 몸은 여전히 삐걱대지만, 일상의 모든 것들이 무기가 되거나 새나 개(싸움에 얽혀있는 개 '더그')의 장난감이 된다. 네 발 지팡이와 네 발 지팡이 끝에 끼워진 낡은 테니스공, 틀니까지도.
새를 사이에 둔 싸움 끝에, 결국 집을 저 먼 하늘로 떠나보내게 되고 이를 안타까워하는 러셀에게 할아버지는 한 마디로 잘라 말한다. "그래 봤자, 집인데 뭐."
사실 그 전까지 할아버지한테는 세상 어느 것도 소중하지 않았다. 사람도, 관계도, 약속도. 그저 아내와의 추억, 아내가 간직했던 꿈, 아내와 못다한 탐험, 모든 추억이 담긴 집만이 소중했다. 그래서 통째로 집을 하늘에 띄워 파라다이스 폭포로 날아갔던 것.
그런데 이제 할아버지는 '그래봤자 집!'이라고 한다. 어린아이와 새와 개와 나눈 마음, 정, 약속, 어려움을 함께 헤쳐나온 과정이 그만큼 소중해서였으리라.
파라다이스 폭포 옆에 집을 짓고 싶은 꿈을 기록해 놓은 아내의 '모험 노트' 맨 마지막 장을 할아버지는 이제서야 제대로 읽는다. "고마워요. 나는 이제 새 세상을 향해 떠나요. - 엘리"
엘리는 벌써 한참 전에 새 세상으로 떠났지만 할아버지는 이제서야 새 세상에 발을 들여놓는다. 러셀에게 야생 탐험대의 배지를 달아주고, 함께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자동차 색깔 알아맞추기 게임을 하면서.
할아버지가 잠깐 나오거나 조연도 아니고 주인공인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조금만 이상하고 우스워도 정신 없이 깔깔대는 아이들 덕분에 나는 웃었다. 다시 말해 아이들의 웃음 포인트가 우스워 웃었던 것. 만약 그 아이들이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면 아마도 그런 내가 우스워서 또 웃었을 거다.
까칠하고 매사가 귀찮기만 했던 칼 할아버지는 철딱서니 없고 아빠에 대한 그리움이 가슴 한 가득인 러셀을 만나 변했고, 그 변화를 실천에 옮긴다. 나이 들어 변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그걸 그대로 실천하는 일은 더 어려운 일. 그러나 할아버지는 했다.
처음에는 갖가지 색깔의 풍선을 매달고 하늘로 떠오는 집과 할아버지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았지만, 할아버지는 삶의 모든 추억을 이제는 집이 아닌 가슴으로 옮겨 담고 자유로워져서 사람을 보고 만나고 나누고 느끼게 되었다.
노년을 지나간 시절의 추억담으로만 보낼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만나고 담는 일이 소중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아 혼자 감동했다. 그런 내 옆과 앞과 등 뒤에서 아이들은 여전히 조잘대고 있었다….
▲영화 <업> 포스터영화 <업> 포스터픽사 애니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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