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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정말 속에서 불이 납니다. <워낭소리>가 관객들에게 인기를 얻으면서 여러 가지 잡음이 나온 것이 사실이지만, 이번 사건은 얼마나 우리가 무지하고 다른 사람에게 신경을 쓰지 않고 사는지를 보여주는 결정판 같습니다. 영화 제작사와 배급사에서 <워낭소리>에 나온 할아버지, 할머니를 귀찮게 하지 말아달라고 몇 번이나 부탁을 하고, 또 네티즌들이 자정운동까지 하면서 두 분의 삶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노력을 했는데, 이런 보도가 나오니 정말 가슴에서 천불이 난다고 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경북도청에서 발표한 테마 여행상품으로 <워낭소리> 촬영지가 선정되었습니다. 이 테마 여행상품은 기간도 무려 3월부터 시작해서 10개월간 이어진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할아버지, 할머니 개인의 삶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만들어진 전시행정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현재 할아버지, 할머니 연세를 생각한다면 기획해서도 그리고 만들어서도 안 되는 이벤트성 여행상품을 만들어내는 경북도청의 뛰어난 능력 앞에 할 말을 잃게 됩니다.
두 분 연세를 생각한다면 힘든 일이나 심리적으로 스트레스 받을 수 있는 일은 하지 말아야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떡하니 언론에 자료까지 흘리면서 발표하는 경북도청의 행위는 한마디로 비난과 비판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이런 일은 내 가족 혹은 나만 피해보지 않으면 이벤트성 여행상품 만들어 누가 피해보던 상관없다는 마음 아니면 정말 할 수 없는 일 같습니다. <워낭소리>가 큰 인기를 얻고 나니 그 인기에 편승해서 자신들이 만든 이벤트성 여행상품을 언론에 좀 열심히 퍼트리고 홍보 좀 해보자 하는 생각 아니면 도저히 할 수 없는 행동이란 이야기입니다.
평온하게 자신의 삶을 이어가신 노부부가 이렇게 이용되는 것이 너무나 제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안 그래도 두 분은 자신의 삶을 깨트리는 얌체 방문자들과 걸려오는 장난전화 때문에 힘들다고 몇 번이나 이야기를 하셨고 그런 일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된바 있습니다. 인터넷에서도 네티즌들이 이런 일에 대해 자정을 결의하고 두 분의 삶이 보호받을 수 있기를 원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두 분 삶이 보호받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경북도청에서 절대 두 분 삶에 영향을 미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하지만, 혹여 테마 여행상품이 성공해서 방문자수가 많아지면 도대체 어떻게 두 분 삶에 영향을 안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인지 상식적인 선에서 생각해도 이해되지 않습니다.
<워낭소리>에 출연하신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영화가 인기를 끌면서 찾아오는 소수의 방문자들에게도 큰 스트레스를 받으셨습니다. 당연할 수밖에 없습니다. 두 분의 연세를 생각한다면 적은 방문자라도 이야기 나누고 자신을 보여준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제 그냥 대 놓고 방문자를 그리로 보내겠다고 발표하는 모습을 보니 갑자기 머리가 아득해집니다.
<워낭소리>를 제작한 스튜디오느림보와 연출가인 이충렬 감독도 분명 이런 것을 원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들은 모두 한결 같이 방문 자제와 인터뷰 자제를 요청해왔습니다. 그렇게 한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바로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삶이 그만큼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좀 더 비약해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누군가 나를 동물원 원숭이로 만들어 다른 사람에게 구경시키겠다고 하면 과연 좋아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지금 경북도청에서 준비한 여행상품이 이것과 무엇이 다른지 반문하고 싶습니다. 답답하고 또 답답합니다.
전 어떠한 경우에도 두 분 삶이 개인적인 호기심과 이기심 때문에 영향 받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미 <워낭소리> 할아버지와 할머니 이전에 이런 경험을 충분히 했습니다. TV용 다큐멘터리와 상업용 영화에 나와 대중들의 큰 관심을 받았던 일반 출연진 중에 자신의 삶이 완전히 변해 더할 수 없는 고통을 겪은 분들을 봐왔습니다. <워낭소리>에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위와 같은 일에 휘말려 들지 않을까 걱정이 앞섭니다.
우리는 그분들의 삶을 보고 우리 아버지, 어머니 세대의 아픔과 희망을 봤습니다. 그분들이 우리에게 감동을 주었다면 당연히 우리는 그분들을 지키고 보호해주어야 하지 않는지요? 그런데 왜 보호는 못해줄망정 그분들을 자꾸 등 떠밀어서 다른 상황으로 몰고 가려고 하는지 정말 가슴이 답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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