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에서 미 제국주의를 비판하는 영화 속 체의 모습.
Morena Films
이 말을 들은 델 토로는 자신이 체라는 인물을 진정으로 이해해야만 좋은 영화가 나올 것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제작비를 마련하기 힘든 현실에서도 오직 인물의 해석에 모든 에너지를 쏟았다는 델 토로.
사실 그는 푸에르토리코 태생으로 해외에서는 꽤 명성이 높은 배우이기도 합니다. 완벽한 연기를 위해 체에 관해 접할 수 있는 모든 기록을 읽었으면서도 무거운 부담을 느꼈다는군요.
쿠바에서 체의 주변 인물들과 만나고 그가 남긴 흔적을 찾아다니는 과정을 통해 사실과 다르다고 느껴질 때면 연기를 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때문인지 작품의 전체적인 완성도는 물론 정말로 체를 보고 있다는 착각을 느끼게 만들 정도입니다.
그럼에도 체라는 인물은 세상 사람들의 다양한 해석과 비판의 대상인 것 또한 사실입니다. 실제 칸에서 개봉했을 당시 뜨거운 찬사도 있었지만 냉소를 보낸 쪽도 있었죠. 여기에 대해서 델 토로는 충분히 알고 있었고 미리 예상했기 때문에 비평에는 그다지 상관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건 영화니까요. 책, 노래, 티셔츠, 사진, 다른 영화로도 만들어졌던 체는 그의 삶을 살았고 감독과 저도 우리의 삶을 살고 있죠. 우리는 체에 대해서 생각했고 조사를 거쳐 제작에 참여했어요. 진짜 '체'의 모습, 그리고 진실을 찾아서. 그게 답니다." -델 토로"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우리가 알고 있어야만 하는 역사입니다." -스티븐 소더버그
▲영화 속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
Morena Films
사실 저의 경우에도 20대 초반에 체 게바라를 알았지만 그를 이해하기는 어려웠습니다. <모터사이클 다이어리>같은 작품을 통해서 그가 혁명에 동참하게 된 계기는 충분히 공감했습니다. 인지상정이죠. 그러나 그가 선택한 투쟁의 방법이 많은 고민을 불러일으킨 것 또한 사실입니다. 휴머니즘과 폭력이 어떻게 양립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
신념을 따르는 완벽함과 인간적인 면모, 사랑을 중심에 둔 휴머니즘과 총을 든 전사의 모습. 이러한 것들이 복잡하게 뒤섞이며 어질러진 퍼즐처럼 당황스러운 감정을 불러일으켰죠. 돌이켜보면 그 당시 저는 인물과 삶의 복잡성을 이해하기엔 너무나 어렸고 경험을 통한 지식도 모자랐습니다.
하긴 지난날 수많은 철학자들이 이 주제를 탐구하며 대립각을 세웠으니 한참 배워야할 저에게는 어려운 주제죠.
그런데 이 영화. 감독이 쿠바는 물론 CIA 문서까지 뒤져가며 7년 이상 매달렸다는 혼신의 작업답게 놀라울 정도로 게바라의 모습이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비록 퍼즐처럼 구성되긴 했어도 다가오는 느낌은 다릅니다. 방대한 자료들을 통해 혼선을 느끼던 인물의 복잡함이 이제야 실마리를 찾는 느낌입니다. 혁명가라는 대상화를 통해서만 느끼던 체라는 사람의 존재, 그 삶의 숨결이 비로소 느껴졌습니다.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과 베니치오 델 토로Morena Films
감독은 <트래픽>에서 직접 손에 들고 찍은 카메라의 시선과 점프 컷 편집을 통해 다큐멘터리와 뉴스 같은 느낌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었습니다. 그는 이 영화에서도 마치 기록 영화의 느낌으로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실제 사건을 다루는데 있어서 <에린 브로코비치>가 할리우드의 극영화적 재미를 더했다면 이 작품은 묵묵히 역사와 인물의 발자취를 따라가고 있죠. 덕분에 게릴라들의 생활과 전투가 사실적으로 보여 지게 되고요.
상황을 충실하게 재연하며 당시 할 수 있었던 최선의 방법이 과연 무엇이었는지, 그 현실을 직시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이 영화는 온갖 관념의 고민을 일거에 날려버립니다. 주어진 상황을 극복하려는 끊임없는 노력, 천식이라는 육체적 족쇄를 가지고도 전투의 현장으로 뛰어들어 신념을 실천한 사람. 그가 남긴 정신이 스크린을 통해 다시 외쳐지고 있습니다.
"죽음이 언제 우리를 덮치든 우리의 우렁찬 외침이 단 한 사람에게라도 전달 될 수 있다면, 또 누군가가 우리의 무기를 대신 들고, 누군가가 기관총 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우리의 장송곡에 맞춰 새로운 싸움과 승리를 위해 우렁차게 소리칠 수 있다면, 우리의 죽음은 결코 헛되지 않는다." -체 게바라(<체의 마지막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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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 게바라를 이보다 더 잘 표현할 수 없을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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