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 국가대표 장성호와 정경미를 응원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연예인 응원단박상익
때아닌 베이징 올림픽 관련 기사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 올림픽이 폐막식을 한 지도 이제 만으로 두 달인데 오히려 요새 더 많은 기사가 나오는 느낌이다. 그 이유는 42명의 연예인응원단 때문이다. 이들은 10일의 활동 기간 동안 2억이 넘는 세금을 흥청망청 썼다는 이유로 누리꾼들의 거센 질타를 받고 있다.
여기에 사이버 외교사절단인 '반크'의 예산 삭감 논란이 대조되면서 이번에 사용된 돈을 국고로 환수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주인공들이었던 연예인들은 죄인이 되어 몸을 웅크리고 있고 비판의 도구가 되었던 미니홈피도 대부분 닫아놓은 상태다.
베이징 현지에서 봤던 연예인 응원단
당시 나는 오마이뉴스의 올림픽 특별취재팀 일원으로 베이징에 있었다. 올림픽 현장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연예인 응원단도 그중 하나였다.
(관련기사 ☞ 장성호 4강진출 좌절에 연예인 응원단도 발 동동)
8월 13일 유도 국가대표 장성호와 정경미의 시합에 응원을 하러 온 이들은 다른 응원단과 함께 열띤 응원을 펼쳤다. 당시 시합이 어렵게 진행되자 누구보다 아쉬워하고 목소리를 높였었다. 경기장에서 만난 응원단장 강병규씨는 "현장에서 대한민국을 연호하는 함성을 들을 때 정말 기분이 좋다"며 "선수들도 이 감정을 느꼈으면 좋겠다"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그 뒤 야구장에서도 연예인 응원단을 볼 수 있었고 올림픽이 끝나자 학생 신분이었던 나는 학생의 생활로, 연예인이었던 그들은 연예인의 생활로 되돌아왔다. 그러나 국정감사에서 예산 집행의 문제점이 드러나자 이들은 응원단이 사실은 호화 관광단이었다며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물론 연예인 응원단을 봤을 때 처음 든 생각이 "쟤네들 뭐하러 여기까지 와서 호들갑을 떠나"도 아니었고 "이런 때 국민들과 함께 응원을 열심히 하다니 정말 감동이다"도 아니었다. 그저 응원단의 한 사람으로 열심히 응원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을 뿐이다.
그런데 많은 기사와 누리꾼들의 지적 외에도 자료를 보니 아쉬운 점이 많았다. 민주당 최문순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지적한 내용을 보면 "연예인 응원단의 경기 관람권은 재중한인회와 재중체육회가 중심이 돼 꾸려진 '한국인 올림픽 지원단'에서 표를 대신 구입해 주기로 했지만 지원단이 표를 제대로 구입하지 못해 야구 경기(22명)와 농구 경기(10명)는 거금의 웃돈을 주고 경기 관람권을 샀다"고 되어 있다.
현지 사정에 따라 표를 구입하지 못할 수는 있지만 1인당 25만원의 표 구입 비용에는 의문이 든다. 현장에 있던 유학생들 말에 따르면 일부 주재원들이 흥정을 하지 않고 마구 사들여 값이 치솟았다는 것이다. 연예인 응원단도 자기 돈이 아니라는 이유로 너무 쉽게 표를 사서 들어간 것은 아닐까? 당시 경기장 밖에는 5천원, 1만원이라도 깎아보려고 경기가 시작 이후에도 표 흥정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한국 연예인 응원단의 현영, 이윤미, 주영훈(오른쪽부터)이 지난 8월 16일 베이징 우커송 야구장에서 열린 2008베이징올림픽 야구 예선 한국과 일본과의 경기에서 열띤 응원을 벌이고 있다.유성호
▲지난 7월 25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2008베이징올림픽 대한민국 선수단 결단식'에서 연예인 응원단이 선수단의 선전을 기원하며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유성호
정부의 '관리감독 소홀'은 연예인 뒤에 숨어
일부에서는 이번 논란이 연예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정부에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 차원에서의 2억은 그리 큰 돈이 아닐지 모르지만 서민들에게는 큰 돈인데 연예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너무 쉽게 예산을 집행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 사업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알기 위해 찾아본 정산보고서를 보니 정말 허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업목적은 "국민과 관람객의 응원열기 고취시킴으로써 한국 선수단의 사기 진작을 통한 우수 성적 달성에 기여", 사업추진 성과는 "한국선수단을 열렬히 응원·격려함으로써 관람객과 국민들의 관심과 응원열기를 고조시키고 한국 응원문화의 우수성과 한국인의 단합된 저력을 전 세계인들에게 각인시키는 역할을 수행했다"고 적혀 있다.
이것만 놓고 보면 이번 연예인 응원단은 당초 계획에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애초 계획이 단순 응원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업을 승인하는 주체인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왜 좀 더 다양한 행사를 하라는 역제안을 하지 못했나 싶은 의문이 든다.
연예인은 원래 다양한 행사 활동을 하는 것이 직업인 사람들이다. 응원을 시키려면 차라리 프로스포츠 치어리더를 파견하는 것이 더 낫다. '그저 연예인들이니 알아서 잘 하겠지'란 생각이었다면 정말 안일하기 짝이 없다.
대학생 황승욱(24)씨는 "당시 올림픽 기간에 광복절이 끼어있었는데 표가 없어서 TV 응원을 할 바엔 상해임시정부터를 찾거나 현지 교민 위로행사를 할 생각을 왜 못했는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런 식의 응원이라면 차라리 소년소녀가장이나 체육유공자를 보내도 되는 것이 아니냐는 말에 더 무게가 실린다.
내가 얻어마신 음료수 한 잔도 세금이었나
해당 문제를 지적했던 최문순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이번 일은 가장 약한 고리인 연예인들이 아니라 스포츠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했던 유인촌 장관과 관료들, 그리고 스포츠토토 기금이 문제라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연예인 응원단이 참석한 유도 경기를 취재하던 날, 쉬는 시간에 우연히 응원단으로부터 음료 한 잔을 얻어 마시게 되었다. 당시엔 그냥 즐거운 이벤트라고 생각했던 일이 이렇게 문제가 되고나니 그 때 마셨던 음료 한 잔도 세금이었을까 하는 생각에 입맛이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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