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경선은 경기가 끝난 후 제대로 걷지도 못할 만큼 극심한 통증을 호소했다.
SBS 화면 캡쳐
사실 베이징올림픽에 참가하는 태권도 선수단은 예전 올림픽에 비해 무게감이 다소 떨어졌다. 남자 68㎏급의 손태진과 80kg 이상급의 차동민은 국제 경기 경험이 부족한 신예였고, 여자 57㎏급의 임수정도 세계 정상급의 기량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큰 경기에서는 별다른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그러나 여자 67㎏급의 황경선은 달랐다. 2005년·2007년 세계선수권대회 우승,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금메달에 빛나는 한국 태권도의 간판스타였기 때문이다.
만약 태권도가 베이징 올림픽에서 부진하더라도, 황경선만큼은 반드시 금메달을 목에 걸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국 태권도는 첫날부터 임수정과 손태진이 금메달을 합작했고, 태권도의 목표는 '전체급 석권'으로 상향 조정됐다.
태권도 선수단의 세 번째 주자로 등장한 황경선. 첫 경기에서 '아랍공주' 모하메드 라시드 알 막툼을 5-1로 가볍게 제압했지만, 산드라 사릭(크로아티아)과의 8강전에서 왼쪽 무릎 인대를 다치고 말았다.
황경선은 이미 오른발에 뼛조각이 돌아다닐 정도로 몸이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발차기로 득점을 올려야 하는 태권도 선수가 양 다리를 모두 봉쇄당한 셈이다.
그러나 질주는 멈추지 않았다. 4년 전 아태네 올림픽에서 동메달에 멈췄던 한을 풀기라도 하듯, 황경선은 준결승과 결승에서 각각 글라디 에팡(프랑스)과 카린 세르게리(캐나다)를 차례로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경기가 끝난 후, 황경선은 절뚝거리며 경기장을 내려와 문원재 감독과 얼싸안으며 눈물을 흘렸다. 무릎 부상의 극심한 고통과 그것을 참고 이겨냈다는 기쁨이 함께 뒤섞인 '금빛 눈물'이었다.
[여자 핸드볼] 마지막 작전 시간, '우리 생애 최고의 1분'
▲여자 핸드볼 대표팀의 노장 선수들은 임영철 감독과 후배들의 배려 덕분에 '우리 생애 최고의 1분'을 만끽할 수 있었다.연합뉴스 진성철
"마지막 시간에…. 이해해 줘야 돼…. 마지막 선배들이야… 오성옥·홍정호·정희·순영이… 영란이!"
임영철 감독은 헝가리와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33-28로 앞서던 후반 29분 경에 작전 시간을 불렀다. 완전히 승기를 잡은 경기였기 때문에 다소 의아했던 작전 시간이었다.
작전 시간마다 호통을 치며 선수들의 선전을 독려했던 임영철 감독은 마지막 작전 시간에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선수 다섯명의 이름을 불렀다. 어쩌면 마지막 올림픽이 될지도 모르는 '노장 5인방(오성옥·홍정희·박정희·허순영·오영란)'이었다.
아테네 올림픽 결승전부터 베이징 올림픽 준결승 노르웨이전까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함께 했던 '언니'들에게 바치는 임영철 감독의 선물이었다. 김온아·문필희 등 젊은 선수들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오랜 기간 동안 대한민국 여자 핸드볼을 위해 땀과 눈물을 흘렸던 노장 선수들은 동메달이 결정되는 순간을 코트 위에서 함께 했고, 경기가 끝난후에는 2012년 런던 올림픽을 책임질 후배들과 부둥켜 안으며 참았던 울음을 터트렸다.
비록 그토록 원했던 금메달은 목에 걸지 못했지만,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던 여자 핸드볼에게는 그야말로 '우리 생애 최고의 1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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