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무서워라. 이 피투성이 현실

영화 <패스트푸드 네이션>을 보고

08.07.11 14:12최종업데이트08.07.11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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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서 ‘맥도날드’가 없는 곳은 아마 북한뿐일 것이다. ‘맥도날드’로 대변되는 미국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의 상륙은 소위 ‘세계화’를 부르짖는 미국 초거대 자본의 침공에 다름 아니다. 그리고 그것은 전 세계 어디에서나 똑같은 맛의 햄버거와 그것을 매뉴얼에 따라 공산품의 부품처럼 조립해내는 사람들과, 그들이 만들어낸 제품으로 똑같은 입맛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섬찟한 규격화이다.

 

물론 이 영화에 등장하는 가상의 햄버거 프랜차이즈 ‘미키스’에서 찍어내는 햄버거를 둘러싼 진실 앞에서도 그 명제는 예외가 아니다.

 

미키스의 마케팅 담당 이사인 돈 앤더슨은 자신이 기획한 상품 ‘빅원’이 대히트를 해서 출세가도를 달리는 사람이다. 그러던 어느 날, 미키스의 햄버거에서 대장균이 검출되었다는 사실을 접하고 이를 확인하기 위해 햄버거 패티 제조공장을 찾아간다.

 

소를 도축해 즉석에서 햄버거 패티로 찍어내는 공장을 둘러본 돈은 눈이 부실 정도로 하얗고 깨끗한 공장 시설에 별다른 의구심을 갖지 않는다. 하지만 소고기 딜러인 해리를 만나 감춰진 진실을 알게 된다. 공장에서 조금이라도 더 생산력을 높이기 위해 컨베어 벨트를 빨리 돌리고, 그래서 소의 내장이 제대로 제거되지 않아 소똥이 섞인 채 패티로 가공된다는 것이다. 그런 말을 늘어놓으며 해리는 게걸스럽게 햄버거를 먹어치운다.

 

영화의 이야기는 세 개의 가닥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돈 앤더슨의 공장 조사 이야기와 미키스 햄버거 가게에서 일하는 알바생 앰버 이야기, 그리고 소 도축공장에서 일하는 맥시코 불법 취업자인 라울과 실비아의 이야기가 그것이다.

 

미키스 햄버거 가게가 들어선 덕분에 지역 경제가 살아나고, 앰버는 성실하고 싹싹하게 일 한 덕분에 지점장의 신임을 받아 안정된 수입을 올리고 있다. 그 자신이 미키스의 모든 메뉴를 다 좋아한다고 자랑스럽게 말할 정도로 그녀는 그 일에 만족해하고 있다. 자신의 외삼촌을 만나기 전까지는.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어와 마약과 성폭행, 그리고 언제 추방될지 모르는 불안한 생활 속에서 살아가는 맥시코 불법 취업자들에게도 하루 10달러의 벌이는 그 모든 고달픈 삶을 잊게 해주는 진통제다.

 

하지만 돈 앤더슨에게나 앰버, 그리고 라울과 실비아가 발견해내는, 돈과 맞바꾼 삶의 이면은 추악하고 끔찍하다. 앰버는 외삼촌으로부터 불의한 현실을 보고도 직접 행동하지 않으면 세상의 아무 것도 바꿀 수 없다는 얘기를 듣는다. 그리고 또래의 환경운동가들과 어울리면서 겉으로 화려해 보이는 거대한 패스트푸드 산업의 더러운 이면을 알게 된다.

 

불결한 환경 속에서 유전자 조작이 된 먹이를 먹으며 살아가는 소들과 기업의 부도덕한 경영, 그로 인한 환경파괴 등 이전에는 몰랐던 추악한 진실을 접하고 앰버와 친구들은 이를 바꾸기 위한 행동에 나선다. 그래서 남의 사유재산에 해를 끼치면 10년 징역을 살아야 한다는 지극히 미국적인 형벌의 위험을 감수하며 목장에 갇힌 소들을 풀어주는 것으로 자신들의 의사를 표현하려고 한다. 하지만 오랫동안 갇혀 사는 것에 길들여진 소들은 울타리 밖으로 한발자국도 나가지 못한다.

 

소똥이 들어가도 그것을 제거할 틈조차 없이 하루 종일 서서 소고기를 가공하는 멕시코 불법취업자들의 현실은 더욱 비참하고 끔찍하다. 라울은 기계를 청소하던 중 부주의로 인해 기계에 몸이 딸려들어가 중상을 입는다. 하지만 회사 측에서는 모든 책임을 라울에게 떠넘기고 보상 한 푼 해주지 않는다. 남편이 일을 못하게 되자 아내 실비아는 공장장에게 몸을 바친 대가로 도축장에서 일하게 된다. 그리고 차마 마주 대하고 싶지 않았던, 소가 도축되는 끔찍한 광경을 두 눈 똑바로 뜨고 목격한다.(실제 소가 도축되는 장면을 영화는 날것의 영상 그대로 보여준다. 차마 끔찍해 화면을 제대로 쳐다보진 못하고 손가락 사이로 부분적으로 조금 봤다.)

 

영화가 여러 인물을 끌어들여 말하고자 하는 바가 이쯤 되면 선명하게 드러난다. 방금 전까지 살아있던 소가 도축되어 낱낱이 해체되고 똑같은 모양의 햄버거 패티로 만들어지는 것이나, 똑같은 유니폼을 입고 매일 똑같은 소의 살과 뼈를 분리해내는 작업을 하는 노동자들, 그리고 그것을 매뉴얼대로 조립해 만들어 파는 사람들, 그것을 먹는 똑같은 입맛의 사람들. 그들은 모두 별반 다르지 않은 신세다. 울타리를 열어줘도 도망가지 못하는 길들여진 소들처럼 그들은 초거대 패스트푸드 산업이 만들어놓은 피투성이 현실에서 한발짝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것은 돈 앤더슨 역시 마찬가지다. 햄버거 패티 안에 소똥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알았으면서도 묵인해버리고 다시 신제품을 개발하며 승진의 기회를 타는 그도 역시 냉혹한 현실의 질서에 순응해버린다.  그렇게 그들은 모두 가짜 스모크 향기와 달콤한 소스의 가공 뒤에 숨은 피비린내 나는 현실에 길들여진 채 규격화된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돈 앤더슨이 찾아간 소고기 딜러 해리가 햄버거를 우적우적 씹어먹으며 천연덕스럽게 말한다.

 

“패티에 소똥 들어가는 거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익히면 괜찮아요. 소똥도 먹고 사는 게 인생이죠 뭐.”

 

그 대사가 미국 축산업자들의 홍보대사를 자처한 한나라당 의원들이 미국산 소고기 스테이크를 썰어먹으며 했던 말과 어쩌면 그렇게도 일치하는지.

 

“아무렇지도 않네요. 맛 정말 좋습니다. 한우보다 훨씬 맛있어요.”

 

사족 : 이 영화가 많은 극장에 걸려, 점점 희미해져 가는 촛불에 기름을 부어주기 바랬다. 하지만 개봉 일주일 만에 서울에서 이 영화를 만날 수 있는 극장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역시 자본의 논리는 무섭다!

2008.07.11 14:12 ⓒ 2008 OhmyNews
패스트푸드 네이션 소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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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방송작가. <SBS 스페셜>, <KBS 환경스페셜>, <EBS 다큐프라임> 등 다큐멘터리 작업을 했고, 하고 있습니다. 세상은 냉철한 시선으로, 사람은 따뜻한 가슴으로 보려고 노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