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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보여도 스트라이크! 스페어도 문제 없어요"

부산 시각장애인 볼링 동아리 '텐핀' 황윤석 회장을 만나다

08.06.16 18:11최종업데이트08.06.16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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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때문에 부산시청을 종종 방문하는 내가 만나기로 한 공무원의 책상에서 우연히 쪽지를 발견했다. 내용은 '부산의 모 단체가 며칠 후 부산 맹아학교 학생들에게 볼링강습을 한다'는 것.

'맹아들이 볼링을 한다?'라는 생각이 스치자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볼링이란 것이 긴 레일에 공을 굴려 핀을 쓰러뜨리는 스포츠인지라 그걸 눈 감고 한다고 생각하니 여간 불편하지 않을 뿐더러 도대체 스페어 처리는 어떻게 하며 스텝은 어떻게 하나 싶었다.

그 현장을 눈으로 보지 않고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어서 담당자에게 그 단체와 대표 연락처를 받아들고 인터뷰를 요청했다. 알려준대로 전화했더니 부산시각장애인볼링협회란다.

'시각장애인 볼링협회?'

갈수록 태산이다. 시각장애인 볼링협회에서 맹아학교 어린이들에게 볼링강습을 한다고? 당사자들께 죄송하지만 "소경이 소경을 인도한다"는 말이 있는데, 앞을 볼 수 없는 사람이 또 다른 시각장애인에게 볼링을 가르치다니… 선뜻 이해할 수 없었다.

아무튼 직접 만나기로 했다. 마침 맹아학교 학생들에게 볼링강습을 하기로 한 날에 맞춰 볼링장으로 찾아갔다. 평일 낮이라 한산한 볼링장에는 분홍색 티셔츠를 맞춰입은 몇몇 사람들이 있었고, 책임자에게 물어 회장을 만나게 됐다.

KORAIL 부산지사 영업부에서 근무하는 황윤석씨. 놀랍게도 그 또한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었다. 서로 소개를 하고 명함을 주고받은 후 볼링장 한 귀퉁이 사무실로 안내했고, 궁금증을 하나씩 풀 요랑으로 질문들을 쏟아냈다. 다음은 그와의 인터뷰 내용.

 시각장애인 볼링협회 황윤석 회장
▲시각장애인 볼링협회 황윤석 회장진민용

- 먼저 개인적인 질문부터 하겠다. 언제부터 시력을 잃었는지, 그리고 볼링 외에 다른 일은 하는가.
"약 7년 전에 망막질환을 앓다가 점차 시력을 잃었다. 물론 그때 부산철도공사에 근무했었고, 시력을 잃은 지금도 같은 직장에 다니고 있다. 그 외에도 (주)테즈락 크루즈 기획실장과 부산점자도서관 문화예술분과위원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부산시각장애인 볼링협회라는 단체는 언제 조직된 것이며, 주로 어떤 활동을 하나.
"1993년부터 시각장애인 볼링클럽이 있었다. 그 후에 1997년 '텐핀'이라는 이름으로 바꿔 활동을 하다가 작년 12월에 본격적으로 볼링교실, 개인볼링코치교육, 장애인 볼링대회 등을 주관하고 있다. "

 맹아학교 학생들을 지도하는 코치, 이 코치 또한 약시 장애인이다.
▲맹아학교 학생들을 지도하는 코치, 이 코치 또한 약시 장애인이다. 진민용

-시각장애인 볼링단체가 부산 외에 얼마나 있나.
"비장애인들은 잘 모르시겠지만 전국에 시각장애인 볼링단체가 매우 많다. 이들이 벌이는 대회도 거의 매월 빠지지 않고 열린다. 전국적인 행사지만 장애인들 외에는 별로 관심을 갖지 않는 현실이다.  올해도 다음주 서울시장배 볼링대회, 7월엔 전국 장애인모임을 갖고 종목별 시합대회가 있으며, 9월은 전국체전이 열리고, 11월은 대한 장애인볼링협회장배 볼링대회가 있다."

-내가 너무 몰랐다. 사실 장애인이 볼링을 한다는 것이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어떤 방법으로 볼링을 하는지 알려달라.
"시각장애인도 두 종류가 있다. '전맹'이라고 전혀 앞이 안보이는 경우와, '약시'라고 희미하게나마 볼 수 있는 경우다. 앞의 전맹은 볼링공을 들고 던지기 전에 가이드라인이 설치돼 있어서 한 손으로 이를 붙잡고 움직이며 감각으로만 던져서 맞힌다.

약시의 경우에는 희미하지만 앞이 보이기 때문에 비장애인과 동일하게 게임을 한다. 그리고 핀을 맞출 경우에 몇 개가 넘어갔는지, 그리고 스페어가 남았는지를 알 수 없기 때문에 반드시 도우미가 몇 번 핀이 남았는지 불러주고 점수를 불러주면서 경기를 하게된다."

 '가이드레일' 이라고 불리는 보조장치. 일반 볼링장에서는 이것을 가져다 설치하는 것을 싫어해 장소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가이드레일' 이라고 불리는 보조장치. 일반 볼링장에서는 이것을 가져다 설치하는 것을 싫어해 장소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진민용

-시각장애인 볼링대회는 어느정도 수준인가.
"국내 대표선수로 선발되면 아시안게임과 세계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자격을 얻는다. 나 또한 부산에서는 유일하게 국가대표로 활동중이다. 국가대표선수 정도의 수준이면 평균 에버리지가 170 정도 이상이며 210을 상회하는 선수도 많이 있다.

오는 7월 7일부터 16일까지 합숙훈련을 하고, 10월에 열리는 세계대회를 준비하며 8월에 또 한 차례 합숙훈련을 하게된다. 안타깝게도 베이징 장애인올림픽에는 볼링대회가 빠졌다."

-맹아학교 어린이들에게 볼링을 가르치는데 어렵지는 않나.
"당연히 눈이 보이는 사람에 비하면 어렵다. 그러나 우리 협회에도 약시를 가진 코치들이 있어서 그들이 잘 지도하고있고, 미래 볼링선수로 키울 목표를 가지고 최선을 다한다. 비장애인이 생각하기에 불가능하게 보이겠지만 시각 장애인 선수들이나 맹아학교 학생들이 볼링을 배우는 열의는 대단하다. 집중력 또한 비장애인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고, 눈이 보이지 않는 대신 다른 감각들이 매우 발달해 있기 때문에 충분히 숙달만 되면 비장애인과 맞먹는 실력을 발휘하게 된다."

 시각장애인들은 손끝으로 가이드레일을 느끼면서 방향을 잡고 전진한다.
▲시각장애인들은 손끝으로 가이드레일을 느끼면서 방향을 잡고 전진한다. 진민용

 앞은 보이지 않지만, 볼링을 향한 열정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앞은 보이지 않지만, 볼링을 향한 열정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진민용

 힘차게 던진 공은 대부분 스트라이크와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이들의 도전은 멈추지 않을것 같다.
▲힘차게 던진 공은 대부분 스트라이크와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이들의 도전은 멈추지 않을것 같다. 진민용

-시각 장애인 볼링협회를 이끌어 가면서 개선됐으면 하는 것들이 있나.
"왜 없겠나. 먼저 선수를 키웠으면 좋겠다. 지금처럼 전문코치가 볼링을 가르치는 경우는 드물다. 시각장애인들이 스스로 스포츠를 즐기는 환경을 마련해주기를 바란다. 이것들이 성취되기 위해서는 시각장애인 전용 볼링장이 필요하다. 현재 곰두리나 한마음센터 등과같이 장애인 전용 수영장은 있지만 기타 종목은 전용 연습장이 전혀 없다. 특히 시각장애인 볼링장은 별도의 점자바닥이나 쓰러진 핀의 숫자, 남아있는 핀의 번호 등을 자동음성으로 알려주는 시스템, 그리고 볼링공의 손가락 홈에 고유번호를 새겨넣어서 자기의 공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하는 등 시스템 개발이 필요하다고 본다.

일반 볼링장에 시각장애인들이 연습하기가 힘들다. 다행히 이 곳은 볼링장 대표가 우리들을 위해 따로 두 개의 레일을 빌려줘서 연습하지만, 보통 볼링장에서는 시각장애인들이 들어오는 것 자체를 싫어한다.

그들이 싫어하는 이유도 있다. 먼저 쇠파이프처럼 생긴 '가이드레일'을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바닥이 상하기 쉽고, 장애인들이 옆에있다는 것 때문에 비장애인들이 꺼려한다는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 더욱이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볼링을 하면 공을 아무 곳이나 던져서 시설이 상할 것을 염려하기 때문이다.

또 관계기관에서도  장애인들의 생계를 위해서라도 선수 훈련이나 세계대회 유치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서 시각장애인들이 다른 것보다 볼링을 통해서 국위선양을 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본다.

지금 장애인 선수들 대부분이 저소득 생계지원을 받고 있거나 차상위계층으로 분류돼 있고, 일정한 직업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회복지 차원에서라도 장애인들의 자활 및 장애인 스포츠 육성은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라고 판단한다."

인터뷰를 마치고나니 시각장애인들은 볼링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막연한 선입견을 나 스스로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몇 가지 장치와 장소만 제공되면 얼마든지 비장애인과 같이 볼링을 즐길 수 있고, 그뿐 아니라 모든 스포츠를 자유롭게 즐길 수 있을텐데 말이다.

문득 어느 장애인 단체에서 본 문구가 생각났다. "장애인이 장애를 느끼지 못하게 하는 사회가 진정한 선진국이다"라는….

시각장애인볼링협회 장애인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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