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외국인 선수만큼은 아니지만, 팀 전력의 핵심으로 성적의 키를 쥐고 있다고 불렸던 두 선수. 하지만, 시즌 중 불의의 부상으로 코트를 떠났던 두 포인트가드가 마침내 새해 초. 팀 복귀를 앞두고 있다. 바로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대구 오리온스와 창원 LG의 걸출한 포인트가드인 김승현과 박지현이다. 어느덧 3라운드를 넘어 지난 주말부터 4라운드 초입에 접어든 2007~2008 SK 텔레콤 T 프로농구는 각 팀 간의 본격적인 순위 싸움에 접어든 상황이다. 특히나 최근 선두 원주 동부가 위태로운 모습을 보이고, 중위권싸움 역시 점점 안개 속으로 빠져들면서 매 경기 승리에 대한 열망 역시 강해진 상황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위태로운 중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창원 LG와 좀처럼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대구 오리온스가 팀 전력의 핵심 포인트가드인 박지현과 김승현의 복귀를 앞두고 있다. 위기를 겪고 있는 팀을 과연 두 포인트가드는 구해낼 수 있을까? 오리온스의 명예회복에 나선 김승현 “(김)승현이만 있었더라도 달라졌을지 몰라요.” 부산 KTF와 전주 KCC의 경기가 있었던 12월 30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만난 한 구단 관계자는 이충희 감독의 자진 사퇴를 아쉬워하면서 김승현의 부상 이탈만 없었더라도 이충희 감독이 시즌 도중 지휘봉을 놓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하면서 꺼낸 말이다. 사실 오리온스가 시즌 우승 2001~2002시즌 이후 여섯 시즌 연속 플레이오프(이하 PO)에 진출할 수 있었던 것은 팀 전력이 절대적으로 뛰어난 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물론, 정규리그 우승을 거두며 여유 있게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경우도 있었지만, 그 이후로는 시즌 막판까지 중위권에서 치열한 플레이오프 티켓 싸움 끝에 진출한 경우가 다반사였다. 물론, 마르커스 힉스라는 걸출한 외국인 선수가 있었던 2001~2002시즌과 2002~2003시즌은 정규리그 2연패를 했지만, 나머지 시즌은 시즌 중반 확실하게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짓기보다는 5․6위의 언저리에서 항상 마지막까지 가는 승부를 펼친 끝에 6강행을 결정짓곤 했다. 하지만, 이렇듯 PO진출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결정적으로 오리온스가 힘을 낼 수 있었던 것은 확실한 포인트가드. 김승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힉스나 페리맨, 마이클 등으로 이어지는 외국인 선수들의 뛰어난 활약도 있었지만, 팀 승리에 방점을 찍어줄 수 있는 포인트가드인 김승현이 있었다는 것은 오리온스에게는 축복이었다. 그랬던 김승현이 지난 10월 18일 울산 모비스와의 개막전 이후 허리 디스크 통증으로 전력에서 제외되고야 말았다. 근 50여일만의 일이지만, 모비스와의 개막전과 KT&G와의 경기를 모두 승리하면서 2연승으로 잠시나마 선두에 있었던 오리온스의 성적표는 어느덧 10개 구단 최하위로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더 큰 문제는 남은 시즌의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혹자들은 벌써부터 32연패의 악몽을 당한 과거 1998~1999 시즌 못지않은 부진에 빠질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한다. 당시 특급 외국인 센터였던 콜버트의 ‘야반도주’와 타 팀에 비해 열악했던 국내 선수진 때문에 상대팀의 승리 재물이나 다름없었던 그때와 외국인 선수의 부진과 부상은 물론이고, 병철-이동준 이외 국내 선수들이 ‘동반 부진’에 빠지면서 총체적인 난국에 빠진 지금의 오리온스는 큰 차이가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승현 역시 마냥 병원에만 있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결국, 김승현은 1월 5일 원주 동부전이나 6일 서울 삼성전에 복귀가 유력한 상황이다. 특히나 올 시즌 좋은 활약을 선보이고 있는 동부의 표명일, 삼성 이상민과의 포인트가드 맞대결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오리온스가 이토록 부진에 빠진 것도 ‘김승현의 원맨팀’이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 김승현에 대한 의존도가 크기 때문이다. 김승현 덕분에 ‘노마크 찬스’에서 슛을 쏘아대는 것이 익숙하던 선수들 입장에선 김승현이 빠지다보니 자연스레 스스로 찬스를 만들어야 했고, 그러한 플레이가 여의치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만큼 오리온스에서 김승현의 존재감은 '절대적'이다. 현실적으로 PO진출은 어려워진 오리온스. 하지만, 김승현 입장에선 자존심 회복이라는 과제는 남은 것이다. 과연 김승현이 자신과 오리온스의 동반 명예 회복이라는 과제를 일궈낼 수 있을지 주목해보자. 화려하진 않지만 건실한 박지현 비록 김승현만큼 화려한 플레이를 선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선수 보는 눈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신산’ 신선우 감독의 눈을 만족시킨 포인트가드인 박지현 역시 새해 벽두에 코트 복귀를 노린다. 11월 21일 전주 KCC와의 경기 도중 왼쪽 무릎 인대가 파열 당해 6~8주 진단을 받고 재활에 매달려 온 박지현은 다소 빠르다면, 1월 5일 부산 KTF와의 홈 경기에도 출장할 수 있다. 물론, 신선우 감독 입장에서는 서두르지 않고, 1월 중순 정도를 목표로 코트 복귀를 준비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LG의 팀 사정상 박지현의 복귀를 한 시라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30일 9위 모비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73-81로 패한 것에도 알 수 있듯 전력 자체가 아직 완전하지 못하다. 특히나 현주엽과 조상현 두 토종 스타들이 잔부상과 공격 부진으로 좀처럼 제 몫을 못해주다 보니 자연스레 두 외국인 선수에 편중된 플레이를 펼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포인트가드 자리를 홀로 도맡아 하고 있는 이현민의 부담도 덜어줘야 하는 상황이다. 매 경기 거의 풀타임을 뛰고 있는 이현민이 서서히 체력적인 한계에 도달한 상황이기 때문에 그의 부담을 덜어줘야 하는 상황이다. 잔기술이나 공격 능력에 있어서는 이현민이. 수비나 속공-패스 능력에 있어서는 박지현이 더욱더 돋보인다는 것 역시 공-수에 있어서 LG의 전술 다양화에 박지현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위태로운 중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LG가 박지현의 복귀를 밑거름으로 새로운 송골매처럼 화려한 날개 짓을 할 수 있을 지 주목해보자. 두 선수의 짧았던 오리온스에서의 인연
한 가지 묘한 것은 김승현과 박지현이 오리온스에서 한솥밥을 먹어본 적이 있다는 사실이다. 김승현이 2001~2002시즌 입단하고, 2002~2003시즌 박지현이 입단해 오리온스의 주전-백업 포인트가드로 경쟁했었다. 특히나 현역 시절 가드 출신으로 빅맨 중심의 농구보다는 확실한 외국인 득점원과 포인트가드를 중심으로 한 빠른 공격농구를 추구한 김 진 감독은 김승현과 박지현을 같이 코트에 투입해 쏠쏠한 재미를 보기도 했었다. 박지현 입장에선 김승현의 그늘만 없었더라면 얼마든지 주전 자리를 꿰찰 수도 있었지만, 김승현 때문에 항상 ‘2인자’일 수 없었던 것이었다. 그나마 김 진 감독은 두 선수를 같이 기용하는 '투 가드' 시스템으로 선수기용의 해법을 어느 정도 찾은 것이다. 그러나 박지현은 뛰어난 수비력과 스피드를 앞세워 김승현의 아성을 점차 위협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와중에 상무에 입단해야 했고, 제대를 앞둔 2006~2007시즌 직전 전자랜드와 LG와의 트레이드 과정에서 LG로 이적한 것이었다. 이제는 다른 팀 유니폼을 입고 소속 팀 복귀를 앞둔 김승현과 박지현. 과연 소속 팀 복귀를 앞둔 두 포인트가드는 얼마나 팀에 신바람을 불러올 수 있을 지 주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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