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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야구단, 매각 과정에 문제 있다

[프로야구] KT 창단 발표, 나머지 7개 구단 가입금과 연고지 문제로 반발

07.12.30 11:41최종업데이트07.12.30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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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야구단 만듭니다." KT는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프로야구 참여를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 KT


파국으로 치닫던 현대 유니콘스 야구단 매각 문제가 최근 활로를 찾았다. 신상우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는 27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 7층 기자실에서 특별 기자회견을 열어 현대 야구단 매각 사실을 밝혔다. 그 주인공은 국내 최고 통신업체인 KT다.

KT는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KBO와 프로야구단 창단을 위한 실무협상을 개시한다고 발표했다. 공기업을 제외한 재계 7위 그룹인 KT는 프로야구단의 주인이 되기에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간 KBO는 현대 야구단 매각을 위해 재계 20위권 이내의 기업과 계속 협상을 진행해왔다.

가입금만 60억원, 현대는 공짜구단?

KBO가 당당하게 KT의 프로야구 참여를 밝힌 것과 달리 현대를 제외한 7개 구단의 반응은 싸늘하다.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매각대금. 신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KT가 팀을 창단하는 것이므로 매각대금 없이 60억원 이상의 성의만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신 총재가 밝힌 KT의 가입금 60억원은 당초 현대 야구단 매각의 주인공으로 거론되었던 농협과 STX가 부담할 예정이었던 80억원에 못 미치는 금액이다. 또한 1996년 현대가 태평양 돌핀스를 인수할 때의 470억원과 2000년 SK 와이번스가 참여했을 때 썼던 250억원과도 큰 차이가 있다.

더구나 이번 사례는 현대 야구단의 매각대금을 별도로 계산하지 않는다. 12년간 한국시리즈 우승을 4번이나 차지한 명문구단 현대의 가치는 단 1원으로도 평가받지 못한 셈이다. 명백한 '헐값'이다.

7개 구단의 불만은 바로 여기서 출발한다. 만약 KT가 60억원만을 지불하고 야구단을 창단할 경우 야구단 전체의 가치 하락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7개 구단은 KT가 보다 더 많은 투자를 해 스스로 구단 가치를 높일 것을 주문하고 있다.

KBO는 올해 현대 야구단의 운영비로 131억원을 긴급 대출하기도 했다. 따라서 7개 구단은 KT가 현대의 부채인 131억원을 정리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비록 KT가 새로운 구단을 창단하는 형식으로 프로야구에 참여하지만 현대의 선수들을 모두 데려가고 각종 혜택을 받게 되는 이상 현대의 잔재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논리다. 사실 KT의 가입비 60억원은 이것을 갚기에 크게 부족한 수준이다.

노른자위 서울, 무혈입성도 문제

연고지 문제도 커다란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 KT는 창단과 함께 서울을 연고지로 사용할 예정이다. 서울 입성에 드는 추가 비용은 없다.

그러나 과거 SK는 인천 연고 획득을 위해 현대의 서울 입성금 54억원을 대신 지불했다. 이대로라면 SK는 54억원을 고스란히 허공에 날리게 된다. 아울러 보상금으로 각각 27억원을 받아야 할 서울 연고팀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에게 돌아갈 몫도 없다.

이에 두산과 LG는 즉각 반발 성명을 냈다. 두산과 LG는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절차를 무시한 KBO의 발표를 수용할 수 없다"는 강력한 항의의 뜻을 밝혔다. 이어 신 총재의 '8개 구단 사장단과 협의해 양해를 구했다'는 주장도 "사실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만약 KT가 60억원의 가입금만 부담하고 서울에 입성한다면 두산과 LG의 입장에서는 공짜로 연고지를 공유해야 하는 입장이어서 다소 부담스럽다. 물론 서울은 3~4개 가량의 프로야구단이 들어서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관중동원에는 큰 차질이 없을 전망이지만 두산과 LG는 이번 일을 결정하기 전에 더욱 자세한 논의가 있었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다른 구단들도 씁쓸하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흥행과 운동 환경 측면에서 열악하기 짝이 없는 지방팀인 한화 이글스, 삼성 라이온즈, KIA 타이거즈의 불만은 상당하다.

9월 26일 KBO가 발표한 2007년 구단별 관중 현황은 지방팀의 흥행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수도권에 위치한 LG, 두산, SK는 각각 88만4681명, 76만8821명, 64만6576명의 관중을 불렀고 제2의 도시 부산을 연고로 한 롯데 자이언츠도 74만9417명을 동원했다. 반면 지방에 위치한 한화, 삼성, KIA는 각각 30만3604명, 32만3814명, 20만2021명으로 이에 절반수준에 그쳤다.

위의 관중 현황은 단순히 인기와 성적만이 영향을 줬다고 보기는 어렵다. 구단별로 연고 도시의 규모와 입지조건의 차이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들의 입장에서 '노른자위' 서울로 무혈입성하는 KT가 결코 반갑지 않은 동반자가 될 수 있다.

7개 구단이 현대 야구단 뒷수습해야 할 의무라도 있나?

▲ 12년 역사, 현대 유니콘스 현대 유니콘스는 12년 동안 한국시리즈 우승을 4차례나 일궈내며 한국 프로야구의 대표적인 강팀으로 자리매김했다. ⓒ 현대 유니콘스


KT의 프로야구단 참여는 야구계에서 분명 환영할 만한 일이다. 실제로 현대 야구단과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는 27일 KT가 창단한다는 소식을 듣자 환영의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2008시즌을 8개 구단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대의 앞에서 절차가 무시되는 현실은 명백한 지적 대상이다. KBO가 아무리 시간에 쫓겼다지만 다른 구단들과 충분히 논의를 거치고 일부 잡음을 없앤 뒤 발표를 했다면 지금과 같은 혼란을 야기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KT 창단 발표 이후 나머지 7개 구단은 마치 약속이나 한 듯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KBO가 현대 야구단 매각이라는 열매를 얻기 위해 졸속행정을 펼쳤다는 뚜렷한 증거다.

KBO는 이미 농협과 STX 인수 무산을 통해 프로야구단의 가치를 땅바닥으로 떨어뜨렸다. 덩달아 KBO에 대한 야구팬들의 신뢰도 완전히 추락했다. 여기서 KBO가 7개 구단의 신뢰마저 잃는다면 과연 누가 그들을 믿을 수 있을까.

만약 프로야구가 철저한 경제논리를 내세웠다면 운영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현대 야구단은 해체하는 것이 옳았다. 지금 KBO는 현대 야구단 운영비로 대출한 131억원에 대해 KT에게 60억원을 받고 나머지 71억원을 모두가 같이 부담하자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나 7개 구단이 현대 야구단 운영 대출금까지 갚아줘야 할 이유는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

프로야구단은 엄연히 기업이다. 남을 위해서 손해를 입으라는 것은 아무리 대의명분을 앞두고 있더라도 기업의 상식에서 크게 어긋난다. 더구나 KBO는 프로야구단이 수년째 만성적자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현재 7개 구단의 불만이 단순히 자신들의 기득권을 외치기 위한 이기주의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의문이다. KT의 참여는 분명 프로야구에 필요한 것이지만 이에 나머지 7개 구단의 희생이 요구된다면 전적으로 재고해야 한다. 정상적인 8개 구단의 운영을 위해서 KBO의 보다 현명한 대처가 절실해 보인다. 아울러 KT가 좀 더 지갑을 열어 7개 구단의 불만을 잠재울지도 관심을 모은다.

미 프로야구 몬트리올 매각과정도 현대와 유사?

▲ 몬트리올의 유일한 포스트시즌 몬트리올은 1981년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LA 다저스를 상대로 2승 3패를 거뒀다. ⓒ 워싱턴 내셔널스


만약 KT가 현대 야구단 매각대금을 지불하지 않고 가입금 60억원에 프로야구에 참여한다면 당초 470억원이던 현대 야구단은 12년만에 단 1원의 가치도 인정받지 못하게 된다.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캐나다에 위치한 몬트리올 엑스포스는 연고지의 야구 열기가 워낙 떨어지는데다 2000년 이후 구단주의 투자까지 줄어드는 악재를 맞았다.

몬트리올은 90년대 중, 후반 투수 페드로 마르티네스(현 뉴욕 메츠), 외야수 블라디미르 게레로(현 LA 에인절스) 등의 스타를 보유하고도 흥행에 참패했고 구단 운영은 갈수록 어려워졌다. 한국인 선수로는 투수 김선우(30)와 송승준(27·롯데)이 이곳(송승준은 몬트리올 산하 마이너리그)을 거치기도 했다.

결국 몬트리올을 제외한 29개 구단은 2002년 몬트리올을 1억2000만달러(약 1100억원)에 인수해 운영을 했고 2004년 연고지를 노른자위인 워싱턴 D.C.로 옮기는 데 성공했다. 2005년에는 워싱턴 내셔널스로 구단의 이름까지 바꿨다.

새로운 주인도 나타났다. 2006년 5월 시어도어 레너 그룹은 워싱턴을 4억5000만달러(약 4200억원)에 매입했다. 불과 4년만에 구단의 가치가 무려 4배 가까이 상승한 것이다. 현대와 몬트리올의 매각은 운영이 어려운 구단을 잠시 다른 구단의 도움으로 운영했고 좋은 곳으로 연고지 이전을 했다는 점에서 유사한 점이 있다.

하지만 두 구단은 판이하게 다른 대접을 받았다. 현대는 12년 동안 무려 4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궈냈고 통산 834승37무682패, 승률 0.550를 기록 리그의 대표적인 강팀으로 자리잡았으나 가치가 거의 없다시피한 실정이다.

반면 몬트리올은 전까지 단 한 번의 월드시리즈 우승도 없었으며 포스트시즌 진출이 1981년 한 차례에 불과하다. 또한 후신인 워싱턴을 포함하더라도 2980승 3204패, 승률 0.482에 그쳐 현재까지도 리그의 대표적인 하위팀이라는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헌데 미국 프로야구는 평범한 팀 몬트리올의 가치마저도 더욱 향상됐다는 것이 큰 차이점이다.

사실 이게 한국 프로야구의 현 주소다. 좋은 구단도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냉엄한 현실이다. 이제는 '야구계가 자신들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각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보다 더 설득력을 얻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아래의 주소로 야구관련 제보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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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berealist@nate.com
프로야구 KT 현대 유니콘스 서울 목동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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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동작구위원장. 전 스포츠2.0 프로야구 담당기자. 잡다한 것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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