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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최고의 선수는? '토종 빅맨 혹은 포인트가드'

역대 MVP와 신인왕을 통해 돌아본 KBL

07.12.29 14:54최종업데이트07.12.29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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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신인왕과 MVP 수상자를 보면 KBL의 역사를 읽을 수 있다? 올해로 출범 10주년 째를 맞이하고 있는 프로농구에서는 모두 12명(공동수상 1회 포함)의 MVP와 10명의 신인왕을 배출했다. 흥미로운 것은, 포지션별로 토종 타이틀을 대부분 포인트가드들이 가져갔다는 점이다.


MVP 부문에서는 횟수로 포인트가드가 7회(공동수상 포함)을 차지했고, 센터 혹은 파워포워드가 3회의 영광으로 그 뒤를 이었다. 포인트가드에서는 이상민(삼성)과 양동근(상무)이 각 2회, 강동희(전 기아), 김승현(오리온스), 신기성(KTF)이 각 1회 수상했다. 빅맨으로서는 서장훈(KCC)이 2회, 김주성이 1회(동부)다.


예외적인 사례로 눈길을 끄는 것은 2000-2001시즌 MVP였던 조성원(당시 LG), 2002-2003시즌의 김병철(오리온스)이다. 포지션상 슈팅 가드로 분류되는 이 선수들은 슈터로서는 드물게 정규시즌 MVP를 차지하며 화제를 모았다. 조성원은 단일시즌 국내 선수 최다득점(25.7점)이라는 상징성, 김병철은 당시 정규시즌 2연패를 차지한 팀 성적의 프리미엄에 힘입은 바 있다.


신인상도 대부분 포인트가드들의 몫이었다. 역대 신인왕 10명 중 무려 절반에 해당하는 5명(주희정, 신기성, 김승현, 양동근, 이현민)이 포인트가드의 몫이었다. 이규섭, 이현호, 방성윤, 김성철 등 포워드들이 그 뒤를 이었다. 빅맨으로서는 유일하게 김주성이 신인왕의 영광을 수상했다. 또한 양동근, 김승현, 신기성, 김주성 등 4명은 프로농구사에 신인왕과 MVP를 모두 석권한 사례로 기억된다.


전반적으로 포인트가드가 강세를 보인 것은, 각 팀의 주 득점원을 대부분 외국인 선수들이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 불러온 결과라 할 만하다. 프로화가 진행되면서 각 구단들은 경쟁적으로 탄력과 파워에서 한 수 앞선 외국인 빅맨들을 골 밑에 경쟁적으로 배치했고, 국내 정통 빅맨들과 슈터들의 입지는 극히 축소되었다. 지난 11시즌간 단 한차례도 토종 득점왕을 배출하지 못한 현실은 이를 반증하는 상징적인 사례다.


자연히 외국인 센터와 정교한 호흡을 맞출 수 있는 뛰어난 포인트가드들이 상종가를 기록하게 되었다. 농구대잔치 시절 두각을 나타냈던 국내파 슈터들은 외국인 센터들을 받쳐주는 조연으로 전락했다. 반면 장신자들이 대부분 생존을 위해 장신 포워드나 슈터로의 전향을 모색하는 가운데, 드물게 살아남은 서장훈과 김주성은 토종 빅맨의 자존심으로 불리며 가드들이 득세하는 프로농구 판도에서 그 희소성을 인정받았다.


올해 프로농구 신인왕과 MVP 경쟁도 결국 빅맨과 포인트가드의 대결이라고 할 수 있다. 프로농구 1, 2위를 다투는 양강 원주 동부와 안양 KT&G에는 각각 김주성과 주희정이라는 확실한 에이스가 있다.


'연봉킹' 김주성은 경기 당 15.3점 6.59리바운드. 2.54블록슛을 기록하며 동부의 선두 질주를 이끌고 있다. 외국인 선수들의 수준이 다소 낮아지고, 뛰어난 능력을 갖춘 정통 빅맨을 구하기가 어려워진 지금, 김주성의 주가와 희소성은 전보다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동부가 정규시즌 타이틀을 차지할 경우, 김주성은 2003∼2004시즌 이후 두 번째 MVP 타이틀을 차지할 확률이 높다. 프로농구 역사상 MVP를 2회 수상한 것은 양동근, 이상민, 서장훈 등 모두 세 명이다.


동부의 유력한 대항마로 꼽히는 KT&G를 이끄는 리더 주희정은 김승현-양동근이 빠지며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한 프로농구 최고 포인트가드 경쟁의 새로운 우량주다. 올 시즌 12.73점 8.12도움 4.35리바운드 1.54가로채기를 기록 중인 주희정은, 올해는 약점으로 꼽히는 외곽 슛까지 장착하며 명실상부한 특급의 반열에 올라섰다. 주희정이 만일 MVP를 수상한다면, 역대 5번째 신인왕 출신 MVP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올 시즌 신인왕 경쟁도 전형적인 빅맨과 포인트가드의 대결구도라 할만하다. 함지훈(모비스)은 경기당 16.3점 3.3도움, 6.48 리바운드를 기록하며 명실상부한 한국농구의 차세대 빅맨으로 떠올랐다. 김태술(SK)은 11.35점 8.62도움의 만만치 않은 성적으로 김승현에 이어 6년만에 신인왕-도움 타이틀 동시석권을 노리고 있다.


각 포지션을 대표하는 스타들의 신-구대결도 눈길을 끄는 요소다. 김주성과 함지훈은 올 시즌 토종 빅맨의 간판주자로 국내파 득점-리바운드 수위를 놓고 치열한 대결을 펼치고 있다. 도움부문 2연패에 도전하는 주희정은 현재 1위를 달리고 있는 김태술을 추격하며 개인 타이틀 경쟁을 펼치고 있기도 하다. 저마다 팀 순위와 포지션 경쟁으로 얽히고 설킨 각 선수들의 활약상이 흥미진진한 화제를 모으고 있다.

2007.12.29 14:54 ⓒ 2007 OhmyNews
프로농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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