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용서, 쉽지 않은 선택이라 더 아름답다

사형제 폐지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영화 <데드 맨 워킹>과 <밀양>

07.12.28 15:01최종업데이트07.12.28 16:49
원고료로 응원

▲ 데드 맨 워킹 . ⓒ 스타맥스

우리나라에서 오는 30일까지 사형이 집행되지 않으면 10년째 사형집행이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나라도 국제사면위원회가 인정하는 사형제 폐지국가에 들어선다.

 

사형제가 있어야 한다는 이들은 '사형은 범죄자 처벌뿐 아니라 범죄를 억제한다'고 믿고, 사형제가 없어져야 한다는 이들은 '헌법 제10조 인간 존엄에 반하며 국가가 사람을 살해한 범인 행위를 비난하면서 국가가 이를 행하는 것은 이율배반'이라고 주장한다.

 

이렇듯 사형제 폐지에 관해서는 찬반이 있는데, 피해자 입장에서 보면 그들 마음도 이해가 되니 어느 쪽이 딱 옳다고 얘기할 수 없다.

 

여기 그 문제에 관해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 두 편이 있다. <데드 맨 워킹>과 <밀양>. 이 두 영화 공통점은 숀 펜과 수잔 서랜든, 송강호와 전도연, 이른바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나온다는 거다.

 

사형을 앞둔 사람과 영적 안내자가 된 수녀를 통해 사형 제도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데드 맨 워킹>. 영화의 제목인 '데드맨 워킹'은 간수들이 사형 집행장에 들어서는 사형수를 부르는 은어라고 한다.

 

루이지애나 흑인 빈민가에서 봉사를 하는 수녀 헬렌 프리진(수잔 서랜든 분)은 어느 날 매튜 폰스렛(숀 펜 분)이란 죄수로부터 편지를 받는다.

 

▲ 영화 한 장면 . ⓒ 스타맥스

 

매튜는 데이트 하던 두 연인을 강간하고 살해한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았다. 그는 변호사를 선임하지 못해 억울하게 사형선고를 받았을 뿐이라며 도와달라고 한다. 헬렌은 무보수로 봉사하는 변호사 힐튼 바버(로버트 프로스키 분)와 함께 사형만은 면하게 하려고 항소를 하지만 사형 집행일이 결정된다.

 

사형일을 얼마 앞두고 매튜는 헬렌에게 사형장까지 함께 하는 영적 안내자가 되어 달라는 부탁을 한다. 주위 만류에도 불구하고 헬렌 수녀는 사형 집행일까지 시간(6일)을 함께 보낸다.

 

▲ 밀양 . ⓒ 아트서비스

헬렌 프리진 수녀 경험을 영화화한 이 작품은 당시 전 세계적으로 사형 제도에 관한 논의를 일으켰다. 1996년에 나왔으니 지금으로부터 12여년 앞서 나온 이 영화를 감독한 이는 수녀로 분한 수잔 서랜든 남편이기도 한 팀 로빈스다. 그는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긴 하지만 은근히 사형으로 죽는 매튜 편에 선다.

 

무거운 주제를 풀어내는 이창동 감독 작품인 <밀양>. 전도연은 이 영화로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신애는 남편이 교통사고로 죽자, 아들과 함께 남편 고향인 밀양으로 내려와 피아노 학원을 하면서 살아간다. 그러나 아들이 유괴되어 죽자 깊은 절망에 빠진다.

 

그런 신애를 위로하고 구원해주는 건 종교다. 신애는 범인을 용서해 주겠다는 생각으로 교도소로 가지만 신에게 이미 용서받았다고 편안한 얼굴로 말하는 범인을 보고는 충격을 받는다.

 

용서는 피해자인 자신이 해야 하는데 이미 용서를 받았다는 말에 용서할 수 없는 자를, 용서하겠다고 잠시 허세를 부렸다는 걸 느낀다.

 

이 영화 두 편은 나쁘게 말하면 보기 지루한 영화다. 그러나 현실과 이상, 신앙에 대한 한계 같은 고민거리가 들어 있어 꼭 볼만한 영화이기도 하다.

 

▲ 영화 한 장면 신애는 범인을 용서해 주겠다는 생각으로 교도소로 간다. ⓒ 아트서비스

 

"살인은 나쁜 것이에요. 그 주체가 누구든 간에…."

 

사형제 존속이냐, 폐지냐를 놓고 말들이 많은데 <데드 맨 워킹>에서 사형수 매튜가 죽기 앞서 남긴 이 말을 음미하면 답이 나오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

2007.12.28 15:01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
사형제 폐지 영화 데드 맨 워킹 밀양 전도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