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은 빨간 종이가루로...2일 오후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2007 하나은행 FA컵 결승 2차전에서 포항 팬들이 열렬히 응원하고 있다.
이성필
형님네가 뿌린 빨간 종이가루는 운동장 전체를 수놓았다. 이에 동생은 노란 종이가루를 준비해 뿌렸다. 두 가지 색의 종이가루는 작은 전용구장을 뒤덮었다. 흡사 남미에서나 볼 수 있는 분위기가 연출된 것이다.
제철가(家) 형제의 기 싸움은 아무도 못 말려!형님이 즐겨 부르는 노래는 '영일만 친구'다. 지난달 2007 삼성 하우젠 K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 영일만 친구는 성남 일화라는 친구를 정신없게 했다. 소리가 어찌나 크던지 체력이 그렇게 좋다는 그 친구는 결승 1차전에서 세 골을 내주며 무너졌고 결국 형님에게 우승을 내줬다.
이에 대비해 동생은 '남행 열차'를 내세웠다. 사람이 많지 않아 자주 부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큰 목소리로 부르면 상대를 슬프게 할 수 있다. 이미 지난달 25일 형님은 동생네 경기장에서 열렸던 2007 하나은행 FA컵 결승 1차전에서 2-3으로 크게 혼난 적이 있다.
일주일이 지난 뒤 형님네 경기장에서 두 번째 만남을 가졌다. 마침 K리그에서 18년 동안 판관 생활을 했던 2대8 가르마의 권종철 주심의 은퇴경기로 치러지는 터라 의미는 더욱 깊었다.
초반부터 형님은 동생을 마구 밀어붙였다. 동생은 조금 당황하는 듯했다. 그러나 형님네 기둥인 김기동(37) 사령관이 공에 맞은 충격으로 일찍 그라운드에서 나가며 한결 수월해졌다.
결국, 동생은 전반 34분 선제골을 넣었다. 지난해 결승에서 만난 맞수 수원 삼성을 상대로 선제골을 넣었던 송정현이 넣은 것이다.
1, 2차전 통합 점수는 4-2, 형은 이미 올 시즌 K리그 우승을 했다. 동생에게 FA컵 우승을 내주고 의좋은 형제가 되는 것도 나쁘진 않았다. 동생이 우승하면 내년 AFC(아시아 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 나갈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우산장수'와 '짚신장수' 같은 아들을 둔 부모님 '포스코' 입장에서도 기분 좋을 상황.
하지만, 형과 아우는 부모님의 생각과는 달랐다. 자기 장사가 잘돼야 먹고 살 수 있는 법. 무조건 내가 이겨야 했다. 형님은 동생에게 첫 번째 다운을 당했지만 그대로 물러서지 않았다. 후반 2분 황진성이 왼발로 골문에 밀어넣으면서 쫓아가는 듯했지만 이내 동생에 후반 35, 39분 연거푸 두 골을 다시 내줬다.
동생은 남행 열차를 부르며 자축했다. 형님네 안방에서 부르는 남행 열차는 짜릿했다. 혹시나 영일만 친구를 듣게 될까 걱정했지만 한 번도 부르지 못하게 했다.
형제는 내년 챔피언스리그에서 영광을 맛볼까?
▲동생은 우애를 과시했다'같은 피'라는 것을 알려주기라도 하듯 광양에서 원정 온 동생(전남 드래곤즈)은 유니폼을 반으로 가른 걸개를 걸고 응원했다. 이성필
열두 살 된 동생 전남 드래곤즈가 2일 오후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2007 하나은행 FA컵 축구선수권대회 결승 2차전에서 형님 포항 스틸러스를 3-1로 대파하고 2년 연속 우승컵을 들었다.
우승만 해도 좋은데 최우수선수(MVP)에 전남 드래곤즈 왼쪽 측면 미드필더 김치우가 선정됐다. 지도자상에는 허정무 감독과 김봉길 코치가 수상하는 등 주요부분을 독식했다.
전남은 경기 종료 후 선수들에게 우승 기념 티셔츠를 나눠주며 기쁨을 함께했다. 꼭 포항이 지난달 K리그 챔피언결정 1차전에서 승리한 뒤 미리 우승기념 행사를 기획했던 것과 너무나 닮았다.
어느 쪽이 우승하든 포스텍(포항공대) 국제관에서 축하연을 하기로 한 것도 모기업이 같았기에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광양에서 여든 두 대의 버스에 나눠타고 온 3천여 명의 팬은 철창 위에 매달려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선수들이 우승컵을 들고 다가오자 원정 응원 오기를 잘했다는 듯 박수와 괴성으로 화답했다.
경기 종료 뒤 만난 김치우는 "이적해서 첫 해 우승을 해서 기분이 너무 좋다. 초기에는 많이 힘들었는데 우승으로 보답 받은 것 같다"고 감정을 털어놨다.
선수와 팬들 모두가 이런 감정을 보인 데는 이유가 있다. 지난해 FA컵 우승 자격으로 올해 AFC 챔피언스리그에 나갔지만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망신을 당했기 때문이다. K리그 팀들이 최소 4강 내지는 우승이라는 장면을 보여줬기에 보통 망신이 아니었다.
우승을 함께 나눈 두 형제는 내년 아시아 최강을 향해 준비한다. 결승전에서 만났으면 좋겠다는 감정을 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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