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남의 제도를 급하게 따라가야 하나요?"

K리그 승격놓고 지난해와 같은 그림을 그리려는 내셔널리그, 무엇 때문에?

07.11.29 22:03최종업데이트07.11.29 22:13
원고료로 응원
내셔널리그 울산현대미포조선 우승컵을 들어올리고 K리그 승격자격을 얻은 미포조선 축구단. 이들은 과연 K리그에 승격 할 것인가?
내셔널리그 울산현대미포조선우승컵을 들어올리고 K리그 승격자격을 얻은 미포조선 축구단. 이들은 과연 K리그에 승격 할 것인가?내셔널리그

 

28일 오후 수원월드컵경기장. 100여명 남짓 되는 관중이 본부석 건너편에서 내셔널리그 챔피언결정 2차전 수원시청-울산 현대미포조선(이하 미포조선)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많지 않은 관중 속에서 수원시청을 응원하는 한 '아저씨부대'가 보였다. '심우FC'라는 조기축구회 소속이라고 밝힌 이들은 자신들이 수원시청의 원조 서포터라며 '미포조선은 가라, K리그는 수원시청이 간다'는 문구가 새겨진 걸개를 들고 응원했다.

 

이들은 모두 격앙되어 있었다. 수원시청은 1차전에서 선수 5명과 감독이 퇴장당하며 실격패를 했기 때문이다. 심상구(50)씨는 "미포조선을 K리그에 올리려고 내셔널리그연맹이 수원시청을 희생양으로 삼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급하게 남의 제도를 따라가려다가 이런 일이 일어난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몇몇 관중은 "원칙적으로 하는 것이 순리"라며 대한축구협회(회장 정몽준)와 한국프로축구연맹(회장 곽정환), 내셔널리그연맹(회장 이계호) 등 승강제와 맞물린 주체들을 비난했다.

 

급하게 남의 제도 따라가려다가...

 

지난해 은행법을 이유로 승격거부한 고양 국민은행  고양 국민은행은 지난해 승격을 포기했다. 자신을 주변의 환경(은행법)이 완전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들 외에도 내셔널리그 팀들의 대다수는 프로가 될 만한 수준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은행법을 이유로 승격거부한 고양 국민은행 고양 국민은행은 지난해 승격을 포기했다. 자신을 주변의 환경(은행법)이 완전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들 외에도 내셔널리그 팀들의 대다수는 프로가 될 만한 수준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이성필

내셔널리그는 올 시즌 초까지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우승팀인 국민은행이 '승격거부'라는 폭탄을 던졌기 때문. 국민은행은 '은행법의 개정이 이뤄지지 않는 이상 프로가 될 수 없다'는 주장을 폈다.

 

고민 끝에 준우승팀 김포(현 안산) 할렐루야를 승격 대상에 포함하고 긴급하게 일주일의 준비기간을 부여했지만 수포로 돌아갔다. 프로연맹이 오직 우승팀만 승격할 수 있다고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오도 가도 못한 내셔널리그는 이사회를 수차례 열어 국민은행 문제를 논의해야 했고 이는 올해 초까지 이어졌다. 결국 이 문제는 고양 국민은행에 '전·후기 승점 10점 삭감'이라는 솜방망이 징계를 내린 것으로 일단락 됐으나, 축구팬들의 비난은 거셌다.

 

승점이 삭감된 국민은행이 관심권에서 사라지면서 자금력과 K리그 승격 의지가 가장 강했던 미포조선이 급부상했다. 이에 부응하듯 미포조선은 전기리그 우승을 확정지으며 일찌감치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고 후기리그 우승팀 수원시청을 상대로 2연승을 거두며 우승을 차지해 K리그 승격자격을 획득했다.

 

그러나 실격패가 나오는 등 김빠진 상황이 만들어지면서 미포조선도 급격하게 가라앉았다. 선수들도 기쁨을 쉽게 표현하지 않았다. 노흥섭 미포조선 단장은 "파행적인 운영이 없어져야 한다"며 "이래서 프로에 가야하느냐"고 말했다.

 

2년 연속 승격 여부를 고민하는 상황이 나오면서 지난 2001년 축구협회가 '2010년까지 FIFA 랭킹 10위권 진입을 목표로 한다'며 내놓은 '2010 프로젝트'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축구협회는 10가지 과제를 제시하면서 두 번째에 '클럽 축구 활성화 통한 저변 확대'를 올려놓았다. 세부 사항으로 ▲K리그와 내셔널리그 활성화 ▲K3리그 및 하부 리그의 출범으로 상, 하 피라미드 시스템 구축이라는 문구를 넣었다.

 

다섯 번째 사항은 좀 더 구체적이다. '프로팀 추가 창단 및 1, 2부 승강 시스템 구축'이라는 명제를 내세우면서 세부 사항으로 ▲K리그-내셔널리그 간의 승강제 구축을 내세웠다. 이런 정책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비롯해 선진 프로리그의 승강제를 모델로 한 것이다.

 

승격 주체 모두가 책임

 

실업연맹은 군말 없이 따랐다. 2003년 K2리그로 바꾸고 정규리그를 도입해 프로 2부와 유사한 모양새를 냈다. 지난해에는 내셔널리그로 명칭을 다시 한 번 바꾸면서 우승팀에 K리그 승격자격을 부여하기로 했다.

 

그러나 내셔널리그 내부의 준비는 완전하지 못했다. 국민은행은 은행 고유업무 외 수익사업을 할 수 없는 은행법의 규제를 받는다며 뒤로 물러섰다. 강릉시청, 수원시청 등 지자체 팀들도 '스포츠산업진흥법'이 통과돼야만 프로가 될 자격이 된다. 굳이 따지자면 미포조선과 할렐루야만이 현재 승격자격을 '겨우' 갖춘 팀이다.

 

각 팀의 상황이 이런데도 내셔널리그는 무리수를 뒀다. 올해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는 각 팀이 승격 가능한 연도를 발표해 불신과 온갖 억측을 자초했다. 이계호 회장은 "축구팬이나 언론의 비판은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며 모든 책임을 뒤집어 썼다. 

 

하지만, 축구협회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내셔널리그의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음에도 단계적인 계획보다는 근시안적인 상황처리에 급급했다. 익명의 한 축구인은 "힘없는 내셔널리그가 축구협회의 밀어붙이기 정책에 벙어리가 된 격"이라고 현 상황까지 오게 된 이유를 축구협회에 돌렸다.

 

미포조선의 연고지 울산에는 현재 울산 현대 호랑이 축구단이라는 프로팀 있다. 정몽준 회장이 최대주주인 현대중공업이 스폰서인 울산 현대와 중공업의 자회사인 미포조선으로 얽힌 관계는 완전하지 않는 승격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심씨의 표현대로 남의 제도를 급하게 받아들여 생긴 상황이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2007.11.29 22:03 ⓒ 2007 OhmyNews
승강제 K리그 승격 내셔널리그 한국축구 10대 과제 대한축구협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