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외국인 감독에 대한 학습효과와 임기보장

히딩크 이후 외국인 감독 '평균 임기 1년', 무엇을 보여주나

07.07.31 19:05최종업데이트07.08.01 07:10
원고료로 응원
2001년 거스 히딩크 감독 이후 한국축구는 7년간 5명의 외국인 감독을 거쳤다. 이중 네덜란드 지도자(히딩크, 딕 아드보카트, 요하네스 본프레레, 핌 베어벡)가 4명, 포르투갈이 1명(움베르투 쿠엘류)이었다.

이중 흔히 우리가 평가할 때 '성공'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은 2002년 월드컵 4강을 견인했던 히딩크 감독 한 명뿐이다. 히딩크는 1년 6개월간 대표팀 사령탑을 역임하며 단순히 월드컵 신화뿐만 아니라, 한국축구의 근본적인 체질을 바꾸어놓았고, 세계축구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우리에게 알려주었다.

한국축구의 수준과 대표팀 운영방식이, 히딩크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가 미친 영향은 절대적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은, 히딩크 이후 영입된 4명의 감독들은 한국축구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했는가 하는 점이다. 히딩크를 제외하고 공식적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임기를 다 마친 것은 2006 독일월드컵 당시 사령탑이었던 딕 아드보카트 한명 뿐이다. 나머지 3명의 감독이 한국을 거쳐 가는 동안, 평균 임기는 불과 1년밖에 되지 않는다. 이들은 모두 원하든 원하지 않았든 실패자라는 딱지가 붙여진 감독들이다.

대표팀 감독은 1년 동안 무엇을 할 수 있을까?

▲ 최근 축구 대표팀 감독에서 물러난 베어벡 감독.
ⓒ 남궁경상
과연 축구에서 감독이 1년이라는 시간동안 팀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은 얼마나 될까. 클럽팀이나 히딩크 시절의 한국 대표팀도 아니고, 한정된 시간과 자원에 쫓기는 일반적인 운영형태의 국가대표팀에서 말이다.

쿠엘류, 본프레레는 중도 경질되었고, 베어벡은 자진사퇴했다. 공통점은 모두 자신의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들이 취임기간 내내 성적과 내용을 두고 여론의 거센 압박을 받았다는 것이 중도 하차에 결정적인 원인이 되었다는 점이다.

쿠엘류는 한국대표팀에 자율주의와 창의성으로 평가되는 포르투갈 식 축구를 도입하려고 애썼고, 동아시아 대회 우승을 일궈내기도 했다. 본프레레는 쿠엘류 사퇴 이후 혼란에 빠져있던 대표팀을 수습하여 월드컵 본선진출에 성공했고, 수비와 미드필드진에 젊은 선수들을 발굴했으며 슬럼프에 빠져있던 이동국을 부활시켰다.

베어벡은 2002 월드컵 체제의 잔재에서 벗어나, 이번 아시안컵을 통해 수비진의 세대교체에 성공했으며 박지성, 이영표 등 해외파 핵심선수들이 빠진 상황에서 아시안컵 3위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물론 보는 시각에 따라서 이들이 거둔 성과가 만족스럽지 못 할 수도 있다. 쿠엘류 시절에는 베트남-오만-몰디브 등 약체팀들에 잇달아 일격을 당하며 체면을 구겼고, 본프레레는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고도 동아시아 대회에서의 졸전이 해임에 결정적인 빌미가 되었다. 베어벡은 아시안게임과 아시안컵에서 잇달아 우승이라는 목표 달성에 실패했고, 골결정력 부족과 단조로운 전술로 끝없는 여론의 지탄을 받았다.

눈에 띄는 것은, 이들이 거둔 성과와 잠재력은 하나같이 예상보다 낮게 평가받은 반면 전술이나 내용에 비판은 거의 매번 끊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히딩크 이후 달라진 대표팀 운영체제와 소집규정에 관한 제도적 한계. 3∼4년 이후를 내다보는 장기적 관점에서의 대표팀 비전에 대한 조명은 거의 없었다.

유일하게 성공한 외국인 감독으로 평가받는 히딩크의 사례에서 얻은 진정한 학습효과는, '족집게 강사'로서의 외국인 감독이 아니라, '기다림의 미학'이었다. 히딩크 감독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불거졌던 2001년 6월 컨페더레이션스컵 직후, 2002년 1월 북중미 골드컵 당시, 대표팀에게 쏟아졌던 '무전술'과 지도력 부재에 대한 비판은, 본프레레나 베어벡 시절의 레퍼토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쿠엘류 체제나 본프레레 체제가 계속되었다고 해서 그들이 히딩크만큼 성공했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한국축구가 위기에 처할때마다 제도와 시스템적인 한계에 대한 고찰보다는, 감독교체라는 단기처방으로 문제를 수습하려는 경향이 심했다는 것이다.

한국축구가 외국인 감독을 영입하기 시작한 이유가 무엇일까. 국내 지도자들로서는 세계축구의 조류를 따라갈 수 없다는 한계를 극복하고 ,선진축구의 노하우를 접목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지난 7년간 거액을 들여서 외국인 감독들을 영입한 이후, 우리는 얼마나 많은 학습효과를 얻을 수 있었을까.

'파리 목숨' 대표팀 감독, '임기 보장' 안되겠니?

베어벡의 사퇴 이 후, 한국축구는 또다시 처음부터 시행착오를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이제는 올림픽팀과 성인대표팀을 이원화하자는 목소리도 들리고, 국내 지도자가 다시 대표팀을 맡을 때가 되었다는 주장도 들린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다음 대표팀 감독이 누가 되던지 간에 계약기간동안의 '임기 보장'을 제도화하는 것이다.

대표팀 감독은 철마다 바꾸는 휴대폰이 아니다. 축구 선진국일수록 선장을 그리 자주 바꾸지 않는다. 과거 잉글랜드 대표팀을 맡았던 스벤 고란 에릭손이나, 독일의 위르겐 클린스만, 일본의 필립 트루시에 등은 자격시비, 선수선발 문제, 성적부진 등을 놓고 한때 여론의 도마에 오르기도 했지만, 이들은 2∼4년 이상씩 계약기간에 보장된 임기를 지켰고, 최종결과로서 감독의 능력을 평가받았다. 그 이면에는 협회의 든든한 지원과 보호막이 있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오늘 한국 대표팀의 위상이나, 사령탑에 쏟아지는 높은 관심이나 기대치에 비하여, 대표팀의 운영 시스템은 너무 후진적이다. 제아무리 능력있는 감독이라 할지라도 1년남짓한 시간에 완성된 팀들을 만들기는 무리다. 여론에 따라 감독의 직업 안정성이 수시로 위협받을 정도고 협회가 아무런 보호도 해주지 않는다면, 어떤 감독도 한국대표팀을 맡아서 자신의 역량을 펼쳐 보이기란 쉽지 않다.

그렇기에 감독 선임과정도 좀 더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 사퇴한 베어벡 감독이 다른 외국인 지도자들에 비하여 괴로웠던 것도, 감독 경력이 부족하다는 자격 시비에 있었다. 그러나 정당한 비판과 감독 경질은 전혀 다른 문제다. 대표팀 운영의 문제점이나 전술적 의문점에 비판을 하더라도, 이런 여론이 감독 수행에 지장을 줄 정도라면, 그것은 정상적인 대표팀이라고 볼수 없다.

'일할 사람을 고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번 고용한 사람이라면 적어도 끝까지 믿고 지켜보는 것', 이래서 임기보장이 중요한 것이다. 베어벡 사퇴에서 대한축구협회(이하 축협)과 한국축구가 얻어야할 교훈이다.

2007-07-31 19:05 ⓒ 2007 OhmyNews
대표팀 감독 베어벡 쿠엘유 히딩크 축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