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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휴가>가 던져준 메시지 그리고 숙제

07.07.31 08:54최종업데이트07.07.31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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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화려한 휴가>는 언론의 관심을 받아왔습니다. 저 역시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광주에서 학교를 다닌지라, 이 영화에 무척이나 관심이 갔습니다. 그러나 사실 저는 광주 출신이기는 하지만, 5·18을 직접 겪은 세대는 아닙니다. 80년생이고 사건 당시 공무원이시던 아버지가 여천(현재 여수)에 파견 근무 중이셨기 때문에 정확한 의미에서 광주에 있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역의 상처가 깊었기에 언제부터인지 알 수도 없이 5·18에 대한 이야기들은 듣고 자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너무나 많이 듣고 자라서 일까요? 아니면 심야영화라 사람이 몇몇 없어서 일까요? 다들 이 영화를 보고 많이 울었다는데 저는 오히려 담담했습니다. 다 아는 이야기 이런 느낌이었어요.

단지 광주 사람인 제가 보기에도 감탄 할 수밖에 없는 도청과 금남로 세트는 감탄할 만했습니다. 이준기씨 인터뷰를 보니, 주요 배역들이 사투리를 써야하는가 표준어를 써야 하는가로 배우와 감독의 의견이 달랐다고 하는데 사실 그 부분은 어느 쪽이 더 맞는지는 모르겠어요. 사실적이라면 사투리가 맞겠지만 이 영화가 가지는 의미는 사실만은 아니기에….

영화 속으로

5·18과 관련된 영화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꽃잎>과 <박하사탕>이라는 영화가 있었습니다. 드라마로는 <모래시계>와 동명의 <화려한 휴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5·18로 파생된 이야기(영화들)나 도입부의 배경으로만 쓴 것에 비해(드라마) 사건 자체를 배경으로 한 것은 영화 <화려한 휴가>가 처음입니다.

감독은 인터뷰(<필름 2.0> 7월 25일자, 인터넷판)에서 밝히듯, 이 영화는 철저히 당시 광주 시민들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일부 평자들이 계엄군의 입장 즉 군부가 아닌 진압을 위해 투입된 병사들의 아픔을 그리지 않았다는 비판을 하지만 이는 사건의 시선을 너무 분산 시킬 위험성이 있는 것도 사실 입니다. 그만큼 아직도 광주 시민들의 입장이 전달되지 않았다는 생각도 됩니다.

다만 이에 대한 실마리는 영화 첫 장면에서 한 병사의 대사, "북으로 가는 것입니까?"에서 찾아 볼 수는 있습니다. 당시 진압군의 입장에서는 시민들이 아닌, 북의 침투와 동급으로 상부 지시가 내려졌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감독의 인터뷰(<필름 2.0>)에서 밝히듯, 김 대위를 통해 다소나마 전달하고자 한 흔적이 보입니다.

영화는 철저히 당시 시민들이 얼마나 평범했는지를 강조합니다. 극중 안성기도 김상경도 그리고 이요원도 특별할 것 없는 시민들입니다. 감독이 인터뷰(<필름 2.0>)에서 밝혔듯 이 등장 인물들은 사실 실제했던 사람들이 아닌 있을 법 했던 사람들입니다. 역사학을 하는 입장에서는 이는 다소 불만스럽기도 하지만 이번만은 왜곡이라고 비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시민의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결국 풍부하지 않은 자료를 바탕으로 재구성해야 하는데 사건의 본질을 흐트러 뜨리지 않는 범위라면 역사서가 아닌 이상 이 정도 창작은 허용이 가능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최근 서양 역사학의 조류가 지배층이 아닌 일반 평민들의 생활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유행인데(이를 포스트 모더니즘, 혹은 신문화사, 일상사란 다양한 용어로 표현되지만) 한국사에서 이를 어떤식으로 표현할지 아직 많은 고민을 담고 있는 것에 반해서 <화려한 휴가>는 그 방향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공부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배울 만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처음 금남로 발포 장면이 너무 인상적이었습니다. 애국가가 울려 퍼지자 시민들이 모두 웃고 떠들던 분위기에서 일순간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는 숙연한 장면으로 전환이 되는데요.

두 가지 생각이 교차했습니다. 이 정도로 현대사에서 국가주의의 교육이 뿌리 깊었음을 보여주는 것 같다는 생각과 다른 하나는 이들 시민들을 신군부는 폭도로 규정을 했지만 국가에 충량한 시민들이었다는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물론 제가 보기에 두 가지가 복합적이었겠지만 방점은 후자에 찍고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점은 김상경이 죽는 장면에서 폭도라는 말에 흥분하는 장면에서도 마찬가지라 생각이 됩니다. 일반 시민의 입장이라는 것을 보여주려는 흔적은 영화 곳곳에 더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주장하고자 했던 것은 이 사건은 광주 시민의 입장에서는 절대 계획적인 행동이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자신의 가족, 친구들의 죽음 앞에서 어쩔 수 없이 사건에 참여해야 했던 것입니다. 죽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도청을 사수해야 했고, 평범한 처녀였던 이요원이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계엄군을 죽여야 했던, 현실을 담담히 그려내고 있습니다.

혹자들은 너무 중요한 사건을 너무 정치적 해석이 없이 그려내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고 광주 시민들이 목놓아 울었다는 기사를 보면서 27년이라는 시간 동안 광주 시민들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바로 영화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역사의 소용돌이에 어쩔 수 없이 말려들었는 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렇게 보면 색깔이 없어 보이지만 그 어떤 영화보다 색깔이 있는 영화란 생각이 듭니다.

이 영화의 색깔은 마지막 결혼식 장면에서도 보입니다. 감독의 다른 인터뷰(<시네 21>. 7월 17일자 인터넷)에서도 밝히듯이 다들 밝은 표정인데 이요원의 표정이 어두운 것은 살아 남은 자의 숙제를 보여주는 것이고, 이는 광주 시민 나아가 대한국민 전체 시민들의 몫임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제가 아는 분이 개봉 첫 날 보고 와서 하시던 말씀이 기억납니다. 영화는 무척이나 슬펐고 중요한 사실을 다루었지만 결말은 너무 허무하다라고 이야기 하시더군요. 시민들이 그렇게 죽어갔는데 아무런 결론이 없다는 것에 대한 불평이었습니다. 하지만 5·18이라는 사건이 아직 그렇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한계레>(2007년 7월 27일 임범)에 실린 평론이 스치고 지나갑니다.

"지금 와서 보면 할 건 다 했는데 한 게 없는 것 같고, 그렇다고 새로 할 것도 없게 돼버린 상태에서 영화는 그 역사를 다시 고발하고 분노한다."


특별법을 만들어서 두 전직 대통령도 재판했고, 시민들에 대한 복권도 이루어졌고, 5·18 광주 망월동 묘지는 국립묘지가 되었지만 아직 뭔가 할 것이 남은 이 부분을 영화는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역사적으로야 5·18의 이 투쟁이 87년 민주화 운동의 성공의 발판으로 보지만 아직도 뭔가 남은 것 같기에 이요원의 표정으로 상징되는 영화의 이런 엔딩은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좋은 영화 그러나...

<화려한 휴가>가 좋은 영화인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뭔가 결정적인 한 방이 약한 것 같다는 느낌을 저 개인적으로는 지울 수 없습니다. 처음 발포 장면도, 맞아 죽는 장면도, 엔딩도 기억에는 남지만 정작 영화 전체를 아우를 만한 결정적 한 방이 없는거 같습니다.

예를 들어 <실미도>에서의 그 유명한 설경구의 유명한 대사 "비겁한 변명이십니다". 이런 강력한 한 방 없이 잔잔히 영화가 흘러 간 것 같아서 아쉽습니다. 사실 농담 반 섞자면 이런 장면 하나 있으면 1000만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영화 외적으로 대선 정국과 맞물리려는 성향도 사실 영화 자체가 던지는 문제 제기를 희석시킬까 걱정 됩니다.

벌써 오늘 기사보니 범여권에 유리할 것 같다. 범여권의 대권주자 누가 영화를 관람했다는 기사가 나오고 있습니다. 영화가 가지는 대중의 영향력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됩니다. 문민 정부 이후 서서히 5·18을 인정하기 시작해서 참여 정부에 들어서서는 자신들이 정통성을 5·18에서 찾기까지 했지만(노무현 대통령의 2003년 5·18 기념 축사)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하다가, 영화 한 편이 이렇게 사회 전체에 커다란 문제를 제기할 수 있음에 놀라게 됩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오랫만에 촉발된 5·18에 대한 관심이 이제는 다 한 거 같지만 한 게 없는 거 같은 것이 아니고, 이제는 이요원의 심각한 얼굴을 풀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하면서 글을 마칩니다.

덧붙이는 글 | - 현재 5·18 광주민주항쟁이 가장 일번적인 용어로 쓰여지고 있지만 시민전쟁, 민주화 운동, 등등 아직은 용어의 합의가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았고 이러한 용어들은 가치 판단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기서는 5·18이라는 가장 비가치판단적인 용어를 사용했습니다.

- 이 기사는 싸이월드 본인 페이퍼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7-07-31 08:54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 현재 5·18 광주민주항쟁이 가장 일번적인 용어로 쓰여지고 있지만 시민전쟁, 민주화 운동, 등등 아직은 용어의 합의가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았고 이러한 용어들은 가치 판단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기서는 5·18이라는 가장 비가치판단적인 용어를 사용했습니다.

- 이 기사는 싸이월드 본인 페이퍼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화려한 휴가 5.18 광주민주항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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