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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와의 소통과 소소한 이야기에 관심 많다"

[인터뷰] '시네마디지털서울 2007' 심사위원으로 방한한 스와 노부히로 감독

07.07.31 09:50최종업데이트07.07.31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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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와 노부히로 감독
ⓒ 박병우
지난 27일 폐막한 '시네마디지털서울 2007'의 심사위원으로 서울을 찾은 스와 노부히로 감독을 만나보았다.

<듀오>, <마/더(M/Other)>, < H 스토리 >, <퍼펙트 커플>로 알려진 스와 노부히로 감독은 해외에서 작품 활동과 더불어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 1999년 <마/더(M/Other)>로 52회 칸영화제에서 국제평론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코엔 형제, 구스 반 산트 등 유명한 20인 감독의 파리에 대한 애정을 담은 <사랑해, 파리>에도 참여한 바 있다.

이번 '시네마디지털서울 2007'에는 심사위원으로 참여했으며 디지털로 제작한 <퍼펙트 커플>로 관객들과의 만남도 가졌다. <퍼펙트 커플>은 로베르트 롯셀리니의 <이탈리아 여행>을 자기식으로 리메이크 한 것으로, 프랑스에서 프랑스 배우와 만든 작품이다.

마리와 니콜라는 한때 모든 커플의 이상적 모델이었다. 그러나 결혼 15년 만에 이혼 직전까지 이르게 된 이들 부부가 파리에 머물며 둘의 관계에 대해 다시 돌아보게 된다. 스와 노부히로 감독은 이 커플을 통해 이별 직전의 심리와 감정을 독특한 방식으로 표현해 내고 있다.

- 만나뵙게 되서 반갑습니다. 작품을 보고 있자면 국내 감독인 홍상수 감독이 떠올려진다. 누벨바그에 영향을 받은 점이나 롱 테이크를 즐겨쓰고 각본없이 즉흥적인 연출 스타일이 비슷한 것 같다. 혹시 홍상수 감독의 작품을 본 적이나 알고 있는지?
"홍상수 감독은 외국영화제서 한 번 뵌 적이 있다. 그런데 작품을 많이 보지는 못해서 많이 비슷한지는 잘 모르겠다.(웃음)"

- <퍼펙트 커플>이란 제목과 달리, 영화 속 둘의 관계는 별로 완전해 보이지 않고 불안정하다. 역설적 의미로 지은 것인지? 감독님의 작품들은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관계와 소통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평소 타자에 대한 관심이 많다. 아무리 가까운 친구들조차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몰라 두려움을 느낀다. 타자를 이해하는 문제는 쉽지 않다. <퍼펙트 커플>이라는 제목은 실제로 역설적이라기 보다는 내게는 '완전한 커플'이다. 다른 사람이라는 걸 인정하는것, 따로 있는 것 자체가 완전한 커플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 영화 속에서 부부가 로뎅의 전시회를 갔다가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서 다시 돌아보게 된다. 특별히 로뎅의 작품으로 설정하신 이유가 있나?
"처음 영화를 만들게 된 요소 중 하나가 로뎅 전시회를 보러 갔다가 감명을 받아 시작 되었다. 그 외에 다른 작품 중에 남녀의 관계를 잘 묘사한 작품이 있는가?(웃음)"

▲ <퍼펙트 커플>에서 마리는 로뎅의 전시회에 갔다가 남편과의 관계에 대해 돌아보게 된다
ⓒ CinDi 2007
- 영화의 마지막 장면 주인공 마리는 기차에 타지 않는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극의 흐름상 기차를 타고 떠나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처음 시작부터 라스트 신에 정해진 것은 없었다. 대본도 없었고 라스트 신에 대한 고민을 하던 도중 여주인공이 아이디어를 냈는데 괜찮겠다 싶어서 사용하게 됐다. 자기도 모르는 의미와 심리에 대해 치유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여 주인공이 기차에서 내렸다고 해서 관계가 다시 부활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 작품들을 보면 한정된 공간에서 일상적인 사건들이 긴장감을 주곤 한다. 이러한 소소한 이야기에 관심을 갖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소소한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있다.특별한 이야기를 그리는 것 자체가 힘든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영화뿐 아니라 문학, 음악, 건축 등도 마찬가지이다. 작은 이야기, 소소한 이야기를 그리는 모든 것이 상속화 되어가는 것 같다. 만약 영화 속에서 특별한 사건을 그리더라도 특별하게 느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 같다. 지금 할리우드 영화들은 현실은 잊어가고 있고, 작은 영화들도 현실과의 관계를 잊어가고 있는 것 같다."

- 혹시 영향을 받은 작품이나 작가들이 있는지?
"(한참을 생각하다가) 문학적인 영향의 자각은 특별히 잘 모르겠다. 알랭 로브그리예는 소설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고 했다. 클래식한 소설에서는 전지적 시점으로 '어떤 사람이 언제 태어나, 어떻게 자라고…' 그렇게 진행된다. 알베르 카뮈 같은 사람은 '갑자기 어머니가 죽었다. 그런데 그것이 어제였는지 오늘이었는지 모르겠고 그것이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식으로 써놓는다. 세계에 관한 확고한 인식이 무너져 버린다. 카뮈적 시점과 일맥상통 하는 부분이 내게도 있다."

- 일본에서 영화감독으로 일하는 건 어떠한가?
"일본에서는 모든 작품들이 상업영화라는 느낌이 많고, 공적자금을 투자받아야 제작을 할 수 있다. 모험하기가 힘들다는 편이 맞는 것 같다. 일본에서 만든 3편 정도의 작품이 성공적이지 못해 힘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유럽과 프랑스는 공적자금이나 지원이 아트필름이라는 인식이 있어 일본보다는 영화작업이 손쉬웠던 게 사실이다.

작업하는 방식이 각본이 없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스크립트 자체도 별로 없어 처음에는 역시 힘들었었다. 프랑스나 다른 나라에서도 시나리오을 보고 영화 자체를 판단하기 때문에 어디에서도 쉽지는 않았다."

-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디지털 삼인삼색'에 하룬 파루키, 유진 그린, 페드로 코스타 감독이 참여하였다. '디지털 삼인삼색' 외에도 각각의 감독들이 자신의 추천작품을 하나씩 꼽아 상영이 됐는데 페드로 코스타 감독이 <마/더(M/Other)>를 추천해 상영됐었다. 알고 있었는지? 관객과의 대화때도 코스타 감독 이름을 거론한 적이 있는데 두 분이 어떤 교류를 나누고 있는가?
"(웃음) 몰랐었다. 자주 만나진 못하지만 종종 기회가 닿으면 만나고 있다. 코스타 감독이 일본에 와서 촬영을 할 때 도와준 적도 있다. 감독들이 친구가 많진 않으나 코스타 감독은 소수의 감독 친구 중 하나이다.(웃음) 담아내고 있는 것은 다르나 문제의식은 같다."

- 가끔은 앵글 밖에서 대사가 들린다던지 주인공의 뒷통수만 보여준다던지 타자에 대한 관심을 색다른 앵글과 구도를 통해 새로운 시선으로 보여주고 있는것 같다.
"통상적인 촬영기법에는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영화적 역사나 스타일이 지금은 습관처럼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꼭 변화에 얽매일 필요는 없지만 0부터 시작하는 기분으로, 재발견하는 느낌으로 작업하고 있다. 여태의 습관이나 관습을 따르고 싶진 않다."

일본 출신 감독이지만 외국에서 외국자본과 배우, 스태프들과 함께 작업해 오고 있으며 '일본의 짐 자무쉬'란 평을 듣고 있는 스와 노부히로 감독과의 진지하고 진솔한 인터뷰는 끝을 맺었다.

소소한 일상 속에서 담아내는 때론 차갑지만 따스한 시선으로 타자와의 새로운 접근과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그의 작품을 영화제가 아닌 극장에서 빨리 만나보기를 기대해 본다.
2007-07-31 09:50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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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쪽 분야에서 인터넷으로 자유기고가로 활동 하고 있습니다. 영화에 대한 생생한 소식과 리뷰를 전해 드리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