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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말 필요 없이 '피를 말리는 접전'이었다.
국가대표 축구팀은 28일 오후 9시 35분 인도네시아 팔렘방 자카바링경기장에서 숙적 일본과 펼친 '2007 아시안컵 3-4위전'에서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일본을 꺾고 3위에 올랐다.
후반 11분 무렵 강민수(22번 중앙수비수) 선수의 퇴장에 이어, 핌베어벡 감독과 홍명보 코치 등 선수 포함, 총 4명이 퇴장 당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기도 했다. 위기 일발의 순간, 한국팀을 구한 것은 감독도 코치진도 아닌 결국 '선수들 자신'이었다는 점에서 승리의 의미가 더 크게 다가 오는 경기였다.
아시안컵에서 3경기 연속, '0:0 무득점 경기'였다는 점은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지만, 한 명의 선수와 감독까지 퇴장 당하는 최악의 상황에서 일궈낸 승리라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김치우-오범석' 조의 맹활약
아시안컵 내내 졸전을 펼친 한국팀에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선수는 스트라이커도 아니고 미드필더도 아닌, 두명의 좌-우 수비수에 있었다. 한국팀은 최종 3-4위 전까지도 골을 넣지 못하는 졸전을 펼쳤지만, 반대로 상대팀에게 좀처럼 골을 내주지도 않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이처럼 아시안컵에서 상대팀이 한국팀의 골문을 쉽게 넘볼 수 없었던 데는 '김치우-오범석' 두 수비조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아시안컵을 통해 김치우(전남드래곤즈 25)와 오범석(포항스틸러스 24)이 이영표, 송종국의 뒤를 이어 한국 수비를 책임질 차세대 스타로 발돋움 했다는 점은 그나마 고무적인 일이다.
특히 '꾀돌이 오범석'의 활약은 눈부실 정도였다. 물론, 첫 경기인 사우디 전에서 상대 공격수의 트릭에 속아 페널티킥을 내주는 실수가 있었지만, 오범석은 경기를 거듭할수록 강해졌다. 그는 오버래핑 공격시 볼을 상대 수비수의 몸에 맞춰 골라인 아웃을 시켜 코너킥을 얻어내는가 하면, 상대 공격수를 끈질기게 따라 붙어 볼을 따내는 등 경기 내내 영리한 플레이를 펼쳤다.
인터넷 축구게시판에 '그가 볼을 잡으면 일단 안심이 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 이같은 팬들의 찬사처럼, 오범석은 볼을 따내는 능력이나, 볼을 소유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이는 그가 발과 머리를 동시에 쓰는 축구를 구사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날 일본 전에서도 그의 재치는 유감없이 발휘됐다. 연장 후반, 오범석은 오버래핑을 감행했지만, 공을 받아줄 공격수들이 보이지 않자, 슈팅으로 마무리 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짧은 순간에도 일단, 공격을 마무리 짓고 수비로 전환해야 한다는 판단을 한 듯싶었다.
김치우 선수도 만만치 않게 영리하지만, 그는 근성이 강한 축구를 구사한다. 볼이 오면 온몸으로 막기도 하고, 그러다 골대에 부딪치기도 한다. 이른바 '온몸 수비'를 몸소 실천하는 선수이다. 수비적인 면에선 간간히 실수를 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리베로 홍명보 코치 역시도, 현역 시절에 자주 연출했던 정도의 미미한 실수이다.
그러나, 그의 강점은 수비적인 면보다는 오히려 오버래핑 공격에 있다. 비록, 일본 전에서는 선수가 부족해 수비에 치중하느라, 공격 가담이 거의 없었지만, 앞서 펼쳐진 이란 전에서는 활발한 오버래핑으로 그의 존재감을 알렸다.
3경기 연속 무득점 경기는 여전히 아쉬웠다
김치우-오범석. 이 두 선수의 역할이 수비수란 점 때문이었을까. 이 선수들의 눈부신 활약에도 불구하고, 유감스럽게도 한국대표팀은 여전히 0점대 무득점 기록을 유지하며, 2007아시안컵을 3위로 마무리지었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중요한 한-일전에서까지도 무득점 경기를 펼쳤다는 점은 유감스럽다.
물론, 한-일전의 경우 선수가 퇴장 당하고 더불어 감독과 코치진까지 퇴장을 당해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이었다는 점은 인정할 만하다. 그러나 그 결과가 이전 경기와 크게 다르지 않은 무득점 경기였다는 점은 변명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좀처럼 골이 터지지 않는 경기에서 연장 혈투는 선수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더군다나, 3경기 연속 연장전은 모르긴 몰라도 아시안컵에서 한국팀이 새운 진기록이 될 듯싶다. 이처럼, 여느 경기에선 좀처럼 나오기 어려운 상황이 그것도 연속적으로 반복됐다면, 향후 축구협회차원에서 그 원인을 철저하고 명학하게 분석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번 대회 내내 한국팀의 공격력에 대한 의문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처럼 따라다녔다. 일부 언론은 감독의 전술 문제를 원인으로 꼽기도 하고, 일부는 선수들의 골결정력 부재를 원인으로 꼽았다.
또, 일부 팬들은 한국팀이 펼친 경기장의 구장(잔디) 상황이 열악했음을 지적하기도 한다. 그러나 어느 것 하나 속시원한 것은 없어 보인다. 이제 공은 언론이나 팬들이 아닌 축구협회에 넘겨야 할 시점인 듯 보인다.
베어벡 감독 선수기용은 '글쎄?'
그동안 베어백 감독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선수 기용 문제에 있어 만큼은 '그날의 컨디션이 가장 좋은 선수를 기용하겠다'는 말을 입버릇 처럼 되뇌이곤 했다. 그러나 아시안컵에서 그런 '공약'이 제대로 이루어진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일 수밖에 없어 보인다.
한-일전에서 퇴장을 당해 팀을 위기로 몰고간 강민수(전남드래곤즈) 선수는 k리그에서의 활약과는 다르게 아시안컵 초반부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큰 경기에 대한 경험 부족을 여실히 드러냈던 것이다. 오히려 강민수의 퇴장으로인해, 김치곤 선수가 투입되면서 선수가 한 명 부족한 상황인데도, 수비는 좀 더 안정되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또, 한-일전 전반 말미에 투입된 이근호의 경우도 "왜 이제서야 그가 나오나" 하며 한숨을 내쉬게 했다. 실제로 그간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해 오던 염기훈 선수는 이번 아시안컵에서 만큼은 이상하게도 컨디션 난조 현상을 보였다.
물론 평소였다면, 염기훈 선수가 경험이 다소 부족한 이근호 선수에 비해 믿음직 스러웠을 것이란 점은 인정할 만하다. 그러나 이번 아시안컵에서의 염기훈 선수는 이전의 그가 아닌 듯 보였다.
실제로 이라크전 패널티킥 실축이나, 돌파시마다 번번히 차단 되는 모습은 그의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란 점을 암시하기에 충분했다. 오히려 그동안 컨디션이 좋지 않아, '잊혀진 천재'가 되는 듯 싶었던 최성국 선수의 활약이 더욱 돋보일 정도였다.
비록 승부차기이긴 하지만, 10명의 선수가 싸워 이긴 2007 아시안컵 3-4위 한-일전은 감독의 승리가 아닌 '선수들의 승리'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해 보인다. 선수들은 감독이 퇴장당하는 초유의 사태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불굴의 의지를 발휘했다.
그것이 실망스런 성적이나, 무득점 경기에도 불구하고 결코, 그들을 미워할 수 없는 이유가 될 수 있다면 그건 지나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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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07-29 08: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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