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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골적인 수근씨, "1번이 좋아"

[프로야구] 1번 타자 출장시 타율 .397 - 그 외 타율 .214, '극과 극'

07.07.28 14:49최종업데이트07.07.28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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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 타자부터 9번 타자까지, 야구 경기에 출전하는 9명의 타자는 중간에 교체되지 않는 이상 한 경기에서 적어도 세 번의 타격 기회가 찾아 온다. 하위 타선으로 밀려난다 해도 얼마든지 다음날 스포츠 신문의 1면을 차지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모든 선수들이 자기 멋대로 스윙을 한다면 그 팀은 결코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없다. 각 타선에는 저마다 고유의 역할이 있고, 감독은 그 자리에 어울리는 선수들을 타순에 배치한다.

10년 연속 3할 타율에 도전하는 '스나이퍼' 장성호(KIA 타이거즈)는 3번 타자에 적합한 인물이고, 좌우 타석에 모두 들어올 수 있고 작전 수행 능력이 탁월한 이종열(LG 트윈스)에게는 2번 타자를 맡기는 것이 좋다.

또 방망이를 짧게 잡고 안타를 만들어 내며, 출루 후에는 재치있는 주루 플레이로 상대 베터리를 당황케 하는 선수들은 역시 1번 타자 자리가 제격이다. LG 트윈스의 이대형, 두산 베어스의 이종욱, 그리고 롯데 자이언츠의 '쌕쌕이' 정수근처럼 말이다.

'실력'때문에 빼앗긴 1번 타자

▲ 정수근은 올 시즌 후배 이승화에게 1번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 롯데 자이언츠
롯데는 지난 1997년 전준호(현대 유니콘스)를 내보낸 후 오랜 기간 동안 1번 타자 부재에 시달려 왔다. 마해영(LG), 조경환(KIA), 펠릭스 호세, 이대호 등 믿음직한 중심 타자는 꾸준히 등장했지만, 김대익(삼성 라이온즈), 박현승, 김주찬 등 자이언츠의 '돌격대장' 후보들은 아무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팀 내에서 '붙박이 1번 타자'를 구하지 못한 롯데는 외부 인사를 영입했다. 2004년 시즌을 앞두고 4년 연속 도루왕(1998~2001년)에 빛나는 정수근과 FA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뛰어난 실력에 쇼맨십까지 겸비한 정수근은 1번 타자 역할은 물론이고, 3년 연속 최하위로 패배 의식에 젖어 있는 롯데 선수들에게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롯데 유니폼을 입은 정수근에게서는 두산 시절에 보여 줬던 폭발적인 질주를 찾을 수 없었다. 롯데 입단 이후 허리, 목, 손가락 등 각종 부상에 시달린 정수근은 지난 3년간 무려 101경기를 결장하면서 한 시즌도 30개 이상의 도루를 기록하지 못했다.

올해도 정수근은 개막전 1번 타자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왼쪽 햄스트링을 다쳐 단 4경기 만에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보름 후 1군에 복귀했을땐 이미 '늦깎이 스타' 이승화(타율 .306 1홈런 20타점 7도루)가 롯데의 돌격 대장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정수근이 '부상'이 아닌 '실력' 때문에 1번 타자 자리를 내준 것은 장원진의 군입대와 김민호의 부상으로 OB 베어스의 1번 타자가 된 1996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두 얼굴의 정수근

▲ 1번 타자로 나왔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 정수근의 성적은 극과 극이다.
ⓒ 롯데 자이언츠
부상 복귀 후 이승화에게 자리를 내준 정수근은 주로 2번 타자로 활약했지만, 언제나 자유롭게 그라운드를 누비던 정수근에게 1번 타자와 중심 타선의 연결을 위해 자신을 희생해야 하는 2번 타자 자리는 썩 어울리지 않았다.

2할대 초반을 맴도는 타율로 부진을 면치 못하던 정수근에게 우연찮은 기회가 찾아온 것은 6월 20일 SK 와이번스전. 6회말 공격에서 홈으로 파고들던 이승화가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면서 왼 손등이 골절되는 중상을 입은 것이다.

순식간에 1번 타자를 잃은 롯데는 '어쩔 수 없이' 정수근을 1번 타자로 내보냈고, 4월 6일 개막전 이후 두 달 보름 만에 1번 타자로 나선 정수근은 6월 22일 현대 유니콘스전에서 4안타를 몰아치며 친정(?)으로 돌아온 기쁨을 만끽했다.

'1번 타자 정수근'은 올 시즌 부진했던 '먹튀 정수근'과는 차원이 다른 선수였다. 정수근은 올 시즌 1번 타자로 선발 출장한 19경기에서 타율 .397(73타수 29안타) 18득점 6도루의 놀라운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3경기에서는 12타수 9안타(타율 .750) 5득점 4타점 3도루를 쓸어 담았고, 정수근의 활약 덕분에 롯데는 오랜만에 3연승을 질주했다. 특히 26일 KIA전에서는 소위 '딩동댕 홈런'이라 불리는 1회초 선두타자 초구 홈런을 포함, 프로 데뷔후 처음으로 한 경기 2홈런을 때려내기도 했다.

다른 타순으로 출전하거나 교체 선수로 나왔던 58경기에서는 타율 .214(135타수 29안타) 10득점 2도루에 그쳤던 점을 봐도 정수근의 '1번 사랑'이 얼마나 노골적인지 알 수 있다.

전반기를 7위로 마감한 롯데는 여전히 7위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4위 삼성과의 승차는 고작 4경기에 불과하다.

박현승(.332 2홈런 17타점), 이대호(.346 21홈런 60타점), 로버트 페레즈(.333 5타점)로 이어지는 이상적인 중심 타선을 완성했고, 정수근마저 전성기를 능가하는 활약을 하고 있는 롯데의 대반격이 멀지 않았다.
2007-07-28 14:49 ⓒ 2007 OhmyNews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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