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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대표팀이 아시안컵 결승진출에 실패한 이후, 핌 베어벡 감독에 대한 비판 여론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베어벡 감독을 경질하고 새로운 지도자를 영입해야 한다는 주장은 물론, 벌써 후보군을 예측하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아직 일본과의 3-4위전이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베어벡 감독은 언론의 분위기로는 이미 '사형선고'를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로 보인다.
아시안컵 성적에 따른 비판적인 여론은 이미 대회 시작 전부터 예상된 것이었다. 결과로서 이야기하는 승부의 세계에서, 베어벡은 지난 1년간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보여주지 못했다.
취임 초기 그가 언론을 통해 제시했던 4대 목표(아시안게임 우승, 아시안컵 우승, 올림픽 본선 진출 및 8강 이상, 2010 남아공월드컵 본선진출 및 8강 이상) 중에서, '현재진행형'인 올림픽 최종예선 진출을 제외하면, 이미 아시안컵과 아시안게임이라는 두 차례 중간평가에서는 모두 고배를 마셨다.
결과도 결과지만 과정이 문제였다. 베어벡 감독은 지난 1년 동안 팬들이 만족할만한 경기내용을 좀처럼 보여주지 못했고, 끊임없이 선수 장악 능력과 전술적 상황대처 능력에 대한 의문을 받아왔다.
실점은 3점뿐, 세대교체의 가능성 보다
 |  | | | ▲ 한국 대표팀 핌 베어벡 감독. | | | ⓒ 남궁경상 | 베어벡에 쏟아지는 비판은 사실 대표팀 감독으로서 당연히 짊어져야할 숙명이다. 지나치게 경직된 언론관과 K리그에 대한 적대의식 등으로 여러 차례 불협화음을 빚으며 의사소통과정이 왜곡되고 불신을 자초한데도 큰 원인이었다.
베어벡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4강행을 자신의 거취 여부에 대한 커트라인으로 삼는 발언을 한 바 있고, 그 약속을 지켰다. 그러나 베어벡 개인의 생각과는 달리 팬들은 대표팀이 만들어낸 결과에 결코 만족하지 못했다.
조별리그에서는 자력진출에 실패하여 사실상 탈락 일보직전까지 갔다가 사우디의 도움(?)으로 기사회생했고, 5경기에서 3골에 그치는 사상 최악의 빈공으로 답답함을 안겼다. 박지성, 김남일, 이영표 등 주축선수들이 대거 빠진 공백이 있었다지만, 한 수 아래의 약체팀을 상대로도 압도하지 못하고, 마지막까지 외줄타기를 반복하는 경기내용은 실망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감독교체론은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발전적 차원에서의 비판과 감독 경질은 전혀 다른 문제다. 올림픽팀 사령탑을 겸임하고 있는 지도자로서 최종예선이 임박했다거나, 당장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식의 '구차한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답답하고 지루한 플레이나 전술적 융통성이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아시안컵을 통해 베어벡호가 보여준 소득이 전혀 없지는 않았다. 이번 대회에서 대표팀은 점진적 세대교체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특히 수비진에서 2002월드컵의 잔재를 벗어나 20대 초중반의 선수들로 물갈이에 성공한 면이 두드러졌다. 사우디-바레인과의 조별예선 초반 몇 차례 결정적인 수비실책으로 골을 헌납하기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며 희망을 밝혔다.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한국축구의 특징은 '지지 않는 축구'로 정의 내릴 수 있다. 베어벡 감독은 이번 대회 내내 선수교체는 있었을지언정 4-2-3-1 형태의 전술 포메이션을 일관되게 고집했다.
공격은 단 3골에 그쳤으나 수비도 3실점밖에 허용하지 않았다. 막강한 공격력을 자랑하는 사우디와 이란조차 한국과의 경기에서는 정상적인 공격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이 예선에서 실점한 3골은 전술상의 문제라기보다는 경험이 부족한 젊은 선수들의 실책으로 인한 실점이었다.
이 문제는 수비에 무게중심이 쏠리다보니 공수전환이 매끄럽지 못하고 템포가 늦어진다는데 있었다.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세우고 포백의 오버래핑을 가급적 자제하며 최소한 6명 이상의 수비 숫자를 확보하는 베어벡 감독의 축구는 어떤 팀을 상대로도 기복 없는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전방에 개인능력이 압도적으로 뛰어난 선수들이 있지 않는 한 공격전개에서는 필연적으로 약점을 가질 수밖에 없다. 선수비 후역습에 치중하는 아시아권의 약체팀 들을 상대로는 이런 포메이션이 오히려 자승자박이 될 위험성도 있다.
중앙에 몸싸움과 제공권에 강한 원톱 공격수를 세우고, 좌우 윙포워드와 공격형 미드필더의 공격가담으로 찬스를 만들어내는 것이 베어벡호의 스타일이다. 여기서 핵심은 원톱이냐 투톱이냐가 아니라 '미드필드'에 달려있다.
폭넓은 활동량으로 공간을 창출해내고 동료들에게 찬스를 만들어줄 수 있는 공격형 미드필더, 강한 압박으로 상대 역습을 저지하고 공격전환 시에 전방으로 빠르게 패스를 공급해줄 수 있는 수비형 미드필더가 필요하다. 여기서 박지성과 김남일의 부재가 뼈아프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결과적으로 잘되지는 않았지만, 1진급 선수들이 대거 빠진 상황에서 가능성을 보였다는 점은 평가해야 마땅하다. 주목할 것은 베어벡의 시행착오가 장기적으로 한국축구에 맞는 옷을 찾아가고 있는 과정이라는 점이다.
명장도 시행착오는 있는 법, 베어벡 좀 더 지켜봐야...
대표팀 코치-감독 경력을 통해 지난 두 차례의 월드컵을 한국과 함께한 베어벡 만큼 한국축구의 현실적 수준과 국제적 흐름을 모두 파악하고 있는 지도자는 없을 것이다. 베어벡을 영입한 이유도 그가 특별히 검증된 지도자나 유명 감독이어서라기보다는, 대표팀의 연속성을 꾸준히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최적의 인물이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우리의 목표가 장기적으로 아시안컵이 아니라 월드컵과 세계축구임을 감안할 때 필요한 것은 인내와 투자다. 포르투갈의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나 이탈리아의 마르첼로 리피, 프랑스의 레이몽 도네메크, 독일의 위르겐 클린스만 같은 명장들도 취임 초기 '무전술'과 '자격 부족' 등의 이유로 숱한 질타를 받았지만 충분한 지원과 시간적 여유 속에 자신의 전술적 신념을 관철시켜서 성공신화를 이끌어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지난 1년간의 행보에서 베어벡은 분명 결과적으로 비판받을만한 실수를 거듭했다. 그러나 지금상황에서 베어벡을 경질할 경우, 새로운 감독선임과 후유증에 따른 시행착오를 감안하면 손익계산서는 마이너스가 될 확률이 높다.
베어벡 감독 본인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변화하려는 노력이 보인다는 전제하에, 최소한 2008년 올림픽 본선까지는(최종예선에서 실패하지 않는다면) 베어벡을 좀 더 믿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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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07-28 14: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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