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래도 수비형 미드필더가 편하죠. 수비는 서로 호흡 맞춰볼 시간도 필요하고…."
지난 2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네덜란드와의 친선경기. 경기 종료 뒤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김상식(31·성남 일화)은 오랜만에 자신의 포지션인 수비형 미드필더로 경기를 뛴 소감에 대해 밝혔었다.
김상식 "수비형 미드필더가 편하다"
 |  | | | ▲ 김상식의 마음고생은 유머도 잃게 했다. 다시 찾은 여유가 계속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 | | ⓒ 강창우 | 그는 베어벡호에서 한동안 중앙수비수로 출전해 괜찮은 기량을 선보였지만 결정적인 실수로 팬들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특히 지난해 9월 2일 아시안컵 예선 이란과의 경기에서 설기현의 선제골을 잘 지키며 1-0으로 앞서다 종료 직전 골키퍼 김영광과 서로 사인이 맞지 않으며 결정적인 실책으로 동점을 허용했다.
김상식은 이날 전반전 막판 조재진의 부상으로 급하게 들어온 뒤 후반 수비형 미드필더로 제자리를 찾았다. 비교적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선보였고, 후반 막판 시도한 헤딩슛은 아깝게 골대를 벗어나는 등 득점 찬스도 만들었다.
김상식은 폭넓은 시야를 기본으로 간결한 패스와 경기를 보는 안목을 갖추고 있다. 수비시에는 상대의 패스 길목을 꺾는 강력함을 발휘한다. 제공권을 바탕으로 가까운 튄 공을 이어주거나 좁은 지역만 방어하는 중앙 수비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그의 재능이다.
이러한 재능은 29일 서귀포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라크와의 친선경기를 통해 다시 한 번 발휘됐다. 팀 동료 손대호(26·성남 일화)와 짝을 맞춰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한 그는 소속팀에서 보여주는 플레이를 그대로 보이며 베어벡 감독을 만족시켰다.
경기 시작과 함께 김상식은 자신의 뒤에 서 있는 중앙수비수 김진규(22·전남 드래곤즈), 김치곤(24·FC 서울)과 공간을 효율적으로 조절하며 이라크의 중앙 침투를 무력화했다. 두 중앙수비수가 공간을 커버하지 못하는 실수를 범하며 상대의 공격을 허용할 때는 지능적인 파울로 위기를 차단했다.
제자리에서 날아다닌 김상식
손대호와의 역할 분담은 환상적이었다. 소속팀에서 보여주는 플레이를 그대로 옮겨 놓으면서 중원을 장악한 김상식은 대표팀 공격의 시작점이었다.
김상식 효과는 경기 내내 지속됐다. 전반 25분 이동국(28·미들즈브러)의 기막힌 슈팅은 김상식이 단 한 번에 넣어준 패스로 나올 수 있었다. 5분 뒤 이어진 최성국(24·성남 일화)의 오른발 슈팅 때도 그가 출발점이 됐다.
김상식의 활약은 스포츠 헤르니아(탈장)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김남일(30·수원 삼성)의 공백을 느끼지 못하게 만들었다. 오히려 김남일의 부상이 그를 제자리로 복귀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베어벡 감독은 김상식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복귀시켰다. 중앙 수비수 실험이 실패한 것을 시인한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늘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는 그에게 가끔 차출되어 뛰는 국가대표에서의 중앙 수비수는 분명 낯선 역할이다.
물론 소속팀에서도 경기 도중 부상자가 생기면서 중앙 수비수로 전환하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오랫동안 조직력을 맞춰 온 일이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규정에 맞춰 차출하는 현 상황에서 단기 완성으로 중앙 수비수를 적응시킬 수는 없다.
주장으로의 임무
한편, 이라크와의 경기에서 김상식은 주장 완장을 차고 나왔다. 이것 또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동안 베어벡호의 주장은 골키퍼 이운재(34·수원 삼성)가 도맡아 왔다. 이운재는 큰 형님으로의 리더십을 발휘하기는 했지만 필드 플레이어가 아니라는 점이 늘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런 가운데 수비형 미드필더인 김상식의 주장은 경기 전체를 조율하면서 팀을 융화시키는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수원의 주장이었던 김남일이 중원에서 전체를 지휘하며 후기리그 우승을 이끌어 낸 것은 같은 포지션에서 그의 역할에 기대를 갖게 한다.
김상식의 유머감각은 익히 알려져 있다. 그의 유머러스함이 팀 전체의 분위기도 한 층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표팀의 경우 큰 대회에 처음 출전하는 선수들이 제법 있는 만큼 그의 리더십이 어떻게 발휘되어 나가는지 지켜보는 것도 대표팀을 지켜보는 또 다른 재미다.
대표팀의 중심으로 우뚝 선 김상식, 이제 그의 역할이 아시안컵 우승을 향한 대표팀의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
| 2007-06-30 19:44 |
ⓒ 2007 OhmyNews |
|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