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타이거즈가 지난 5월 27일 최하위로 떨어진 이래 한 달이 넘도록 최하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거의 매일같이 순위가 바뀌는 치열한 자리다툼이 벌어지고 있지만 기아의 순위는 요지부동이다. 그 사이 선두 SK와의 승차는 14게임까지 벌어졌다. 이종범을 2군으로 내려보내고 1군과 2군 코치진을 맞바꾸는 극약처방을 내렸지만 아직까지 효과는 미지수다. 주전들의 끊임없는 부상과 부진 속에 엔트리를 짜기도 버거운 상황은 탈꼴찌에 대한 희망마저 희미하게 만들고 있다. 계속되는 부진 속에 팬들도 지쳐가고 선수단도 지쳐가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 포기할 이유는 없다. 아직 시즌은 절반이나 남아있고 기아에는 이현곤과 같이 희망을 주는 선수들이 있기 때문이다.유망주로만 보낸 5년의 세월 ▲ 2006년 준플레이오프 2차전, 류현진을 상대로 만루포를 때려 낸 이현곤 ⓒ 기아 타이거즈관련사진보기 주전들의 부상과 부진으로 심각한 위기 상황을 겪고 있는 기아지만 그런 암울함 속에서도 고군분투하고 있는 선수들이 있다. 불운의 에이스 윤석민이나 영원한 3할 타자 장성호, 무서운 장타력을 뽐내고 있는 김주형이 그런 선수일 것이다. 그리고 이들 못지않게 대활약을 해주는 선수가 또 한 명 있다. 바로 이현곤이다.광주일고를 졸업한 이현곤은 1998년 해태(기아의 전신)에 고졸 우선지명을 받은 선수다. 당시 해태의 1차 지명 선수는 이현곤과 광주일고 동기였던 최희섭이었다. 최희섭은 고려대로 진학한 뒤 시카고 컵스와 아마추어 자유계약을 맺고 메이저리그로 진출했고 이현곤은 연세대로 진학한 뒤 2002년 기아의 유니폼을 입었다.연세대 4학년 시절 '춘계 대학야구리그'에서 타격왕과 홈런왕을 차지하기도 했던 이현곤은 2002년 자신의 소유권을 보유하고 있는 기아에 3억 5천만원이라는 거액의 계약금을 받고 입단을 한다. 국가대표 유격수 출신에 강력한 타격 능력을 가지고 있었던 이현곤은 거액의 계약금이 말해주듯이 당시 엄청난 기대를 받았던 유망주였다.그러나 쟁쟁한 선수들이 우글거리는 프로 세계에서 국가대표 출신이 결코 자랑이 될 수가 없었다. 엘리트 아닌 선수가 없었으며 유망주 소리 못 들어본 선수도 없었다. 이현곤의 포지션은 유격수였지만 당시 차세대 4번 타자라는 소리를 듣던 홍세완에 밀려서 주로 3루나 내야 대수비로 출장해야 했다. 2004년 후반기부터 3루수로 자리를 잡아갔지만 2005년 군복무로 시즌을 모두 놓치면서 다시 주전에서 밀려났다. 의가사 제대를 하고 복귀한 2006년, 기아의 3루에는 외국인 선수 서브넥이 버티고 있었다. 당시만 해도 경쟁 자체가 아예 불가능한 상대였다. 우여곡절 끝에 시즌 중반 서브넥이 결국 퇴출되면서 이현곤은 다시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그렇게 힘들게 기회를 잡은 2006년, 이현곤은 77경기에 출장해 60안타 5홈런 타율 .243을 기록했다. 평범한 성적이었지만 그해 가을 한화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괴물 신인'류현진을 상대로 만루홈런을 때려내는 인상깊은 활약을 펼치며 서서히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기 시작했다.2006년까지 4시즌 동안 통산 타율 .258, 통산 홈런 14개를 때려내며 5년의 세월을 만년 유망주로 보낸 이현곤은 어느덧 우리 나이로 28살이 되었고 그렇게 2007년을 맞이했다.KIA에는 이현곤이 있다 ▲ 07시즌 기아의 희망으로 떠오른 이현곤 ⓒ 기아 타이거즈관련사진보기 2007년 이현곤은 더 이상 그저 그런 선수가 아니다. 이현곤은 현재 82개의 안타를 때려내며 최다안타 1위에 올라있다. 기아에서 올 시즌 투타를 불문하고 주요 부문 1위에 올라있는 선수는 이현곤이 유일하다. 또한 .325의 타율을 기록하며 타격 4위에 랭크되어 있으며 2루타 17개로 이 부문에도 4위에 올라있다. 출루율은 .385로 9위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올 시즌 이현곤을 가치있게 만드는 것은 기아에서 유일하게 68게임 전 경기에 출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전들의 계속되는 부상과 부진으로 라인업을 짜는 것조차 고통스러운 서정환 감독은 82개의 안타를 때려준 것보다 68게임에 출장해준 것이 더 고마울지도 모른다. 이현곤은 입단 6년 만에 처음으로 팀의 확실한 주전으로 자리를 잡았고 또 가장 믿음을 주는 타자로 거듭났다.비록 기아 타이거즈가 최하위에 머물러있지만 아직 시즌은 절반이나 남아있다. 그리고 기아에는 이현곤이 있다. 당연한 소리겠지만 마지막에 웃을 수 있는 자가 진정한 승자다. 기아와 이현곤의 분전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