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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복판에서 맨유 12번 선수들이 뛴다

[인터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서포터 회장 윤영섭씨

07.06.29 17:49최종업데이트10.04.02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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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털 사이트 다음(Daum)에 개설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서포터 카페.
포털 사이트 다음(Daum)에 개설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서포터 카페.인터넷 화면 캡처

 

2007년 7월 20일, 곳곳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응원 구호가 울려 퍼진다. 관중석에는 '루니', '호날두'의 사진이 담긴 대형 걸개그림이 걸려있다. 서포터석인 남쪽 스탠드 1층과 2층이 모두 맨유를 응원하는 서포터들로 가득 찼다.

 

이곳은 영국 맨체스터에 위치한 맨유의 홈구장, '올드 트래포드'가 아니다. 20여일 후 대한민국 서울 '상암 월드컵 경기장'의 모습이다. 서울 한복판에서 잉글랜드의 한 축구 클럽을 응원하는 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진 다는 것이 믿겨지는가? 맨유와 FC서울의 경기가 벌어지는 7월 20일, 대규모 서포팅을 준비하고 있다는 맨유한국 공식 서포터 회장 윤영섭(26)씨는 "이런 일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윤씨는 "이미 1만여 장의 서포터석이 모두 매진되었다. 서포터들과 중립지역의 맨유 팬들까지 결합하면, 상암이 맨유의 응원소리로 가득 찰 것이다"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2001년 개설, 박지성 효과로 회원 수 폭발적 증가

 

지난 21일 만난 맨유 서포터 회장 윤영섭씨는 상당히 바빠 보였다. 맨유 경기 서포팅 준비 때문이다. 응원 준비부터, 단체관람 표 관리까지,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라고 한다. 윤씨는 2001년 2월, 포털사이트 다음(Daum)에 '맨유 서포터즈 클럽(http://cafe.daum.net/manchesterutd)'을 개설했다.

 

그는 "해외 축구팀의 서포터가 생긴 것은 아마 처음일 것"이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러나 개설 동기는 의외로 싱거웠다. "(맨유 서포터가) 없길래 만들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 하지만 그가 서포터를 만든 원래 이유는 따로 있었다. "아버지 직장 때문에 14세부터 17세까지 영국 런던에 있었다. 영국에서는 어딜 가나 축구를 접할 수 있다. TV건 신문이건 축구 뉴스가 가장 크게 나온다. 자연히 축구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당시 최고의 인기 팀이던 (지금도 그렇지만) 맨유를 좋아하게 되었다. 특히 데이비드 베컴 때문에 맨유를 더 좋아하게 됐다.

 

"윤씨의 베컴에 대한 사랑(?)은 각별하다. "베컴은 전투적 축구가 아닌 우아한 축구를 보여 준다"면서 "베컴이 떠난 지금은 맨유의 공격적인 경기 스타일과 그런 경기를 주도하는 라이언 긱스 때문에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2001년 맨유 서포터즈 클럽이 개설 된 이후, 사람들은 그저 (맨유 서포터 클럽이 생긴 것을) 신기해할 뿐 그다지 큰 관심을 보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2002월드컵 이후 상황이 급반전 되었다.

 

윤영섭씨는 "월드컵 때 세계적인 스타를 직접 보며 사람들이 해외 축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며 "월드컵 이후, 무려 회원수가 2만명 가까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박지성 선수가 맨유에 진출한 2005년은 '서포터 제2의 도약기'였다. 박지성이 맨유로 이적하자, 회원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5만을 육박하게 된 것. 현재는 5만4천여명의 회원 수를 자랑하는 '초우량 서포터'로 성장했다.

 

윤영섭씨는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로도 유명하다. 2003년 1월부터 시민기자 활동을 시작했고, 해외 축구 소식을 발빠르게 전해 2006년 3월 1일에는 '시민기자 명예의 전당 오름상'에 오르기도 했다. 또한 2006년에는 한 해 동안 좋은 기사를 꾸준히 써온 시민기자들에게 주어지는 '2월22일상'을 수상했다.

 

명색이 서포터라면 직접 경기장에 찾아 응원을 하는 것이 기본. 하지만 맨유의 경기는 대부분 영국에서 열려 한국의 서포터들이 직접 찾기 힘들다. 윤영섭씨는 맨유 한국 서포터들만의 특별한 서포팅 방법을 공개했다.

 

"일단 저녁 늦은 시간에 술집을 빌린다. 그리고 영국에서 열리는 낮 경기를 보며 서포팅을 한다. 한 번 모일 때 마다 40~50명씩 모이며, 주로 20~30대의 남자들이지만, 여성 회원의 비율도 20%정도 된다."

 

윤씨는 이어 "영국에서 저녁에 열리는 경기는 우리 시간으로 새벽 3~4시에 시작하기 때문에 아직 저녁경기 서포팅은 해본 적이 없다"며 "지난 챔피언스리그때 결승에 진출하면 새벽 정모를 추진해 보려 했으나 4강전에서 떨어져 안타깝게 무산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에게 가장 힘든 건 시차다. 항상 새벽 경기를 보다보니 생활 리듬이 깨지게 된다"고 덧붙였다.이들이 졸린 눈을 비벼가며 영국 축구를 보는 이유는 뭘까? 이에 대해 윤씨는 "보면 알겠지만 상당히 재밌고 빠르다. 또한 가족이 대를 이어 한 팀을 좋아하는 문화도 영국 축구의 매력"이라며 예찬론을 펼쳤다.

 

자비 들여 서포팅 준비, 응원 내용은 '비밀'

 

 맨유 서포터는 6월 23일 아시아 투어 한국 서포터스 발대식을 가졌다.
맨유 서포터는 6월 23일 아시아 투어 한국 서포터스 발대식을 가졌다.윤영섭

 

7월 20일에는 시차 걱정 없이 마음껏 맨유를 응원할 수 있게 되었다.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맨유 선수들이 FC서울을 상대로 경기하기 때문. 맨유의 서울 경기에 대해 윤씨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본적인 응원구호를 맞춰 보고 있다. 응원가도 생각해 보았지만 전부 영어라 자제하기로 했다. 모두들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구호로 상암을 찾은 팬들이 모두 맨유를 응원하게 만들 것이다."

 

이어 그는 "7월 15일 쯤에는 '메이킹 데이'를 정해 깃발·걸개그림 등의 응원 도구를 만들 것"이라 전했다. 응원 도구 만드는 비용이 꽤 많이 든다고 하던데 어떻게 충당 하는지 물었다.

 

윤씨는 "보통 서포터들은 자비를 들여 응원 준비를 한다"면서 "'서포터는 입장권 할인 등 특혜를 받지 않으냐'는 의심을 받기도 하지만, 서포터도 정가 5만원(1층 스탠드 기준, 2층은 3만원)을 다 내고 본다"고 밝혔다.

 

자기 돈까지 들여가며 자신이 좋아하는 축구팀을 응원하려는 이유가 궁금해졌다.

 

"'축구를 본다는 것은 같이 뛰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12번째 선수가 되어 선수들과 함께 뛴다는 생각이 우릴 이렇게 축구에 빠져들게 만든다. 이번 경기에서는 한국을 첫 방문하는 맨유 선수들에게 한국에도 맨유 팬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을 직접 보여줄 것이다."

 

윤영섭씨는 "상암이 FC서울의 홈구장이지만, 경기 당일은 맨유 팬들이 더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 "맨유의 첫 방문이고, 세계적으로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는 팀이기 때문"이란 이유를 밝혔다.'어떻게 응원을 할 것인가'란 질문에 윤씨는 구체적 대답을 회피 했다. 경기가 열리면 직접 보라는 것이다.

 

"우린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것이다. 맨유는 세계적 수준의 명문 팀이다. 전 세계 언론과 축구팬이 한국에도 맨유의 대규모 서포터가 있다는 것에 주목할 것이다. 세계를 놀래 킬 우리의 응원은 내용은 '비밀'이다."

 

7월 20일 밝혀질, 맨유 서포터의 '비밀 응원'이 궁금해진다.

2007.06.29 17:49 ⓒ 2010 OhmyNews
맨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윤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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