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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싹하지? 이런데도 영화 안 볼래?

2007년 공포영화 포스터들... 더 잔혹하게, 더 엽기적으로

07.06.16 19:56최종업데이트07.06.19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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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4.4.4.> 포스터
먼저 나라밖 이야기 하나. 올봄 미국 뉴욕 택시와 LA 거리에 걸렸던 한 영화 광고판이 빗발치는 시민들의 항의로 모두 철거되는 소동이 벌어졌다. 광고판에는 여주인공이 납치, 감금돼 잔인하게 고문당한 뒤 살해되는 장면이 묘사돼 있었다.(<씨네21> 보도 참조) 롤랑 조페 감독의 공포영화 <캡티비티(Captivity)>가 바로 그 영화. <캡티비티>는 오는 20일 <4.4.4.>로 이름을 바꿔 한국 관객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국내 <4.4.4.> 포스터도 문구와 색보정 등 간단한 수정작업을 거쳤을 뿐 미국판 디자인 원안을 그대로 사용했다. 포스터 속에서 여주인공 엘리샤 쿠스버트는 공포에 잔뜩 질린 얼굴로 모래가 가득 쌓인 유리관에 갇혀 있다. 영화 <4.4.4>의 홍보마케팅을 맡고 있는 '영화사 하늘'의 최문정 팀장은 "선정적이고 잔인하다기보다는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는 포스터라는 점에서 그대로 사용했다"고 말했다.
 영화 <주온> 포스터
공포영화 포스터가 논란이 된 건 나라밖 얘기만은 아니다. 지난해 7월 영화 <스승의 은혜> 제작사 측은 지하철 스크린도어에 포스터를 부착했다. 휠체어에 앉아 목이 뒤로 꺾인 채 피 흘리고 있는 교사와 축배를 들고 있는 제자들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이 포스터는 승객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고, 영화사는 보름 만에 광고판을 철거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2003년 개봉돼 일본호러 열풍을 일으킨 <주온> 포스터의 경우는 더욱 심각했다. 푸른색 바탕에 검고 퀭한 눈의 창백한 아이 얼굴을 부각시킨 포스터는 피 한 방울 안 비쳤지만 섬뜩했다. 지하철에 걸린 포스터를 본 행인이 기절하는 사태가 벌어졌고, 결국 개봉일자를 적은 종이로 아이 눈 부분을 가려야 했다. 잔혹하고 섬뜩하고 엽기적이고 선정적이고 한낮의 더위가 30℃를 오르내리면서 극장가가 으스스해지고 있다. 여름 대목을 노리는 공포영화 포스터들이 극장 주변은 물론 지하철 역, 버스 옆면, 도심 벽면들을 도배하기 시작했다. 공포영화는 더위를 피해 '서늘함을 잡는다'는 뜻에서 납량(納凉ㆍ참고로 '납량'의 정확한 발음은 '남냥'이다) 영화로 불리기도 하는 만큼 역시 여름이 제철이다. 올여름 개봉을 앞두고 있는 공포영화(스릴러 포함)는 10여 편이 넘는다. 국내영화로는 오는 21일 개봉 예정인 <검은집>을 시작으로 <해부학교실>(7월 12일), <므이>(7월 19일), <기담>, <리턴>(8월 2일) 등이 뒤를 잇는다. < G.P. 506 >, <두 사람이다>, <귀신이야기>, <헨젤과 그레텔> 등도 이 대열에 곧 합류할 예정이다. 외국영화로는 <4.4.4.>에 이어 <씨노이블>(28일), <디센트> <힛쳐>(7월 5일)와 <샴>(7월 19일) 등이 줄줄이 간판을 내걸 계획이다. 블록버스터 대결의 틈새에서 공포영화 사이의 경쟁도 치열할 수밖에 없다. 멀티플렉스 시대의 경쟁에서는 초기 흥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개봉 첫주 흥행 실적에 따라 바로 극장 간판을 내려버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관객들의 눈길을 끌기 위한 홍보마케팅전 역시 더욱 뜨거워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전장의 최일선에 영화포스터가 있다. 영화 포스터의 경쟁은 '0.5초의 승부'다. 사람들이 스쳐 지나가며 영화 포스터에 눈길을 주는 시간은 0.5초 정도다. 그 짧은 순간에 한 컷의 이미지로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아야 한다. 그러다 보니 자극적인 소재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내용'의 전달보다는 '공포'의 정도에 무게를 두는 공포영화 포스터들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잔혹하고 섬뜩하고 엽기적이고 선정적이고…. 공포영화 포스터들이 채택하고 있는 상투적인 컨셉트들이다. 그 가운데 '누가 누가 더 무섭나'가 경쟁의 핵심이다. 그렇다고 피 칠갑을 한 포스터가 꼭 효과가 있는 건 아니다. 홍보마케팅 담당자와 포스터 제작자의 고민은 깊어진다. 올여름 개봉하는 공포영화들의 포스터 가운데 몇 편을 살펴본다. 예년에 비해 비교적 다양한 컨셉트로 공포를 변주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당신은 어느 영화가 더 무섭게 느껴지는가. <해부학교실>... 포르말린 용액에 담긴 여주인공의 머리
 영화 <해부학교실>의 티저포스터(왼편)와 메인포스터

올여름 공포영화 포스터 가운데는 엽기적인 것으로 따지면 <해부학교실>(감독 손태웅)이 단연 으뜸이다. 포르말린 용액이 가득 채워져 있는 실험용 유리병 안에 입에서 피를 뿜는 여주인공(한지민)의 머리가 담겨 있다. 사진 합성이 아니라 실제 한지민의 머리를 석고모형으로 만들어 찍었다. 메인포스터에 앞서 선보인 티저포스터는 섬뜩하면서도 선정적이다. 차가운 무채색 톤으로 수술대 위에 놓여있는 벌거벗은 여성의 상반신과 수술장갑을 낀 채 메스를 들고 있는 손을 클로즈업했다. 포스터 속 여성의 몸은 누드모델이 연기했다. <해부학교실> 포스터를 제작한 '꽃피는봄이오면' 최지웅 팀장은 "공포영화 포스터는 누가 더 무섭게 만드느냐의 경쟁"이라며 "그래서 지금까지 사용한 것보다 좀 더 강한 표현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해부학교실>은 여섯 명의 의학도들이 가슴에 장미 문신이 있는 아름다운 카데바(해부용시체)를 배정받은 뒤 잇달아 의문의 죽임을 당하면서 펼쳐지는 미스터리 공포. KBS 드라마 <경성스캔들>의 '조마자' 한지민이 의대본과 1학년으로 출연한다. <기담> <므이>... 고혹적인 공포, 신비스런 공포
 영화 <기담>(왼편)과 <므이> 티저포스터

1942년 경성을 배경으로 안생병원에 모인 사람들의 비밀스런 사연을 담은 영화 <기담>(감독 정가형제)의 티저포스터는 무섭다기보다는 기묘한 느낌이다. 기모노 차림 여인(김보경)의 긴 목, 그 위를 기어가는 달팽이와 그 자리에 선명하게 남은 핏자국. 기묘한 분위기를 강조하기 위해 실제보다 목 길이를 세 배 정도 늘렸다. 포스터를 제작한 스푸트닉의 김혜문 대리는 "영화 내용에 맞게 고혹적이고 매혹적인 공포, 아름다운 공포를 표현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김보경의 옆 모습을 잡은 데 대해선 "인지도가 센 배우가 아니라 얼굴을 많이 부각시키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스푸트닉은 베트남을 배경으로 비밀의 초상화에 어린 저주를 다룬 <므이>(감독 김태경)의 티저포스터도 제작했다. 피 흘리는 아오자림 차림 여성의 액자와 등에 장핀이 꽂힌 채 고개를 숙이고 있는 같은 차림 여성의 모습이 오싹하고 신비롭다. 현재 메인포스터를 작업하고 있는데, 포스터를 위한 별도 세트 제작비만 1000만원 가까이 들었다. 김혜문 대리는 "포스터가 영화 흥행을 결정짓지는 않겠지만 영화를 홍보하는 첫 이미지로서 중요하다"며 "특히 공포물에선 한방에 가는 이미지의 역할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검은집>... '싸이코패스'와 프로젝트 포스터
 영화 <검은집> 프로젝트포스터(왼편)와 메인포스터

몇 년 전부터 상업영화들은 메인포스터에 앞서 대개 촬영이 30~40% 진행된 시기에 티저포스터를 제작한다. 관객의 호기심을 유발하고 한번이라도 더 홍보의 기회를 얻기 위해서다. 그런데 영화 <검은집>은 '프로젝트 포스터'라는 새로운 개념을 내놓았다. <검은집>은 경찰이 자살로 확인하고 포기한 사망사건을 조사하는 보험사 직원(황정민)과 '싸이코패스(감정이 없어 살인행위에조차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사람)'란 존재와의 대결을 그린 작품. <검은집>의 프로젝트 포스터는 심리학에서 심리검사를 위해 사용되는 '로샤잉크반점'의 특성을 이용한 디자인을 선보였다. 빨강 초록 보라 등 강렬한 색상의 데칼코마니 형태다. 포스터를 제작한 그림디자인 배광호 실장은 "영화의 내용을 직접적으로 나타내기보다는 싸이코패스라는 생소한 개념을 알리는 데 초점을 맞춰 제작했다"고 말했다. 배광호 실장은 또 '공포'를 가늠할 수 없는 메인포스터에 대해선 "<검은집>은 그냥 호러가 아니라 심리스릴러에 가까운 영화다"며 "그래서 그저 무섭게 만들기보다는 심리적인 공포 분위기를 연출했다"고 말했다. 귀신이야기가 우습다고?
 영화 <리턴>(왼편)과 <귀신이야기>의 티저포스터

영화 <리턴>(감독 이규만)은 '수술 중 각성'(전신 마취 환자가 수술 도중 의식이 깨어나 통증은 느끼지만 몸은 움직일 수 없는 상태)을 소재로 한 작품. '수술 중 각성'을 겪은 한 아이가 25년이 지나 다시 돌아와 벌어지는 미스터리를 다루고 있다. 드라마 <하얀거탑>에서 외과의사 '장준혁'을 연기했던 김명민이 이번에도 외과의사 역을 맡았다. <리턴>의 티저포스터는 병원을 배경으로 벌어진 사건을 다루는 만큼 차갑고 음산한 기운이 감돈다. 서로 다른 시선과 표정으로 병원 복도에 차례로 서 있는 주인공들의 모습과 주사기를 손에 든 채 뒷모습만 드러내고 있는 정체 불명의 남자 뒷모습을 보여준다. 주인공들의 사진은 각각 촬영한 뒤 디자인 작업 때 합성했다. <귀신이야기>(감독 임진평) 포스터는 제목과 달리 무섭지 않다. 아니 오히려 우습다. '인간과 귀신이 어울려 사는 마을 독각리에서 각양각색의 귀신들과 함께한 간 떨리는 수다 한판'이란 영화 설명에서 알 수 있듯이 귀신이 나오는 코미디다. 풀어헤친 긴 머리에 하얀 소복, 섬뜩한 긴 손톱까지,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귀신이야기> 티저포스터 속 인물은 전형적인 처녀귀신의 모습이다. 한데 독서에 열중하고 있다. 책 제목도 <귀신이야기>다. 포스터의 '노약자 임산부 대환영'이라는 문구도 영화의 성격을 드러내주고 있다. <장화, 홍련>에서 배워야 할 것 그밖에 국내 공포영화로는 베트남전쟁을 배경으로 병사들의 극한 공포를 다룬 <알포인트>로 주목받았던 공수창 감독의 < G.P. 506 >, <남극일기>의 임필성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천정명이 주연을 맡은 <헨젤과 그레텔>, 강경옥의 동명만화를 원작으로 <바람피기 좋은 날>의 '바람 난' 주부 윤진서가 여고생으로 변신한 <두 사람이다>(감독 오기환) 등이 더위 사냥에 나선다. 외국영화로는 흉물스런 블랙웰호텔에 모인 8명 범죄자들의 살인자와의 서바이벌 게임 <씨노이블>, 동굴 탐사를 떠난 친구들이 동굴에 갇히게 되면서 겪는 공포를 다룬 <디센트>, <셔터>의 감독이 만든 태국 공포영화 <샴>, 여행길에 우연히 만난 남자로 인해 한 커플의 휴가길이 악몽으로 돌변하는 스릴러 <힛쳐> 등이 관객들에게 전율을 선사할 준비를 하고 있다.
 영화 <장화, 홍련> 포스터
그렇다면 과연 어느 영화가 이번 여름시장에서 공포영화의 승자가 될 것인가. 영화평론가 전찬일씨는 "한국 영화관객은 맹목적인 것을 싫어한다. 무조건 잔혹하기만 한 공포영화보다는 설득력 있는 심리적 공포에 더 반응한다"며 "공포영화 포스터도 무조건 무섭게 만든다고 관객을 끌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공포영화 가운데는 무서우면서도 매혹적인 이미지로 공포심과 함께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장화, 홍련>(김지운 감독)을 "90년대 이후 최고의 공포영화"로 꼽았다. <장화, 홍련>의 포스터도 "그런 영화의 내용과 잘 맞아 관객 동원에 성공을 거뒀다"고 했다. 제작을 맡았던 마술피리 오기민 대표도 "흥행에 포스터가 한몫했다"고 인정했다. <장화, 홍련>은 전국 관객 314만명을 동원했고,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될 예정이다. 개봉을 앞둔 공포영화들이 '정말 무서운' 관객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기사를 맺기 전 당연한 얘기 한마디만 덧붙인다. 포스터는 포스터일 뿐, 실제 영화의 '공포'와는 거리가 멀 수도 있으니 주의하시길.

공포영화 영화포스터 귀신이야기 검은집 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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