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외로운 영혼들이 다른 영혼들 찾아헤매는 이야기"

[JIFF 현장] <허스(HERs)> 감독과 관객과의 대화

07.04.29 11:09최종업데이트07.04.29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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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명의 '지나'가 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라스베이거스에서, 그리고 알래스카에서. 세 여인이 끊임없이 세상에서 좌절하는 모습을 보는 관객들은, 이 '지나'들이 혹시 같은 인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는다. 다른 곳에 살고 있는 다른 여자들인데, 왠지 모르게 그녀들의 삶은 얽혀있는 것이다.

김정중 감독의 <허스(HERs)> 얘기다. 지난 27일 전주 메가박스 상영관에서 영화가 끝난 후 진행된 GV(감독과의 대화) 시간은 진지하면서도 활기찼다. '한국영화의 흐름' 부문 심사위원인 정찬이 직접 일어나 질문을 던졌을 때, 감독과 같이 나온 배우 김혜나는 "잘 부탁드린다"며 재치 있게 응수했다.

▲ <허스>의 김정중 감독과 배우 김혜나(왼쪽부터).
ⓒ 이의진
- 진지한 여자들의 얘기를 전해 준 감독이 여자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남자감독이라 의외다.
"영화를 보고 나를 만난 사람들은 '이렇게 생긴 사람이 어떻게 이런 영화를 찍었지?' 하는 표정을 짓는다. (웃음) 이 영화는 미국에서 산 지 8년째 돼가는 내 삶의 산물이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살았고, 영화처럼 라스베이거스에서 관광가이드를 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밝은 줄 알았던 미국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알게 됐다. 영화를 만들며 내 삶의 행적을 투영시켰고, '지나의 다음 행선지는 어디일까'라고 생각했을 때 떠오른 게 알래스카였다. 화려하고도 어두운 미국이란 세계에서 살고 있는 외로운 영혼들이 다른 영혼들을 찾아 헤매는 이야기를 하자고 생각했다."

- 마지막 에피소드를 알래스카에서 찍었는데 많이 고생했겠다.
"춥기도 했고, 누드신 때문에 캐스팅에 애를 먹었다. 배우들이 민감할 수밖에 없었는데, 섭외 당시 '같이 벗고 찍자. 당신들이 벗을 때 나도 벗겠다'고 말해서 겨우 촬영할 수 있었다. (웃음. 김혜나가 '안 벗었잖아요'라고 말하자) 나는 벗고 싶었는데 스태프들이 한사코 말려서….(웃음)"

- 그런데 모든 에피소드에 베드신이 나오지 않는가.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베드신에 중점을 두진 않았지만, 각 에피소드의 '균형감'을 맞추기 위한 노력의 일종이라고 이해해 달라. 3가지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비치기도 원치 않았고, 또한 완전히 같은 사람으로 비치기도 원치 않았다. 에피소드들이 각각 유기적으로 연결되기를 원했다."

- 세 여자의 직업을 모두 매춘부로 설정한 의도가 궁금하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보통 '매춘부' 하면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미지를 벗기고 싶었다. 내면적인 모습을 통해 동등한 한 인간이라는 점을 말해주고 싶었던 것이다. 또한 세 지역을 아우르며 '상처받는 인간'이라는 모델로 매춘부를 설정한 이유도 있다."

▲ GV 시간에 질문하는 <한국영화의 흐름> 심사위원 정찬
ⓒ 정재용
- 영화를 찍으며 가장 많이 고심했던 부분은?
"촬영기간이 길지 않았다. 기획부터 편집까지 총 3달밖에 걸리지 않았다. 마지막 에피소드를 위해 알래스카에서 촬영할 때는 '왜 내가 알래스카를 가려고 했을까'라는 생각이… (웃음.) 물론 덕분에 아름다운 이미지를 얻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배우와 스태프들이 어떤 장면에 완벽히 합의한 상태가 아닌 상황에서 촬영할 때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 [정찬] <꽃섬> <내 청춘에게 고함> 등 필모그래피가 남다른 김혜나 씨는 독립영화에 대한 애정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려운 배역을 연기하는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는가? 또한 감독이 김혜나씨를 캐스팅한 이유가 궁금하다.
김혜나 "나도… 쉬운 역할을 연기하고 싶다. (웃음) 노하우라, 글쎄, 미국을 전혀 모르는 아이가 미국을 알기 시작하면서 느끼는 즉각적인 감정을 표현하려 노력했을 따름이다."
김정중 "캐스팅한 이유? 좋아하기 때문이다."(웃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주국제영화제 공식 웹데일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7-04-29 11:09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전주국제영화제 공식 웹데일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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