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인천 유나이티드 FC=파란 줄무늬의 도깨비들?

2007 K-리그 8라운드, 광주 1-1 인천 유나이티드 FC

07.04.28 19:13최종업데이트07.04.28 19:13
원고료로 응원
▲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2007년 경기 기록
ⓒ 심재철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에서 2006-2007 시즌 다섯 경기를 남겨놓고 일찌감치 우승 뒤풀이를 펼친 인테르 밀란과 K-리그의 시민구단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팀의 상징으로 하는 유니폼 색깔과 모양이 파란색 세로 줄무늬로 비슷하다. 그런데 팬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기록이 또 하나 만들어지고 있다.

인테르 밀란은 현재까지 리그 33경기를 치른 상태에서 방문 경기 기록(14승 3무, 36득점 14실점)이 안방 경기 기록(12승 3무 1패, 32득점 15실점)보다 낫다.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올해 기록은 이보다 더한 역전 현상(방문 경기 5승 2무 1패 / 안방 경기 2승 4패)을 보이고 있기에 그 발걸음이 더 흥미롭다.

박이천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28일 낮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07 K-리그 8라운드 광주와의 경기에서 1-1로 비겼다.

▲ FW 라돈치치
ⓒ 인천 유나이티드 FC
인천은 경기 시작 33분만에 왼쪽 수비수 전재호가 왼발로 띄워준 공을 몬테네그로 출신의 골잡이 라돈치치가 이마로 받아 넣어 1-0으로 전반전을 앞선 채 끝냈다. 이 상황은 경기 끝무렵까지 계속되며 지난 15일 제주에서 시작한 방문 경기 연승 기록(3승)에 하나를 더 보태는 듯 보였다.

비록 경기 시간 12분을 남겨 놓고 광주의 후반전 교체 멤버 남궁도에게 발리슛을 하나 얻어맞아 1-1로 끝나기는 했지만 최근 방문 경기 무패(3승 1무)의 기록은 여전하다.

남의 집 앞마당에서 벌이는 파란 줄무늬 도깨비들의 짓궂은 발길질은 지난 달 11일 대구에서 시작되었다. 지난 해까지 아홉 번 만나서 단 한번도 이겨보지 못했던 시민구단 맞수 대구 FC를 골잡이 데얀과 미드필더 김상록이 나란히 한 골씩을 터뜨리며 2-1로 이긴 것.

이 마수걸이 승리는 인천 선수들의 발끝에 이상한 마법을 걸어놓았다. 자기네 마당에서는 제대로 힘을 못 쓰고 남의 집 마당에 가서 화풀이하듯 펄펄 날며 승리의 뒤풀이를 하고 돌아온다.

'세르비아에서 데려온 골잡이 데얀, 포항에서 좋은 경험을 쌓은 미드필더 김상록, 전남에서 건너온 가운데 수비수 이동원'

이렇게 셋은 올해 새롭게 인천의 식구가 된 인물들인데 이들이 바로 올해 인천의 도깨비 같은 발걸음에 앞장서서 골목대장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특히, 공 간수 능력이 뛰어난 데얀은 지금까지 열 세 경기에 나와 여덟 골(경기당 0.62골)을 터뜨리며 라돈치치의 훌륭한 단짝이 되었다.

김상록도 드라간과 함께 인천의 허약했던 허리에 힘을 실어주고 있으며 이동원은 주장 임중용과 효율적인 역할 분담(뜬 공 처리)을 통해 포 백 시스템의 완성도를 높여주고 있다.

흔히 까다롭다고 하는 방문 경기에서 이처럼 좋은 결과는 내는 이유는 선수들의 심리적인 영향이 아닐까 한다. 아무래도 승리에 대한 부담이 적은 남의 집 마당이라는 점이 뛰는 선수들의 머리와 몸을 모두 가볍게 만들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 부분은 인천 문학경기장 관중석에 앉아 보면 금방 느낄 수 있다. 시민구단으로서 그 첫걸음을 뗀 2004년부터 인천에는 골수팬들이 점점 늘고 있다. 먼 길 마다않고 따라가 힘을 보태주는 서포터스는 물론이거니와 일반 관중석에 앉는 인천 시민들의 낯이 익기 시작한 것이다. 가족끼리 연인끼리 찾아온 그들은 동쪽 관중석에 앉는 자리도 거의 정해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전에는 방문 팀의 골이 나오면 그들의 서포터스 말고도 일반 관중석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들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상황을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캔맥주 통이 굴러다닐 정도로 분위기가 나빠질 뿐더러 경기가 끝나기 전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기도 한다.

그 앞에서 뛰는 선수들이 이것을 모를 리 없다. 팬들 앞에서 잘 해야겠다는 마음은 동작을 뻣뻣하게 만들 수 있다. 특히, 축구는 그 동작이 뻣뻣하면 말짱 헛일이다. 이 경기에서 먼저 골을 넣은 라돈치치는 후반전에 더 좋은 기회를 잡고도 그물을 흔들지 못했다. 그것도 빈 골문이었는데 뻣뻣하게 다리를 내민 나머지 기둥에 맞고 나왔다.

지난 21일 문학경기장에서 벌어진 정규리그 7라운드 안방 경기에서 인천은 전북에게 1-3으로 완패했다. 오는 수요일 저녁 컵 대회에서 다시 그들을 불러들인다. 이번에는 마음 속 부담을 훌훌 털어버리고 좋은 경기를 보여줄까?

먼 길 돌아오느라 피곤하겠지만 안방에서 시원한 경기를 못 보여주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FC 선수들에게 스포츠심리학에서 말하는 심리훈련이라도 권하고 싶다.

덧붙이는 글 | ※ 2007 K-리그 8라운드 광주 경기 결과 

★ 광주 1-1 인천 유나이티드 FC [득점 : 남궁도(80분,도움-김승용) / 라돈치치(33분,도움-전재호)]

2007-04-28 19:13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 2007 K-리그 8라운드 광주 경기 결과 

★ 광주 1-1 인천 유나이티드 FC [득점 : 남궁도(80분,도움-김승용) / 라돈치치(33분,도움-전재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및 라켓 스포츠 기사,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