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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영화, 낯설어서 더 좋아

[JIFF 통신 2] 오페라 같기도 연극 같기도 한 <거지의 오페라>

07.04.28 02:34최종업데이트07.07.07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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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두대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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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좌석이네요. 운이 좋으셨어요."

아무 부담없이 여유있게, 혹은 편안한 표정으로 프레스카드를 내미는 나를 보고 자원봉사자가 다행이라는 듯 안도의 웃음을 보였다.

마지막 좌석이라구? 어라? 이 영화의 좌석이 그럼 매진되었다는 말? 하고많은 프로그램중 이 작품을 고른, 나와 비슷한 식성을 갖고 있는 사람이 그렇게나 많았다는 생각에 잠시 어리둥절해졌다.

제목이 하도 '거시기'해서 골라잡은 오늘의 메뉴. 이름하여 <거지의 오페라(The Beggar's Opera)>. '고급문화'인 오페라 앞에 웬 거지람.

제목만으로는 알듯 모를 듯 도통 감잡기 어려운 이 영화. 바로 체코 영화다. 세계거장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섹션 '시네마 스케이프' 중 체코 감독 이리 멘젤 특별전에 올라와있는 작품중의 하나다.

'거시기'한 이 영화가 매진됐다고?

경쾌한 오페라 음악과 함께 영화는 시작된다. 영화는 오페라 막이 오르는 만화 컷으로 시작된다. 마치 한편의 오페라 시작을 연상한다. 허름한 체코의 뒷골목을 배경으로 밝고 유쾌한 음악과 함께 진주목걸이의 묘연한 행방추적이 시작된다.

경찰을 비웃기라도 하듯 아무렇지 않게 진주목걸이를 넘기고 잡도둑들의 움직임에서 관객들은 벌써 입가에 웃음을 머금게 된다. 갱단들의 이야기라지만 도무지 심각한 구석은 없고 우습기만 하다. 배우들의 움직임도 무용을 하듯 리드미컬하고 아름답다. 무엇보다 음악이 영화를 감싸고 있다.

이 작품에는 매력적인 외모와 언변으로 숱한 여자들을 홀리는 갱단의 두목 매키스, 뚱뚱하고 미련해보이지만 한때 그 바닥에서는 이름을 날렸던 거지 두목 피첨, 노회하고 교활한 경찰소장 로킷이 등장한다. 세 사람이 주축이 되어 이야기는 진행된다.

내용은 이렇다. 자기의 딸을 이용하여 매키스의 환심을 산 뒤 그의 정보를 캐내려는 피첨은 자신의 딸이 매키스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어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자 로킷과 손을 잡고 매키스를 잡으려 한다. 피첨에게 돈다발을 건네받은 로킷은 창녀 제니를 이용하여 매키스를 잡아들인다.

일견 피첨의 제안에 동의하는 듯 하면서 로킷은 매키스를 이용하여 피첨을 떠보려한다. 그런가하면 로킷 몰래 매키스를 면회한 피첨은 겉으로는 소장과 손을 잡는 척하면서 매키스를 꼬드겨서 그를 자신의 밑에 두려고 수를 쓴다.

즉 세 사람은 서로를 믿는 척하면서 실은 아무도 믿지 않는다. 자신을 위해 남을 이용하고 배신한다. 작품중 '피치'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피첨을 존경하여 그의 밑으로 들어오고자 했으나 피첨이 매키스를 로킷에게 넘겼다는 소식을 듣고 실망한다. 그리고 피치는 아무리 지하세계라도 동료를 배신할 수 없다며 그를 떠난다.

시작부터 끝까지 음악에 감싸인 영화

 감독 이리 멘젤.
ⓒ JI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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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 피치는 과거 중세시대 영웅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미 작품 첫 장면에서 매키스는 부하들에게 지하세계에서 이제 중세시대의 영웅은 죽었다는 내용의 말을 이미 한 뒤였다. 피첨이 한 대사 중에서도 이와 비슷한 맥락의 것이 있다."우리는 도덕적이고 싶으나 이 곳 상황은 그것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대사가 그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감독은 인간의 위선적인 모습과 사회의 부조리를 표현하고 싶었음을 알 수 있었다. 거지와 갱단 등과 같은 하층민을 통해서 근대 자본주의를 풍자하고 있는 것.

그런데 방식이 좀 독특하긴 했다. 영화 전체를 감싸는 듯한 오페라 음악과 연극하는 듯한 배우들의 연기방식, 오페라의 레치타티보(오페라에서 음을 넣어 대사하는 부분)를 연상하는 듯한 배우들의 대사처리 등이 그랬다. 한 편의 연극 같기도 하고 한편의 오페라 같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영화의 주내용보다는 형식적인 면에 많은 재미를 느꼈다.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도 음악의 박자와 운율에 맞춰 자막이 뜨는 게 재미있다. 마치 음악에 맞춰 자막이 춤을 추는 듯 하다.

마지막 엔딩 크레딧까지 다 올라간 뒤, 처음 시작이 그러했던 것처럼 오페라 막이 내리는 만화컷이 나온다. 하여튼 감독은 이 영화에서 오페라적인 요소를 굉장히 많이 살리려 노력했음을 끝까지 느낄 수 있었다.

체코영화, 몰라서 더 신선하다

처음 보는 체코영화였다. 나에게 체코는 '밀란 쿤데라' '드보르작' 고작 이 정도 수준이었다. 낯설었다. 배우도 그렇고 언어도 그렇다. 오죽 했으면 깜짝 우정출연한 제레미 아이언스의 얼굴이 다 반가웠을까.

그런데 모르는 만큼 신선했다. 근대 체코의 뒷거리를 보는 것도 이색적이었고 그것을 통해 바라본 체코의 문화, 당대의 가치, 사회적 분위기 등을 느낄 수 있던 점도 이채로웠다.

낯설음이 주는 즐거움이다. 가끔 낯선 것이 아름답다는 것을 느끼곤한다. 오늘부터 이 낯섬을 향해 한발자국 더 다가가려한다. 더 낯설고 더 불편한 세계를 헤치고 가보련다. 엔딩크레딧이 다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켜준, 나와 식성이 '비슷했던' 많은 관객들도 그렇게 느꼈을려나. 1991년 작품.

@BOX1@

체코영화 전주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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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픈 것은 삶이 우리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도스또엡스키(1821-18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