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사이드 맨>의 거부할 수 없는 매력 ▲ 영화 <인사이드 맨>의 초호화 캐스팅 ⓒ UIP 코리아관련사진보기 엄청난 기대를 가지고 봤던 영화 <인사이드 맨>. 영화 <인사이드 맨>은 흥행의 조건을 두루 가지고 있는 영화이다. 무엇보다 영화에는 믿음이 가는 배우, 덴젤 워싱턴과 조디 포스터(<플라이트 플랜>을 보고 그녀의 선택에 대해 조금씩 회의가 들기 시작했지만 어쨌든), 그리고 클라이브 오웬이 등장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감독은 <말콤 X>, <모 베터 블루스>의 스파이크 리. 흑인 감독으로서 결코 그 정체성을 잃지 않고 미국의 이면을 조명해 왔던 그가 이 영화의 감독이라는 이유만으로 <인사이드 맨>은 분명 매력적이다. 게다가 언론들은 하나같이 이 영화의 완벽한 시나리오에 감탄했으며, 할리우드 영화면 으레 수식어로 따라다니는 ‘전미 흥행 1위’의 꼬리표도 달고 있었다. 그러나 그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영화는 기대 이하였다. 워낙 극찬을 받았던 영화이기에, 나만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조심스럽게 주위를 둘러봤지만 영화를 보고 난 관객들의 표정은 나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영화가 왜 재미있다고 그렇게 난리법석이었는지 많은 이들이 구시렁대며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었다. 친구를 보채 같이 영화를 관람했던 난 그 친구에게 심심한 사과를 해야만 할 정도였다. 왜 <인사이드 맨>은 재미없었을까? 미국의 관객동원 뿐만 아니라 우리의 평론가들 역시 호평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인사이드 맨>은 무엇이 부족한 걸까? (다음에 이어질 내용은 스포일러 성 글입니다.)누가 테러리스트이고 누가 인질인가영화 초반부, 클라이브 오웬은 자신이 계획한 은행털이 시나리오에 대해 이야기한다. 극히 친절하게도 육하원칙까지 제시해가며 이야기하는 은행털이지만 관객들은 그의 대사를 곱씹는데 꽤나 노력이 필요하다. 결국 내가 그의 이야기에서 얻을 수 있었던 정보는 그가 은행털이를 한다는 것과 그 목적이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라 뭔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다는 것.그렇게 시작된 영화는 이후 빠르게 전개된다. 할리우드 은행털이 영화가 으레 그렇듯이 범인들은 신속하게 뉴욕 한 가운데 위치한 은행을 접수하며 경찰들과 대치하게 된다. 이윽고 등장하는 우리의 주인공 덴젤 워싱턴. 평소 그의 바른생활 이미지와는 달리 본 영화에서 그의 역할은 껄렁껄렁하고 조금은 나태한 인질협상전문 경찰이다. 감독은 그의 이미지를 전복시켜 할리우드의 전형을 파괴코자 한다. 그러나 감독의 의도는 잠시 후 덴젤 워싱턴이 아니라 은행털이들의 움직임에 의해 확연하게 드러난다. 은행을 접수하자마자 인질들의 옷을 벗기고 자신들과 같은 복장에 마스크를 씌우는 범인들. 눈치가 빠른 관객이라면 예고나 비평을 보지 않고서도 이미 범인이 은행을 어떻게 도망칠지, 또 영화가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9·11 이후 미국은 감옥이 아닌 동시에 거대한 감옥 ▲ 똑같은 옷에 똑같은 마스크를 한 사람들 ⓒ UIP 코리아관련사진보기 그렇다. 영화는 9·11 이후 달라진 미국인들의 삶과 현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똑같은 옷에 똑같은 마스크를 한 사람들. 경찰들은 사건 종료 이후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 속에서 범인과 인질을 구별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한다. 모두가 범인인 동시에 인질이며, 모두가 잠재적인 범인으로서 감시당해야만 한다. '인사이드 맨'은 은행에 숨어 있다가 뒤늦게 나오는 은행털이가 아니라, 현재 미국 내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다고 끝없이 강조되는 그 잠재적 테러리스트를 지칭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는 9·11 이후 허상의 공포에 빠진 미국의 상황을 아주 차가운 시선으로 구석구석 훑는다. 똑같은 범인 복장을 하고 있던 시크교도의 터번을 보는 순간 "아니, 아랍 놈이잖아!"라고 외치며 무조건 강제 진압하는 경찰들의 모습부터 범인들의 시시콜콜한 농담에도 진지하게 고민하고 어쩔 줄 모르는 모습까지.그러나 이 영화의 백미는 역시 범인들의 인질 처형 장면이다. 범인들이 단순히 돈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끌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하던 경찰의 감시 카메라 앞에서, 범인들은 그들의 오판을 비웃듯이 인질에게 하얀 자루를 뒤집어씌운 채 생중계로 인질을 공개 처형한다. 이 장면은 분명 알 카에다의 그것을 연상시키며, 영화와 9·11 이후 테러의 공포를 직접 연결시키고 있다. ▲ 누가 '인사이드 맨' 인가? ⓒ UIP 코리아관련사진보기 이쯤 되면 영화 초반부, 은행털이 대사의 의미를 되씹어 볼 만 하다. 돈의 문제가 아니라 뭔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던 은행털이. 현재 미국은 국내 테러를 막기 위해 미국 판 '보안법'을 적용 중이다. 그러나 우리의 '막걸리 보안법'이 그렇듯이, 미국의 보안법 역시 그 실용성 보다는 알 수 없는 적에 대한 '공포감'을 조성하는데 더 큰 일조를 하고 있다. 은행털이가 이야기 하고 있듯이 현재 미국은 감옥이 아닌 동시에 거대한 감옥이며 그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인사이드 맨'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피부로 와닿지 않는 미국의 현실 담고있어자, 그렇다면 이런 은유와 풍자로 가득한 영화 <인사이드 맨>이 왜 우리에게는 재미없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그것은 이곳이 한국이기 때문이다. 9·11 사태마저도 할리우드 영화처럼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우리로선 현재 미국 내의 분위기를 짐작하기 어렵다. 미국 내 사람들은 소위 '반공법'을 통과시킬 만큼 극도의 신경과민 상태로 살아가고 있지만, 우리에게는 단지 그런 미국인들의 일상이 비자 발급받기가 어렵다거나, 공항 출입 시 검사가 까다로워졌다는 것으로 체감될 뿐이다. 게다가 우리의 언론들은 9·11 이후 삶의 질이 추락한 미국인들의 일상보다는, 더욱 강해진 미국인들의 애국심이나 민족주의 등에 더욱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보도하지 않았던가. ▲ 역대 한국영화 흥행 10작 ⓒ 이희동관련사진보기 물론 이와 같은 현상은 문화의 특수성이 가지고 있는 단면이기도 하다. <쉬리> 이후 흥행 성공을 이루었던 한국 영화들의 대부분이 남북대치의 현재 상황 등과 같은 한국만의 특수성을 그 소재로 삼았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결국 문화는 우리네 삶의 표현이며, 반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화 <인사이드 맨>은 그 화려한 배우와 감독에도 불구하고 고전하고 있는 것이며, 같은 맥락에서 본 기자는 현재 곧 이어 개봉할 <국경의 남쪽>을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