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조폭 영화가 싫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것 중 하나가 바로 그 지독한 여성비하다. 조폭 영화에서의 여성은 단 두 부류 밖에 없다. 성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순진한 '처녀', 성을 겪을 만큼 겪어 본, '천박한 술집 여자'가 그것이다. 전자는 대개 '악당', 즉 주인공의 반대파 깡패나 부패한 상류층 인사 등한테 성적인 능욕을 당하고, '망가진다'. 후자는 이미 "망가진 여자"기 때문에, 주인공 포함해서 대부분 사람들은 그녀를 함부로 대하는 것에 별 죄책감이 없다. 이 부류의 여성들은 거의 다 '천박한' 언행으로 일관하여, 그녀가 그런 수준의 대우를 받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관객들까지 생각하게 만든다.최근 개봉한 <투사부일체>는 그 분류법을 너무나 충실히 따르고 있다. 일단, 학원의 실력자의 성적 폭력에 희생되는, '청순한' 여학생이 나온다. 전편의 여학생은 능욕까지 당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전체적인 인물 설정과, 그녀의 '불쌍함'을 강조하는 방식에는 큰 차이가 없다. 그녀는 가난해도 착하고 꿋꿋하며, 무엇보다 무고하게 희생된다. 전편의 여학생이 죽음 직전까지 갈 정도로 구타당한다면, <투사부일체>의 여학생은 아예 사고로 비참한 죽음을 당한다. 영화는 여기서부터 신파조로 바뀌며, 여학생의 비극을 주인공의 '정의로운 폭력'을 정당화시키는 도구로 이용한다. 학원 이사장이 비겁하게 그녀를 능욕하는 '나쁜 어른'이라면, 주인공은 그녀를 순수한 마음으로 아껴주고(거기엔 어떤 성적 욕망도 없다), 그녀의 원수를 갚는 '정의로운 어른', 정확히 말하자면 '정의로운 조폭'이다. 그리고 학원 이사장의 뒤엔 또다시 라이벌 조직, '나쁜 조폭'이 있다. 클라이맥스는 결국 조폭들의 화려한 (우스꽝스럽게 과장된) 싸움으로 끝나는 게 당연한 것이다. 여성을 '능욕'(정확히 말하자면 '착취'지만)하는 가장 대표적인 장소인 유흥업소를 경영하는 깡패들이, '능욕된 여성'의 복수를 위해 싸운다는 설정은, 무슨 아이러니의 효과를 노린 것일까? 물론 이것은 이 영화에게 있어서는 어리석은 질문일 뿐이다. 어디 '닳고 닳은' 유흥업소의 '계집'들이 순수한 여학생과 비교될 수 있겠는가? 주인공의 오른팔인 정운택이, 지난날 '갖고 논 계집'을 가지고 상스러운 소리를 하는 건 죄가 아니다(정운택한테 진심으로 바란다. 아마 감독이 시킨 것이겠다만, 상스러운 대사 좀 그만 하기 바란다. 하나도 웃기지 않다). 또 욕이나 늘어놓는 천박한 '계집'인 자기 아내에게 불성실한 것도 죄가 아니다. 하지만 전편 <두사부일체>처럼, '순진한' 여학생을 자기 유흥업소에서 일하게 한 건, '정의로운' 두목한테 죽도록 얻어맞아도 싼 죄인 것이다. 이 영화에만 해당되는 이야기일까? <친구>에서 유오성은 자기 아내에게 지독한 욕을 퍼붓는데도, '남자다운' 인물로 평가받았다. 어쩌면 그런 면이야말로 '남자다움'의 필수 요건인지도 모르겠다. 조폭 영화만이 아니다. <주먹이 운다>에서 최민식이 아내에게 버림받는 것은 사실 돈 못 버는 것 때문만이 아니다. 아내에게 퍼붓는 욕과 폭력, 자기만 불쌍한 사람인양 하며 주위를 피곤하게 하는 이기적인 태도의 책임이 크다. 그러나 영화는 그가 사회적인 '성공', 즉 신인왕전 우승만 차지하면 모든 것이 해결되고, '가족'이 복원될 수 있다는 듯 묘사한다. 여성 비하는 대부분의 한국 영화, 심지어는 작품성이 있다는 영화들에까지 깊게 퍼져 있다. 관객들, 심지어는 여성들까지도, 거기에 별 거부감이 없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투사부일체>는 지독한 여성비하만으로도, 충분히 '나쁜 영화'다. 이런 영화가 흥행할 수 있다는 것은 한국 영화계의 비극이다. 아니 이것은 어쩌면, '성적 평등'은 고사하고, 과거 유럽의 '기사도' 내지 '신사도'에서 보여주는 수준의 여성에 대한 배려조차 무시되고 있는, 불행한 한국 사회의 반영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