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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와 조폭, 극장가를 접수하다

[극장가 진단] 설 연휴, <왕의 남자>와 <투사부일체> 평정

06.01.31 09:52최종업데이트06.01.31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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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영화의 호황은 반가운 일이지만, 명절 연휴마다 퇴행적인 조폭 코미디의 범람은 다시 생각해볼 부분이다.
ⓒ 시네마 제니스
명절 극장가의 판도는 역시 '대세'를 따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흥행 질주를 계속하고 있는 <왕의 남자>는 쟁쟁한 화제작들이 포진한 설 연휴까지 살아남으며 전국 관객 800만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고, <투사부일체>가 그 뒤를 이어 전국 400만에 육박하는 흥행몰이로 벌써 전편의 기록을 뛰어넘는 성과를 올렸다.

이미 설 연휴 전부터 대부분의 개봉관을 장악한 <왕의 남자>와 <투사부일체>의 장기집권은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였다. 작년 추석 시즌을 평정했던 <웰컴 투 동막골> <가문의 위기>의 쌍끌이 흥행과 마찬가지로, 보통 가족단위 관객들이 늘어나는 명절에는, 역시 검증된 화제작이나 가볍게 볼 수 있는 코미디를 선호하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이기 때문이다.

<왕의 남자>는 만장일치에 가까운 언론의 호평과 관객들의 입소문, 남녀노소 다양한 세대에 어필할 수 있는 탄탄한 드라마 구조에 힘입어 이미 '꼭 볼만한 영화'로 검증을 마친 상태였고, <투사부일체>는 퇴행적인 조폭 코미디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전편의 성공에 따른 후광과 배우들의 열연에 힘입어 다시 관객들을 끌어 모으는 데 성공했다.

특히 <투사부일체>의 성공은, 역시 '명절 대박은 코미디'라는 흥행 공식을 입증시켜준 사례라 할만하다. 2001년 <조폭마누라>, 2002년 <가문의 영광>, 2005년 <가문의 위기>에 이어, 올해엔 <투사부일체>가 다시 한번 위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성공한 작품의 대다수가 '조폭 코미디'라는 점이다. 또한 이 작품들은 전편의 성공에 힘입어 나란히 속편을 제작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조폭마누라2>를 제외하면, 속편들도 대부분 전편 못지 않은 흥행성적을 거두었다.

하지만 흥행 성적이 좋다고 해서 작품 자체가 관객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아니다. 일부에서는, 코미디 영화가 즐겁고 건강한 웃음을 주기보다, 전편의 흥행공식에 안주해 선정적이고 상투적인 코드를 답습하며 '안일한 조폭 코미디'만을 양산하는 장삿속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 <왕의 남자>는 관객들의 입소문에 힘입어 '꼭 볼만한 영화'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 이글픽쳐스
하지만 이런 작품들이 명절마다 놀라운 흥행을 거둘 수 있는 것은, 역시 관객들의 눈을 돌릴 만한 경쟁작들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올해 설 연휴 한국영화는, 대작들은 많았지만 상대적으로 관객들의 보편적인 지지를 얻을만한 화제작은 예상보다 적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겨울 개봉한 화제작들이 <왕의 남자>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일찍 극장가에서 사라진 데다, <투사부일체>를 제외하면 대부분 명절 분위기에 맞지 않는 '무겁고 어두운' 영화 일색이었던 것이 한계로 지적된다.

한국영화의 기세에 밀려 외국영화들의 반응도 신통치 않았다. 가장 큰 기대를 모았던 중화권의 거장 첸 카이거의 대작 <무극>은 한류스타 장동건의 출연으로도 화제를 일으켰으나, 사실주의 경향이 강한 한국의 관객들에게 중국의 신화적 요소가 강한 판타지 영화는 이렇다할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신화-진시황릉의 비밀> <칠검> <퍼햅스 러브> 같은 아시아권 합작 프로젝트들의 경우, 한류스타 배우의 출연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대부분 정서적인 이질감을 좁히지 못하는 것이 흥행 실패의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또한 올해 명절 극장가는 설 연휴답지 않게 가족영화의 부재가 두드러졌다. 한국영화의 경우 관객층이 20~30대에 편중된 추세인데다, 명절 성수기에도 대작들에 밀려 가족영화는 개봉시기를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외화의 경우도, 애니메이션 <치킨 리틀>과 <열두명의 웬수들> 속편 정도를 제외하면 남녀노소 부담없이 볼 만한 가족영화나 어린이들을 위한 영화가 별로 없어서 개봉 편수에 비해 선택의 폭이 그리 넓지 않았다는 것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래서인지 올해는, 지겹다는 이야기도 자주 듣지만 명절 연휴의 단골 손님 성룡의 빈자리가 유난히 커보였는지도 모른다.
2006-01-31 09:53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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