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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대학문을 나선 지 10년이 되는 이들이 나누는 사랑법은 어떤 것일까. "야! 타"라며 멋들어진 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한다거나 핸드폰 숫자 표시가 지워질 정도로 '사랑해'를 날리는 간드러짐과는 분명 다를 것이다.
드라이브보다는 시골길을 걷는 데이트로, 핸드폰보다는 공중전화를 부여잡고 헤어진 연인에게 전화를 걸다 일방적으로 끊김을 당해 본 적이 있는 사랑. 그것이 더 가까워 보인다. 30대 두 남녀가 10년에 걸쳐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사랑이야기인 <사랑을 놓치다>는 꼭 그 시절 그 감성을 가지고 있다.
애인에게 버림받은 우재(설경구 분)는 오늘도 술에 취해 끊어진 전화기를 붙들고 있다. 대학 후배 연수(송윤아 분)는 그런 우재를 좋아하면서도 주변만 맴돌 뿐이다. 10년이 지나, 조정 코치가 된 우재는 우연히 연수를 다시 만나게 되면서 어린 후배로만 보였던 연수가 점점 여자로 보이기 시작한다.
 | | | ▲ <사랑을 놓치다> 한 장면. | | | ⓒ 시네마서비스 | | 우재와 연수는 "우리 사귀자, 너 좋아해"라는 직설적인 말들을 아예 할 줄을 모른다. 그저 오래된 놀이공원을 거닐고 소소한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내 감정이 마음으로 전달되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뿐이다. 뒷골목 포장마차 어딘가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오늘 하루도 잘 보낸 것 같다는 하소연들을 늘어놓으며 감정이 은근히 드러나기를 원한다. "너 봐서 좋다고 인마"라는 말이 가장 직접적인 감정 표현일 정도로 이들이 나누는 사랑의 감도는 느리지만 깊다.
그러니 "이런 점이 싫다, 이것은 고쳐"라는 상대 연인에 대한 직언들은 서로에게 하지 않는다. 조심스럽게 다가가고 천천히 속내를 드러낸다. 싸울 일도 없으며 괜한 오해도 농으로 지나쳐 버린다. 시골길을 풍경 감상을 하며 느릿하게 걸어가듯, 두 사람의 사랑법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옛일을 추억하거나 주변 이야기를 해나가는 여유로운 일상 그 자체이다.
 | | | ▲ <사랑을 놓치다> 한 장면. | | | ⓒ 시네마서비스 | | 느릿한 감정의 교류 사이에서 영화는 우재와 연수 각각의 사연들에 집중한다. <사랑을 놓치다>가 두 인물의 교감을 느릿하게 잡아내는 것이나 감정적인 갈등의 이야기가 배제된 것은 어떻게 보면 인물의 주변 이야기를 모두 담으려 하기 때문이다. 우재가 조정 코치가 되는 과정이나 연수의 어머니 이야기 등 각 인물들의 사연과 에피소드들은 둘의 사랑이야기와 함께 어우러져 있다.
그러다보니 연수의 이야기가 펼쳐질 때 우재는 존재감이 없다(둘은 대학 때 학과도 다른 그저 아는 선후배 사이였다). 두 남녀가 겪는 각각의 에피소드들도 둘 사이의 관계를 덧입히거나 갈라놓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함께 묶여 있는 것이다.
연수 어머니(이휘향 분)의 사고가 울림이 적은 것도 두 남녀의 이야기가 흐르다가 돌연 연수 가족의 분열로 중심 내용이 이동되기 때문이다. 근거가 부족한 주장이 막연한 울림으로만 그치는 것처럼 사건의 갑작스런 변화는 소중한 어머니의 부재에 관해 공감할 만한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는다.
각각의 사연들과 두 남녀의 연관이 극히 적다 보니 속으로만 앓고 있는 사랑의 열병에 대해 집중하기도 쉽지 않다. <봄날이 간다>가 성숙한 이들의 애절한 사랑을 다루며 공감을 불러일으킨 것은 '사랑'에 대한 직접적인 그리움의 표현보다는 아픔의 파편을 생활 속에서 발현시켰기 때문이다. 술에 취해 억지로 집을 찾아가 잘하겠다는 말을 반복하기도 하고 열쇠로 연인의 차를 긁어버리는 행동들을 하는 데는 그만한 아픔이 자리하고 있음을 우회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 | | ▲ <사랑을 놓치다> 한 장면. | | | ⓒ 시네마서비스 | | 그러나 <사랑을 놓치다>는 애절한 마음을 표현할 때에도 단순한 슬픔에 머무른다. 연수가 마음에 없는 말을 하고 멀리 떠나는 우재의 버스를 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데 슬픈 느낌이 들지만 그것이 공감될 만한 근거는 부족하다.
"(연애를) 시작도 못해 봤는데 끝이 나냐"는 우재의 하소연처럼 두 사람의 감정의 교류는 늘 연애 시작단계의 수준에 머무르고 표현하는 방식도 단순한 감정적 표현에 머물고 만다. <사랑을 놓치다>는 지금의 30대가 충분히 공감할 만한 인물들이 어우러져 있음에도 사랑에 대한 세심한 묘사와 감성의 이음새가 떨어져 사랑의 만남과 아픔을 공감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덧붙이는 글 | 1인 미디어 http://www.mediamob.co.kr/에도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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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01-28 17: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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