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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의 맨유는 어떤 전술을 쓸까

공격과 수비를 동시에 지향하는 4-4-2 전술

05.12.30 17:02최종업데이트05.12.30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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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Km대의 대포알과 같은 중거리 슛으로 상대 골문을 위협하는 호베르투 카를로스, 지치지 않는 체력을 바탕으로 상대편 측면을 끊임없이 괴롭히는 마르코스 카푸. 이 두 명의 브라질 선수들은 폭발적인 공격력을 소유하고 있지만 주 포지션은 상대 공격을 봉쇄하는 수비수이다. 그것도 최후방 3선의 측면 수비수. 어떻게 측면 수비수가 공격에 적극적으로 가담할 수 있을까?

지난번 3-4-3 전술에 이어 이번엔 측면 수비수 및 미드필더의 활발한 움직임을 강조하는 4-4-2시스템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4-4-2 전술이란?

1950년대 헝가리 대표팀의 4-2-4 전술 이후, 미드필더의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하였다. 브라질 대표팀은 허리를 강화하기 위해 4명의 미드필더를 두는 4-4-2전술을 1960년대부터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 전술로 브라질은 월드컵 우승을 할 수 있었고, 이후 축구 선진국과 유명 클럽팀의 주요 전술로 활용되었다.

이 전술은 최후방 3선에 4명의 수비수를 두어 수비에 중점을 둔다. 하지만 공격으로 전환시엔 풀백(4백의 측면 수비수)들이 2선으로, 윙어들이 1선으로 전진, 순간적으로 2-4-4의 형태를 띄게 되어, 공격에도 비중을 둘 수 있다. 지금부터 1선에서 3선까지의 전술을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최전방 1선에서는 두 명의 중앙공격수를 둔다. 두 명의 공격수들은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들로 구성한다. 한 명의 공격수가 제공권과 몸싸움 능력이 뛰어나다면, 다른 한명은 스피드와 돌파력에 재능이 있어야 한다. 흔히 투톱 체제라고 일컬어지는데, 걸출한 스트라이커의 존재 및 둘 간의 유기적인 결합이 매우 중요하다.

2선 미드필더라인은 다이아몬드, 더블 볼란티, 플랫 세 가지 형태로 구분한다. 다이아몬드 형은 양 측면에 미드필더 두 명을 두고, 공격형 미드필더를 윙백보다 앞선에 배치한다. 수비형 미드필더는 뒷선에서 공격형 미드필더의 공백을 메워 준다. 프랑스 대표팀의 경우, 지단이 마음 놓고 공격에 가담할 수 있는 것도 비에이라나 마켈렐레라는 걸출한 홀딩맨이 있기 때문이다.

더블 볼란티 형은 수비형 미드필더 2명을 측면 미드필더 뒷선에 배치시킨다. 양 측면의 미드필더들은 사이드어태커로서 활약하게 된다. 피구와 네드베드와 같은 사이드 어태커들은 활발한 움직임을 통해 윙어의 역할에 구애받지 않고 플레이를 펼친다. 반면, 베컴과 같이 드리블링은 떨어지나 크로스 능력이 좋은 선수들은 윙어의 역할에 충실한다.

플랫 형은 말 그대로 네 명의 미드필더라인을 일자로 배치시킨다. 이 형태는 중앙 미드필더의 빠른 공수 전환을 유도해낸다. 중앙 미드필더는 역습 시 투톱과의 2대 1패스를 통해 점차 중앙쪽으로 파고든다. 이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측면 돌파를 시도한다.

최후방 3선은 4명이 일자 수비를 통해 지역방어를 펼친다. 2명의 수비수는 중앙수비수로서 몸싸움에 능하고 헤딩력이 좋아야 한다. 나머지 2명의 수비수는 풀백으로서 키는 크지 않지만, 스피드가 빠르고 수비와 공격을 겸해야 하므로 체력적으로 우수해야 한다. 또한 전방의 공격수에 한번에 찔러 넣을 수 있는 패스 능력도 겸비해야 한다. 토트넘 홋스퍼에서 왼쪽 풀백으로 활약하고 있는 이영표 선수가 좋은 예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통해 본 4-4-2 전술

사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4-4-2 전술만 쓰는 것은 아니다. 4-2-3-1, 4-3-3 등 다양한 시스템이 사용되지만 이해력을 높이기 위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술로 설명함을 양해하길 바란다.

맨유의 최전방 공격라인은 빅&스몰 시스템으로, 서로 다른 장점을 지닌 루니와 반니스델루이로 구성된다. 반니스델루이는 헤딩력이 뛰어나고, 몸싸움도 능해 공간확보 능력이 탁월하다. 루니는 빠른 발을 이용한 돌파력과 공에 대한 집착력이 상당하다. 두 선수 모두 어떠한 순간에도 골을 만들어 내는 능력이 탁월할 뿐만 아니라, 좋은 위치에 있는 동료를 볼 줄 아는 수준급의 시야도 가지고 있다.

12월 30일 현재, 반니스델루이는 15골로 득점 1위, 웨인 루니는 10골과 5어시스트로 득점과 어시스트 모두 3위에 랭크되어 있다. 4-4-2의 시스템에서 중요 요소 중 하나인 스트라이커의 역할을 맨유의 투톱은 현재까지 좋은 활약을 보이고 있다.

2선의 미드필더라인에서는 양쪽 사이드어태커로서 좌우 측면에 박지성, 긱스, 호나우도 선수들이 중용된다. 중앙 미드필더에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폴 스콜스가, 수비형 미드필더로는 앨런 스미스, 최근엔 대런 플레처 선수도 기용되고 있다. 사실 수비형 미드필더의 대명사는 로이 킨(토튼햄의 로비 킨과는 동일인이 아니다)이었지만 지금은 셀틱으로 이적한 상태다.

로이 킨은 중원에서 수비의 핵으로서 거친 몸싸움과 카리스마로 상대 공격수들을 장악해 왔었다. 스콜스는 로이 킨의 든든한 지원 아래 2선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한다. 측면 빈공간을 활용한 침투패스나 투톱에게 직접 전진패스를 연결해 준다. 슈팅력도 있어, 게임이 잘 풀리지 않을 경우 해결사 역할도 담당한다. 양 사이드 어태커인 박지성, 호나우두, 긱스 등은 뒤에 풀백을 두고 있으므로 보다 공격적인 성향을 띄게 된다.

주로 풀백에서 넘어온 패스를 이어받아 측면 돌파를 통해 공격의 활로를 뚫는다. 지난 웨스트 브로미치 전에서 나온 게리 네빌-박지성-스미스-반니스델루이로 이어진 3번째 골은 풀백과 측면 미드필더를 이용한 전형적인 공격방법으로 볼 수 있다. 윙어들은 풀백의 오버 래핑시 자기 편 측면 수비 역할도 함께 담당한다.

3선의 4백 라인에는 양 측면의 풀백에 가브리엘 에인세, 게리 네빌, 중앙 센터백으로 실베스트리와 페르디난드로 구성된다. 에인세가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 리차드슨이나 오셔가 그 공백을 메우고 있다. 퍼디난드나 실베스트레 선수는 체격이 좋고, 제공권 능력이 뛰어나다.

퍼디난드는 수비수답지 않게 발재간이 좋아 종종 리베로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세트 피스(프리킥이나 코너킥과 같이 정지된 공격 상황)에서 공격에도 적극 가담, 종종 헤딩골을 뽑아 내기도 한다. 다만, 두 센터백의 경우 순간적인 판단 미스로 인해 어이없는 골을 헌납한 경우가 몇 차례 보인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풀백인 게리 네빌과 리차드슨(에인세)도 역습 시 전방의 미드필더나 공격수에게 패스 해주는 공격의 초석 역할을 담당한다. 특히 게리 네빌의 오버래핑 능력과 전방으로 이어주는 롱패스는 위협적이다.

4-4-2 전술, 호흡이 맞는 투톱과 우수한 센터백이 성공의 관건

4-4-2 전술의 공수 핵심은 킬러 본능이 있는 투톱과 1:1 대인 능력이 뛰어난 센터백이다. 3백 시스템의 경우, 양 측면에 공간을 내주는 단점이 있지만, 중앙에서는 쉽사리 공간을 내주지 않는다. 그러나 4백의 경우 수비 공간이 양 사이드까지 벌어진다. 이로 인해 자연스럽게 수비수간에 간격이 벌어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순간적으로 센터백 2명이 상대 공격수와 1:1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센터백 개개인의 역량이 떨어진다면, 발재간이 좋은 공격수에 쉽게 뚫릴 수 있다.

투톱의 호흡 또한 매우 중요하다. 투톱 시스템의 경우, 2선까지 내려와 플레이하기 보다는 주로 미드필더나 풀백들이 찔러주는 패스를 통해 공격을 전개한다. 그러므로 투톱 간의 유기적인 호흡이 중요하다. 작년 여름 아시안컵 대회 요르단과의 첫 경기에서 한국은 3-5-2 전술로 투톱에 안정환과 이동국 선수를 두었다. 이동국의 제공권 능력과 안정환의 돌파력을 합친 전형적인 빅&스몰 투톱이었지만 둘의 호흡이 제대로 맞지 않았다.

이동국 선수는 부지런히 공간을 찾아가는 움직임이 눈에 띄지 않았다. 안정환 선수 역시 볼을 너무 오래 다루는 경향이 있었다. 결국 요르단과의 첫 경기는 0대0으로 끝났고, 본프레레 감독은 다음 경기에 다시 쓰리톱을 가동했다. 이후 안정환과 이동국 선수는 같이 뛰기보다는 전후반 서로의 교체선수로 투입되었다. 투톱의 유기적인 플레이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2005-12-30 17:01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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