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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수-박주영은 '바나나킥'도 난형난제

올 시즌 MVP 투표에서도 접전 펼쳐

05.12.30 10:57최종업데이트05.12.30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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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있은 프로축구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울산현대 이천수와 FC서울 박주영은 최우수선수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인 끝에 이천수가 MVP의 영예를 안았습니다.

또 지난 15일부터 27일까지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이뤄진 올해의 최고 경기 설문 조사에서는 지난 6월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 한국-나이지리아전(한국 2-1승 득점자 박주영 백지훈)이 1위로 뽑혔습니다.

백지훈이 인저리타임에 사각에서 터뜨린 역전 결승골이 화제였지만 박주영의 그림같은 프리킥 동점골이 없었으면 나이지리아전 역전 드라마는 연출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올 시즌 대활약을 한 이천수와 박주영은 '바나나킥'에서도 누가 낫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엇비슷한 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페널티아크 근처, 골문에서 20m 안팎의 거리에서 나오는 두 선수의 프리킥은 강한 회전과 함께 골대 모서리를 향해 날아갑니다.

강하게 차지도 않습니다. 부드럽고 정확하게 찹니다. '슛은 마지막 패스다'라는 말을 실감나게 합니다. 박주영의 나이지리아전 프리킥이 그랬고, 이천수의 2006독일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베트남과의 원정경기(2004년 9월8일 한국 2-1승 득점자 이동국 이천수)때 프리킥이 그랬습니다.

'바나나킥'은 요즘 쓰는 '감아차기'의 원조(元祖)쯤 되는 말입니다. 회전이 강하게 걸린 공이 곡선을 그리며 골문으로 빨려 들어가는 장면은 축구를 보는 여러 즐거움 가운데 첫손가락에 꼽을 만합니다.

'바나나킥'이라는 말의 유래는 다음과 같습니다. 코너킥이 그대로 골로 연결되는 장면을 국내 축구팬들이 보고 깜짝 놀란 것은 1969년 6월 26일 서울운동장(현 동대문운동장)에서였습니다. 이날 서울운동장에는 발디딜 틈조차 없는 만원 관중이 들어 찬 가운데 한국대표 2진-보루시아 MG의 경기가 벌어졌습니다.

보루시아 MG는 1960년대 말∼1970년대 중·후반 분데스리가의 강호로 군림했습니다. 보루시아 MG 선수들은 한국선수들보다 한 수 위 기량을 맘껏 자랑하더니 미드필더 군터 네처가 코너킥을 직접 골로 연결해 3만여 관중의 탄성을 자아냈습니다. 군터 네처가 감아 찬 공은 회전이 걸리면서 오인복(주택은행)의 쳐내기를 피해 반대편 포스트 안쪽으로 휘어 들어갔습니다.

축구팬들이 기억하는 이 무렵 국가대표팀 주전 골키퍼는 이세연입니다. 보루시아 MG가 한국에 왔을 때 당시 단일팀으로 국가대표팀이나 다름없었던 '양지(陽地)'팀은 유럽원정 중이었습니다. 이세연도 양지 소속이었습니다. 이세연은 요즘으로 치면 이운재급이었죠.

1966년 잉글랜드월드컵에서 북한이 거둔 8강 성적에 자극받아 창단된 '양지'에는 골키퍼 이세연을 포함해 김호 김정남 임국찬 김기복 이회택 박이천 정병탁 정강지 이이우 등 우수선수들이 모두 모여 있었습니다.

1970년 멕시코월드컵 지역예선을 앞두고 이뤄진 '양지'팀의 유럽원정은 5월 태국에서 벌어진 국제군인축구선수권대회 아시아지역 예선과 6월 그리스에서 열린 본선대회까지 포함해 100일이 넘는 대장정이었습니다.

이때 '양지'팀이 경기를 치른 팀 가운데에는 현재 안정환이 뛰고 있는 프랑스 1부리그 FC 메스도 있었습니다. '양지'는 "우리는 음지(陰地)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는 중앙정보부 부훈(部訓)이었습니다. 북한 축구를 의식해 많은 투자가 이뤄졌으나 한국은 오스트레일리아에 밀려 멕시코 월드컵 아시아ㆍ오세아니아 혼성그룹인 15-A조를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군터 네처의 강력한 감아차기는 '바나나킥'이라는 신조어를 낳았는데 뒤에 간식용 과자 이름으로도 등장하게 됩니다. 이천수와 박주영이 '바나나킥'을 더욱 가다듬어 내년 독일월드컵에서 멋지게 사용하기를 기대합니다.
2005-12-30 10:56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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