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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은 신태용 놓쳐선 안된다

[주장] 13시즌 활약한 '레전드' 선수와 재계약은 당연

04.12.31 16:36최종업데이트04.12.31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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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의 '레전드(Legend)'로 각광 받는 주장 신태용(34)의 향후 진로가 축구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성남이 올 시즌이 끝난 뒤 자유계약(FA) 자격이 된 신태용에 대하여 재계약을 포기했다는 소식이 며칠 전부터 일부 언론에서 보도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성남 구단 홈페이지(http://www.songnamilhwafc.co.kr) 헤드라인 뉴스란에도, 신태용 재계약 포기 관련 소식이 2건이나 올라왔다.

▲ 성남 레전드 신태용
ⓒ 성남일화 천마
그러나 1992년부터 2004년까지 총 13시즌 동안 성남을 위해 몸바쳐 열심히 뛰었던 선수와의 재계약을 포기하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이다.

신태용은 체력 저하로 인한 노쇠화로 올 시즌에 주전 경쟁에서 밀려났다. 하지만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성남을 K리그 명문으로 도약시키고 K리그 최다 정규리그 우승(6회)을 이끈 주인공은 다름 아닌 신태용이었다.

성남의 신태용 재계약 포기는 자칫 독이 될 가능성이 크다. 김철호 같은 젊은 선수들로 짜여진 미드필드진의 전력이 약화될 수 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신태용은 그동안 성남을 위해 공헌한 것이 많았다. 성남은 신태용에 대한 제대로 된 보답을 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신태용을 선수 생활 마지막까지 '영원한 성남맨'으로 대해야 하는 것이다.

레알 마드리드의 2003-2004시즌 전례를 잊지 말아야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명문 레알 마드리드가 2002-2003 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었지만, 레전드로 각광 받았던 노장 수비수 페르난도 이에로(36)는 노쇠화를 극복하지 못했다. 이에로는 14시즌 동안 레알 마드리드의 수비력을 높여왔던 세계 정상급 수비수였으나, 시즌이 끝난 뒤 레알 마드리드와의 재계약에 실패하여 카타르의 알 라얀으로 이적해야 했다.

이에로가 떠난 레알 마드리드의 2003-2004 시즌 수비력은 저하되고 말았다. 파본과 라울 브라보 같은 젊은 수비수들은 뛰어난 수비력을 과시하지 못했다. 정규리그 최다 득점(72골)을 기록했지만, 실점은 우승팀 발렌시아의 2배인 54실점을 기록했다. 결국 레알 마드리드는 수비력 약화로 정규리그에서 4위로 추락했다. 이에로를 떠나 보낸 공백을 실감해야 했다.

당시 레알 마드리드와 최근 성남을 보면, 똑같지는 않아도 비슷한 구석이 있다. 성남은 한때 '아시아의 레알 마드리드'로 꼽혀 왔으며, K리그의 명문구단이다. 레알 마드리드는 레전드 이에로가 노쇠화를 겪었고, 성남은 레전드 신태용이 노쇠화를 겪었다.

성남은, 이에로를 떠나 보낸 뒤 2003-2004 시즌에 수비력이 더 약화되었던 레알 마드리드의 전례를 잊지 말아야 한다.

성남의 미드필드진, 전력 약화될 수도 있다

김철호, 전광진, 도재준 같은 젊은 선수들로 구성된 성남 주전 미드필드진의 단점은 경험 부족이다. 지난 12월 1일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 2차전에서 드러났듯이, 불안한 경기 운영을 펼쳐 팀의 중원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0:5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다. 선수들을 이끄는 리더십이 뛰어난 신태용이 교체 투입되었더라면, 전력이 안정세를 되찾았을 것이다. 하지만 신태용은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물론 지난 20일에 홀딩맨 김상식이 상무에서 제대하여 성남 주전 미드필더를 맡을 것으로 보여 사정이 나아질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김상식은 김철호 등과 같은 현 주전 미드필드진을 맡는 선수들과 함께 한 팀에서 호흡을 맞춰본 적이 없다. 김철호 등의 호흡을 극대화하지 못하면, 미드필드진의 전력이 약화될 수 있다. 다시 말해 조직력을 높일 수 없다.

성남 미드필드진에는 아직 신태용이 더 필요하다. 경기 도중 미드필드진이 불안하면, 조커로 투입되어 그동안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농익은 경기력을 과시하여 전력을 높일 수 있다. 주장으로서 미드필더들간의 호흡을 극대화하기 위해 선수들을 잘 이끌 수 있는 장점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신태용 재계약

신태용은 K리그에서 유일하게 정규리그 MVP를 2번(1995년, 2001년) 수상했고, K리그 베스트 11에 무려 9번(1992~1996년, 2000~2003년)이나 포함되었다. K리그 최다 출전(401경기), K리그 최다 도움(68도움) 등 많은 대기록들을 세웠던 신태용은 K리그에서 가장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선수다. 모두 성남 소속으로 쌓았던 경력이다.

축구선수로서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하기 위해서는 성남에서 은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직 K리그 최초의 70-70클럽과 통산 100호골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에(현재 99골 68도움), 선수 생활을 계속 이어가야 앞으로 대기록에 대한 아쉬움을 느끼지 않게 된다. 특히 성남에서 앞으로 남은 대기록을 달성해야 한다.

현재 FA자격으로 되어 있는 신태용은 내년 1월 1일부터 2월 28일까지 원 소속 성남을 포함한 타 팀들과 교섭을 하거나 계약할 수 있다. 2월 28일까지 성남과 교섭할 수 있기 때문에, 성남의 신태용 재계약은 아직 늦지 않았다.

신태용은 1992년에 성남에서 프로 첫 해를 보낸 레전드다. 지금까지 단 한 번의 이적도 없이, 오직 성남에서만 활약했다. 성남을 K리그의 명문으로 도약시킨 대표적인 주인공도 신태용이었다. 축구팬들의 여론도, 신태용과의 재계약을 원하고 있다.

신태용이 성남에서 선수 생활을 더 하고 은퇴하는 것은, 가장 바람직하고 이상적인 수순이다. 성남은 앞으로 신태용이 '영원한 성남맨'으로 남을 수 있도록, 신태용과 재계약하기 바란다.
2004-12-31 18:15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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