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단순 미학의 극치 <8명의 여인들>

유희할 줄 아는 프랑수아 오종 감독 작...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 돋보여

04.02.26 00:18최종업데이트04.02.26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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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인컴(주)
<8명의 여인들>은 프랑수아 오종 영화 중 가장 쉽다. 오종 세계로 쉽게 입문하게 만드는 이 작품은 그의 전작들 특성 중에서 유순한 면만을 뽑아왔다. 오종은 연극 양식이라든가, 미스터리 취향, 여성 인물이 이끄는 힘, 인간 욕망을 들여다보는 눈 등을 가볍게 건드렸다.

전작 중에서도 <워터 드랍스 온 버닝 락>(1999)이 <8명의 여인들>(2002)과 가장 흡사하다. 연극 무대와 같은 실내에서만 극이 펼쳐진다는 점과 뮤지컬 요소의 도입이 그러하다. 그리고 뤼디빈 사나에가 출연해 사건의 중심에 있다는 것도 닮았다.

8명의 주체적 여성이 이끄는 <8명의 여인들>은 정겹고 흥겹다. 각기 이기적인 욕망에 사로잡힌 여인들은 105분 동안 돌아가며 자신이 처한 현실과 불만 그리고 바람을 고백한다.

이 고백의 방법으로 쓰인 것이 바로 이 영화에서 가장 특징적인 뮤지컬이다. 뮤지컬은 각 인물에 맞게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가령 처음 노래를 부르는 까뜨린느(뤼디빈 사니에)는 언니(비에르지니 르도엔)와 엄마(까뜨린느 드느브)를 백댄서로 두면서 아빠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귀여운 안무까지 섞어가며 부르고 이모(이자벨 위뻬르)는 자신이 직접 피아노를 연주해가며 아주 달콤하게 슬픈 노래로 자신의 외로운 처지를 드러낸다.

맨 마지막으로는 할머니(다니엘 다리유)가 극의 주제를 담은 애상적인 노래로 피날레를 장식한다. 이 때 나머지 7명은 앙상블을 이뤄 합동 안무를 한다. 그런 후 일렬로 서로 손을 맞잡고 마치 마지막 무대인사를 하는 양 조심스레 관객 앞에 선다.

자신의 목소리로 훌륭한 노래를 들려주는 8명의 배우들의 연기는 자신감 넘친다. 그 프랑스의 신구를 대표하는 배우는 다음과 같다.

일찍이 <쉘부르의 우산>을 통해 뮤지컬 영화의 진수를 선보였던 프랑스의 대표 배우 까뜨린느 드느브(게비 역), 지적인 연기파 배우 이자벨 위뻬르(오귀스틴 역. 이제가지 보여주었던 단정된 이미지와는 정반대의 풀어진 연기로 변신해 웃음을 준다), 거장들과 많은 작업을 했던 엠마누엘 베아르(루이즈 역. 가장 몸치지만 가장 열심히 춤을 춘다), 프랑수아 튀르포의 <이웃집 여인>으로 인상깊고 실제 튀르포의 아내였던 화니 아르당(피에레뜨 역),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비치>에서 호흡을 맞췄던 미녀 비에르지니 르도엔(수종 역) 그리고 오종의 페르소나라 할 수 있는 뤼디빈 사니에(까뜨린느 역). 이들은 입체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며 여성들의 보기 좋은 연대감을 보여준다.

오종은 영화를 가지고 유희할 줄 안다. 그 놀이는 이번 <8명의 여인들>에서 가장 장난스러워지고 구체화되었다. 8명의 여인들이 한 남자의 죽음을 둘러싸고 소동극을 벌이다가는 뜬금 없이 노래하고 춤춘다. 이 젊은 악동의 장난은 그러나 매우 자신감 있어 보이며 가족 제도의 문제점을 조롱하는 구체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단순히 실험적이고 치기어린 장난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는 또 영화 유희 속에서 프랑스어의 아름다움을 전하고 생명력 있는 여성 인물을 보여주며, 늙어서도 아름다운 노배우의 건강한 심신을 보여준다.

하염없이 눈이 내리는 크리스마스에 모인 8명의 여인들의 비극인 <8명의 여인들>은 유희할 줄 아는 오종의 단순 미학의 극치로서 좋은 뮤지컬을 반복해 보듯 언제라도 다시 마주하고 싶은 작품이다.

덧붙여 <바다를 보라> <시트콤> 등 오종 감독의 영화에 단골로 출연하면서 <인 마이 스킨>이라는 영화로 성공적인 감독 데뷔를 하기도 한 개성적인 용모의 소유자 마리나 드 반이 이 영화의 공동 각본을 썼다.

그녀는 줄곧 오종과 함께 각본 작업을 해 왔는데 <8명의 여인들>외에도 <사랑의 추억>(2000) <크리미널 러버>(1999) <바다를 보라>(1997) 등이 오종 사이에서 태어난 합작품이다.
2004-02-26 10:46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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