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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박정태 선수가 팬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 | | 박정태, 롯데와 2년간 6억 재계약
자유계약선수가 됐지만 조건이 맞는 팀이 없어 은퇴 기로에 몰렸던 '작은 거인' 박정태(34)가 원소속팀 롯데에 백기투항했다. 박정태는 30일 부산 롯데구단 사무실에서 이상구 단장을 만나 당초 구단 제시액과 크게 다르지 않은 계약금 2억원에 2년간 연봉 3억원, 옵션 1억원 등 총 6억원에 재입단 계약했다. <장환수 기자>
위는 지난 31일 동아일보의 장환수 기자가 "킹은 하나"라는 제목으로 트윈스 이상훈 선수의 6억원 계약과 라이온즈의 이승엽 선수의 재계약과 관련된 기사를 게재하며 박정태 선수의 재계약에 대하여 간단하게 소개한 내용이다.
장 기자의 기사 내용과 같이 지난 30일 '무적선수' 위기에 처했던 박정태 선수가 자유계약선수(이하 FA) 계약 마감 시한을 하루 남긴 시점에서 극적으로 모구단인 자이언츠와 재계약에 성공하였다.
2002 시즌 종료와 함께 FA자격을 얻은 박 선수는 자이언츠 구단과 작년 11월 부터 지속적으로 연봉협상을 벌여 왔다. 지지부진하게 끌어오던 연봉협상은 지난 23일 자이언츠 구단의 '박정태 포기선언'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불러왔고, 박 선수는 다른구단의 '러브콜'을 받지 못한채 잘못하면 1년간 경기를 뛰지 못하는 '무적선수'가 될 위기에 처했었다.
동아일보 장환수 기자의 기사내용을 보면, '당초 구단 제시액과 크게 다르지 않은'이라는 내용이 있어 마치 박정태 선수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자이언츠 구단의 요구대로 재계약을 맺은것 같은 느낌을 받게 한다. 물론, 박 선수는 많은 부분에 있어서 자신의 요구사항을 포기했다. 실제로 2년의 6억원은 박 선수가 애초에 원했던 액수와는 큰 차이가 있으며, 구단이 요구한 액수를 그대로 받아 드린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애초에 자이언츠 구단의 요구했던 2년 6억원 재계약과 이번에 박 선수와 맺은 2년 6억원의 계약 내용은 많은 차이가 있다.
애초에 자이언츠는 계약금 1억원 연봉 1억 5천만원, 옵션 2억원, 총 2년간 6억원에 재계약 할것을 요구했다. 3년 16억원을 원했고, 수정액 2년 10억원을 원했던 박 선수의 요구와 큰 차이를 가진 것도 큰 문제였지만, 더 큰 문제는 옵션 2억원의 내역이 가장 큰 문제였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자이언츠가 이야기한 옵션 2억원의 옵션 내역은 타율 .320 80타점 130경기 이상 출전이었다.
2002년 시즌을 보면 .321의 타율을 보인 유니콘스의 심정수 선수는 타격 4위에 랭크되었고, .318의 김동주(베어스) 선수가 그 뒤를 이었다. 2002 시즌과 단순 비교를 한다면, 박 선수가 프로야구 8개 구단 선수 중 4번째로 타율이 좋은 선수가 되더라도 옵션을 타가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특히, 박 선수가 공격력 보다는 수비력에 더욱 더 치중해야할 2루수라는 포지션을 보았을 때 자이언츠 구단은 박 선수에게 6억원 중 2억원을 줄 수 없다는 이야기가 될 수 밖에 없었다.
박 선수는 자이언츠 구단과 2년에 6억원에 결국 계약하기는 했지만, 그 내용은 완전히 다르다. 먼저 자이언츠는 옵션 2억원 중 1억원을 계약금으로 전환했다. 더 중요한것은 타율 .320 80타점 130경기 이상 출전의 옵션 내역을 타율 .280 50타점 130경기 출전으로 완화 시킨 것이다. 도저히 2루수로써 이루기 힘든 옵션 내용을 좀 더 가능한 옵션으로 전환 시킨것은 박 선수를 배려한 내용이라고 아니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내용을 보면, 동아일보의 장환수 기자가 이야기한 "박정태(34)가 원소속팀 롯데에 백기투항했다"라는 이야기는 왠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오히려 자이언츠구단이 많은 부분 양보했다는 느낌까지 받게한 재계약이었다.
이번 박정태 선수의 재계약은 단순히 계약의 의미만을 가지는 것 갖지는 않다. 이번 재계약은 박선수의 재계약 포기사건에 분노한 팬들의 목소리를 구단이 무시하지 않고, 수렴했다는데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보여진다.
'박정태 재계약 포기 선언'이 있은 후 자이언츠 홈페이지(갈매기 마당)를 비롯, 한국야구위원회(이하 KBO) 게시판, 자이언츠 팬클럽 게시판 등은 자이언츠를 비난하는 글들로 넘쳤었다. 소위 '짠물구단'의 모습을 보여왔던 자이언츠 구단을 비난하는 목소리들이었다.
팬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구단 항의 방문, 야구장 안가기 운동, 모기업 제품 안사기 운동, 갈매기 마당 동시 탈퇴, 항의 집회 등을 시작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인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팬들의 움직임이 박정태 재계약 포기 선언을 번복한 중요한 계기를 만들었다고 보여진다.
팬들은 박정태 선수의 마음도 움직였다고 보여진다. 계약내용을 수정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2년에 6억 재계약은 자이언츠 구단의 요구액과 가까운 수치였다. 자칫 박 선수의 자존심을 건들 수도 있었던 문제였다. 그러나, 박 선수는 팬들의 '프랜차이스 플레이어'로써의 자신에 대한 욕망을 무시 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실제로 박정태 선수는 한 스포츠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팬들도 1년을 쉬는 것보다 그라운드에서 뛰기를 원해 계약하는 쪽으로 바뀌었다"라고 이야기했다. 자이언츠의 이상구 단장 또한 "여론을 배제 할 수 없었다. 이근수 대표이사께서 롯데를 대표하는 선수를 옷벗게 할 수는 없다고 결정한 것이 크게 작용했다"라고 이야기 했다. 결국, 팬들이 박정태 선수와 구단을 다시 한번 한자리에 앉게 만들었고, 극적인 타결을 끌어 올수 있었다라는 것이 필자의 견해이다.
팬들의 단합적인 움직임은 선수협의 탄생과 맞물리며 시작됐다. 선수협이 시작될 무렵 팬들은 인터넷 통신을 통해 모인 팬들은 전폭적으로 선수협 탄생을 도왔고, 그것을 계기로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선수단체가 성립 될 수 있었다.
2001년 초 심정수 선수 보복 트레이드에 반발한 베어스 팬들이 연합하여 '팬권리 찾기 운동'을 진행 시켜 단합된 팬들의 힘을 보여주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했다. 베어스 팬들은 베어스 팬 연합회인 베어스 울타리(www.bears-fence.com)를 조직하고, 구단 홈페이지 탈퇴운동, 야구장 안 가기 운동, 팬클럽폐쇄 등 온라인상의 단체행동을 펼쳐왔고, 2001년도 프로야구 개막을 전후하여 신문광고 게재와 대대적인 '팬권리찾기'운동을 통해 오프라인상의 팬들의 힘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베어스 팬들은 결국 박홍규 단장의 사과를 끌어냈고, 팬들의 입지를 강화 시켰다.
작년 말에는 트윈스 팬들이 김성근 전 감독에 대한 전격 해임에 반발하여 엘지만행공동대책위원회를 만들고, '김성근 감독 해임 규탄집회'까지 여는 단결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직까지 이 문제에 대하여 확실하게 해결되지는 않았지만, 온라인 모임을 오프라인 모임으로 끌어내며 팬들은 결국 구단에서 사과를 받아내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물론, 이번 박정태 선수의 문제에 있어서는 팬들이 이러한 용이주도한 모습을 보여준것은 아니지만, 결국 온라인 상에서 꾸준히 자이언츠 구단을 압박하므로써 자신들이 사랑하는 선수를 다시 그라운드에 세우는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박 선수는 다음카페의 부자사모(부산자이언츠를 사랑하는 모임 cafe.daum.net/bgsm0119) 운영자에게 "부자사모의 도움으로 다시그라운드에서 뛰게된것을 감사드린다"라는 문자메세지를 보낸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이번 재계약 건에서 팬들의 입김이 위력을 보여졌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 프로야구에 있어서 앞으로도 팬들의 입김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터넷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이 더 커지면 커질 수록 온라인상에서 논의 되는 의견들이 더 큰 파워를 가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프로야구 구단들과 KBO, 야구관계자들은 '세상을 바꿀수 있는 네티즌의 파워'를 꼭 직시하여 주길 바란다. 팬들은 그들이 발전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면 끊임없는 박수를 보내줄 것이다.
하지만, 그 반대라면, 지금 보다도 더 센 채찍질을 할것이다. 구단, KBO, 코칭스태프 이하 선수들 모두는 팬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팬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를 알고 그것을 위해 노력하여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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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2-01 12: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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