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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태 포기, 피해자는 롯데?

'자이언츠 간판스타' 재계약 포기 선언에 대하여

03.01.28 00:12최종업데이트03.01.28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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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년월일 : 1969년 1월 29일
신체 : 키: 174cm, 몸무게: 77kg
포지션 : 2루수
별명 : 탱크
취미 : 골프
주요경력 : 동래고, 경성대 졸업, 1991년 1억 6500만원에 롯데자이언츠 입단, 91년, 92년 연속 골든글러브 수상 1993년 치명적 발목부상, 1995년 재기성공, 1999년 31경기 연속안타(국내 프로야구 최고)
통산기록 : 타율 0.296, 1091경기, 4038타석, 1116안타, 618타점, 83홈런
2002시즌기록 : 타율 0.262, 103경기 308타석 70안타 38타점 7홈런


▲ 자이언츠의 재계약 포기 선언으로 인해 무적선수의 위기에 처한 박정태 선수
어느 정도 프로야구에 관심있는 야구팬이라면, 위의 기록을 보면 '흔들타법'으로 유명한 박정태 선수의 기록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미 메이저리그에서 한때 박찬호 선수의 도우미로 큰 활약을 하였던 게리 세필드의 '방망이 흔들기'를 보며 '저렇게 흔들면서, 어떻게 타이밍을 맞추나'라고 의아해 한적이 있는데, 박정태 선수의 '흔들타법'은 '저렇게 온몸을 흐느적 거리다가 안타를 만들어 낼수 있나'라는 더 큰 의구심을 갖게 만들었다.

저런 흔들림 속에서는 타이밍을 맞추기도 힘들 뿐더러 파워도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2루수로서는 아주 높은 통산 2할9푼6리의 고타율을 자랑할 뿐 아니라, 31경기 연속안타라는 국내 최고의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그럼 먼저 한 네티즌이 쓴 박정태 선수의 '흔들타법 예찬론'을 보자.

박정태식 흔들 타법의 비밀

롯데자이언츠 수위 타자 박정태에 의해 세계 최초로 고안된 흔들 타법은 먼저 집중력과 타이밍을 맞추는데 있어서 대단히 우수한 타법이라는 것입니다. 이는 박정태식 흔들 타법의 경우 한쪽 다리에서 한쪽다리로 체중을 이동함으로 해서 생기는 고도의 집중력으로 타이밍을 잡아내게 되어 있는 초특급 타법이기 때문입니다.

체중을 한쪽 다리에 싣게 되면 신체의 균형이 일그러지게 되어 있음으로 해서 집중력은 배가 되게 되어 있습니다. 이는 태권도에서 고수의 경우 대련시 한쪽 다리만으로 공격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박정태식 흔들 타법의 두번째 장점은 바로 자세를 낮추는데 있습니다. 이는 타자의 경우 어느 정도 자세를 낮춤으로 해서 다리에 힘이 들어가고 또한 그만큼 공에 집중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출루률이 높아지게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박정태식 흔들 타법의 세번째 장점은 아니 가장 중요한 점은 바로 박정태가 타선에 들어서는 순간 타자로서의 반드시 출루하고야 말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나타내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의지의 발로는 박 정태를 롯데 자이언트 최고의 인기 타자로 발돔움 하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우리는 믿어 의심치 아니합니다. 박정태가 타석에 들어서는 순간 그 무언가를 해내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표현된 자세는 단순한 운동 선수의 경지를 넘어 아름답기 까지한 예술의 경지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박정태가 있기 때문에 롯데의 팬이 몰린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바로 이 예술적 경지로 승화된 박정태의 마음가짐에서 나온 자세는 모든 프로야구선수라면 아니 성공을 계획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라면 반드시 본보기로 삼아야 할 대목이 아닌가 생각하면서....

이런 찬사를 받던 박 선수는 소속팀이었던 롯데자이언츠가 지난 23일 자유계약선수(이하 FA) 재계약 포기선언을 하여 무적선수가 될 위기에 처했다. 지난 11월 부터 지지부진하게 끌어오던 연봉협상에서 합의를 보지 못한 채 재계약 포기라는 최악의 결과를 불러온 것이다.

박정태 선수의 입장에서는 FA자격의 선수로서 구단제시액인 2년에 6억원도 문제지만, 그 내역이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실제 내역을 보면, 6억원 중 2억원은 옵션으로 타율 .320 80타점 130경기 이상 출전의 옵션을 충족시켜야만 타갈 수 있다. 수비를 더 중요시 하는 2루수인 박 선수에게 3할2푼의 고타율을 바란다는 것은 무리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 2002년 시즌에서 .321의 타율을 보인 유니콘스의 심정수 선수는 타격 4위에 랭크되었고, .318의 김동주(베어스) 선수가 그 뒤를 이었다. 8개 구단 선수 중 4번째로 잘하는 타자가 되어야만 6억 중 나머지 2억을 주겠다는 구단의 말은 박 선수의 입장에서는 왠지 2년에 4억을 주겠다는 말보다도 더 무서운 말인 듯 보인다.

▲ 박정태 선수가 팬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금 현재 많은 네티즌(특히 자이언츠팬들)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짠물 구단'으로 이미 유명해진 자이언츠의 잘못으로 문제를 돌리는 의견이 많은 듯하다. 자이언츠 팬클럽 '거인뭉치'의 권일(아이디: 나다)씨는 23일 재계약 포기선언을 보고, "보자 보자하니까 진짜 너무하네요.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롯데가 박정태와 계약을 안하기로 최종 결정했답니다. 롯데 자이언츠를 사랑하던 사람으로써 정말 기가 막히네요. 진짜 부산에서 롯데를 몰아내야지 원"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팬크럽 사이트 '거인사랑(www.giants.co.kr)'에서는 '롯데_엑수파일'라는 아이디의 회원이 '사랑이 끝나다'라는 "프로야구 원년이었던 초등학교 5학년 시절부터 지켜 오던 20년 동안의 짝사랑을 이제는 정리하려 한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표시했다.

팬들의 거의 대다수는 박정태 선수 재계약 포기 사건를 지금까지 자이언츠가 구단경영에서 보여주었던 인색한 투자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 2년전 마해영 선수를 트레이드시킨 것이나, 지금까지 선수 수급, 구장관리, 팬서비스 등에 거의 투자를 하지 않았던것이 투자에 인색한 자이언츠 구단의 모습이며 박 선수 사건도 이것의 연장선이라고 보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작년초 자이언츠의 전력분석을 하며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마지막으로 자이언츠 프런트가 해결해야할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겠다. 지금까지 자이언츠는 헝그리한 모습이 그들을 대표하는 모습이었다. 항상 어려운 팀 사정을 이겨내고 좋은 성적으로 일구어 내는 임춘애식 팀이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이미지는 좋은 성적을 낼 때는 좋았으나, 성적이 나빠지다 보니 '팀에 투자를 하지 않는 팀'이라고 슬슬 변해 가고있다. 많은 자이언츠 팬들은 왜 유독 롯데만 자신의 팀에 투자를 하지 않느냐며 불만을 토로한다.

이런 이미지는 누가 만들었을까? 기자도 작년 사직구장을 가봤지만, 사직구장은 경기장만 클 뿐 경기장도 오래되고, 구단의 투자가 없어 너무나 낙후 되어있다. 물론, 작년까지 광주 무등구장이나 대구시민구장, 수원구장 등보다는 그 시설이 좋았지만, 서울을 포함한 모든 구장들이 보수공사에 들어갔으며 그 동안 최악의 인천노원구장을 홈으로 썼던 와이번스도 문학구장이라는 최고의 인프라를 갖게 되었다. 구장시설에 대해 아무런 이야기가 없는 팀은 자이언츠와 유니콘스 정도. 그러나, 유니콘스는 서울입성이 걸려있는 팀이라고 치면, 자이언츠 만 유일하게 구장에 투자하지 않는 팀이라고 보일 수밖에 없다.

거기다가 자유계약선수도 놓치고, 대형선수들의 영입도 실패한다면, 팬들은 당연히 "구단이 투자를 안 한다"라고 볼 수 밖에 없다. '구도'라고 불리는 부산. 이 부산에서 어느 정도의 투자만 있다면, 인기를 다시 찾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자이언츠는 이번 시즌에 좋은 성적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지 쇄신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자이언츠가 필자의 조언을 들었을리도 만무하지만, 결국 필자가 걱정 한것과 같은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대형선수 영입은 그렇다 치더라도 자이언츠 야구의 인기를 끌어오던 박정태 선수를 포기 해버린것은 구단의 이미지 쇄신도 포기한 듯 보일 수 밖에 없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런 대다수 팬들의 의견 중에는 구단의 의견을 옹호하는 의견도 없지는 않다. 한국야구위원회(이하 KBO) 게시판에서 오창욱씨는 "지난 2년간 2할5푼 밖에 치지 못한 박정태 선수가 2년간 10억원을 달라고 하는 것은 건방진 이야기다"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서상오씨는 "2년 연속 꼴찌를 한 입장에서 간판선수가 그렇게 부진 해놓고 어떻게 FA를 운운하며 4년 18억 요구에 3년 16억 2년 10억을 요구할수 있습니까?"라며 반문하였다. 몇몇 팬들은 34살의 많은 나이로 이미 체력적으로나 실력적으로 쇠퇴기에 들어선 박정태가 너무 많은 돈을 요구한 듯 하다라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한 스포츠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백인천 자이언츠 감독은 "구단과 박정태 선수를 설득하려 노력했다. 그러나, 팀 분위기에 지장이 있는 선수는 없는 선수로 생각하자는 결정을 내렸다. 이번기회가 FA에 대하여 새롭게 생각하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라는 의견을 내놓았으며, 이상구 단장도 "구단 자체 평가와 함께 현장 목소리를 반영했다. 과거의 공적은 인정하지만, 최근 2년 간 부진한 성적에서는 기대치가 낮을 수밖에 없었다"라며 박 선수 재계약 포기선언을 설명 하였다.

구단의 의견을 보자면, 지난 2년 간 팀의 '간판타자'라고 할 수 있는 박정태 선수는 팀의 2년 연속 꼴찌의 큰 영향을 미쳤고, 그런 선수에게 선수가 원하는 제시액을 다 줄 수는 없었다는 이야기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연장하여 보자면, 구단은 아무리 스타선수라고 하더라도 선수가 성적을 내지 못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연봉만을 주겠다라는 의견인 듯 하다.

이런 구단의 결정은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프로야구는 프로이다. 성적이 좋으면 그에 상응하는 댓가를 받는 것이고, 성적이 좋지 못하면, 연봉 삭감도 감수해야 하는 것이 프로의 현실이다. 박정태 선수는 자이언츠를 대표하는 프랜차이스 플레이어지만, 좋은 성적을 내지못하는 상태에서 너무 많은 돈을 요구한 것은 이번 사건에서 박 선수가 어느 정도 책임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 자이언츠 팬클럽 회원들이 텅빈 사직구장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 이성환
하지만, 이러한 구단의 프로세계의 냉철함에 대한 설명에도 불구 하고, 많은 팬들은 자이언츠 구단이 박정태 선수를 버렸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번 사건의 파장의 최대 피해자는 결국 모두 롯데자이언츠 구단과 모기업인 롯데에게 돌아 갈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것이 필자의 견해이다. 물론, 무적선수의 위기에 놓인 박정태 선수가 지금 현재로써는 최대의 피해자라고 볼 수 있지만, 긴 안목으로 보자면, 자이언츠 구단은 '투자에 인색한 구단'으로 완전 낙인 찍힐 것이 뻔하고, 모기업 또한 '돈은 많으면서 투자는 하지도 않는 기업'이라는 이미지적 손상을 불러 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난 자이언츠 20년 역사 동안 자이언츠는 두번의 우승을 이끌어 내는 등 좋은 성적을 거둔 적이 많았다. 그러나, 지금까지 자이언츠 구단을 거쳐간 스타 플레이어 중 자이언츠 이름으로 은퇴를 한 선수는 거의 없다. 1988 우승 주역 최동원 선수를 비롯, 김용철, 박동희(92년 - 코리안시리즈 MVP), 전준호, 마해영 등 소위 프랜차이스 플레이어들이 모두 트레이드 되었고, 작년에는 FA였던 김민재 선수 마저 와이번스에게 뺏겼다. 팬들의 입장에서는 자이언츠가 선수 수급에 인색한 구단으로 보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밖에 사직구장도 3만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경기장이라지만, 워낙 노화되어 프로야구 구장이라고 하기에는 창피할 정도의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그렇다 할 팬관리 노력도 보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작년 자이언츠의 평균관중은 1864명으로 8개구단 중 꼴찌를 기록하였고, 월드컵때는 600명 정도의 관중이 들어온 경기도 있어 프로야구 경기라고 하기도 창피할 정도의 팬관리를 보이기도 했다.

이런 자이언츠 구단이 그나마 남아있는 간판스타 박정태 선수까지 포기하였으니 이제는 '짠물구단'으로 낙인 찍힐 수밖에 없게됐다는 것이 필자의 소견이다.

자이언츠 구단은 2002 시즌을 마감하며 100억원의 투자를 공언하였다. 작년 12월 13일에는 경남 김해시에 170억원을 투자해 2만 7000평 짜리 전용연습장을 만들겠다고 발표하였다. 더 거슬러 올라가 작년 10월 13일 한 스포츠 일간지에 나온 자이언츠 구단 매각에 관한 기사를 반박하며,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롯데자이언츠 전용구장 추진, 대형선수 수급, 대형선수 육성, 아마야구 지원 및 개방, 외국인선수 영입, 지옥훈련 등을 약속하였다.

지금까지 구단의 행보를 보면, 이 같은 공언이나 약속이 거의 지켜진것이 없다. 하지만, 이제라도 자신들이 세운 약속을 스스로 지켜가는 구단되어 '짠물구단'의 이미지를 씻고, '구도' 부산 제건에 노력을 기울여 주길 바란다.

끝으로 KBO 또한 자신들이 야구팬들 앞에서 세운 약속을 꼭 지켜 주길 바란다. 지난 해 박용오 총재는 "관중동원에 무성의한 구단을 퇴출시키겠다"라고 하였다. 필자는 야구팬의 한 사람으로써 이러한 약속이 꼭 지켜지길 바라겠다. 자신이 이야기 한 부분을 자신이 책임질 수 있는 KBO가 되길 바란다.
2003-01-28 09:24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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