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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이랬던 그들이…… | | | ⓒ 영화 제작사 | 영화 <무간도>에서 낯익은 배우를 볼 수 있다. <해피투게더> 이후 뭇 여성들의 사랑과 보호 본능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양조위를 선두로 진혜림, 증지위의 얼굴이 반갑다.
진혜림의 화사한 얼굴이 <라벤다>나 <친니친니>에 나왔음은 쉽게 기억하시겠지만 증지위가 누군가 고개를 갸웃거리신다면 <쓰리>를 봤던 기억을 떠올려 주시기 바란다. 아니 그보다는 <첨밀밀>에서 투실투실한 등에 미키마우스를 새겨 장만옥을 웃겼던 그 인상 좋은 건달 아저씨를 떠 올려도 좋겠다.
그래도 이 영화에서 가장 반가운 배우는 유덕화다. 도대체 어디서 무얼 하고 살았기에 그 동안 얼굴 보기가 그렇게 어려웠을까. 사실 그가 출연한 영화가 드문드문 소개됐었다. 2000년에도 <파이터 블루>가 있었다. 다만 그의 영화가 우리의 관심을 끌지 못했던 것뿐이다. 그래서 한국의 아저씨 아줌마들이 오랜만에 화면에 복귀한 배우를 향해 던지는 냉정한 그 한 마디, "돈 떨어졌구만"이 어쩌면 이번에도 터져 나올 법 하나 일단 반가운 마음으로 영화를 보기로 한다.
한국 영화 붐이라는 반가운 현상 앞에서 상대적으로 홍콩 영화는 참 오랜만이라는 느낌이다. 반가움도 두 배다. 무간도(無間道). 같은 한자 문화권임을 확인시키는 홍콩 영화다운 제목이다. 공식적인 뜻은 '무간지옥'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가장 고통스런 지옥이란다. 지옥의 살벌한 상황은 영화의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두 사내의 상황과 이어지는 구석이 많다. 유건명(유덕화)은 조직에서 경찰 속에 심어 놓은 앞잡이고 진영인(양조위)은 경찰에서 조직 속에 심어 놓은 앞잡이다. 여타의 첩자 영화와 달리 이 영화에서는 앞잡이 노릇에 최소 10년 이상이다. 또 언제 원래 자리로 돌아간다는 기약도 없다. 웬만한 정신력으로는 자신의 정체성을 온전히 지키고 있기가 어려울 만하다. 끝없는 정체성의 혼란과 지옥은 잘 어울린다.
또, 한자 문화권임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하나 알아두면 좋은 것 하나. 국어사전에서도 무간을 찾을 수 있는데 '무간(無間)하다'의 어근으로 '무간하다'는 사귀며 지내는 사이가 썩 가깝다라는 뜻이다. 이는 앞잡이와 앞잡이를 상대편에 심어놓은 이의 관계 즉, 진영인과 황국장(황추생), 유건명과 두목(증지위)의 관계와 일맥상통하며 유건명과 진영인의 공통된 상황과 묘한 일치감이 든다. 미국 영화를 보고는 좀처럼 상상해 볼 수 없는 일이기에 또한 반갑다.
여기서 오우삼 감독의 <페이스 오프>가 생각난다. 현대 기술을 동원한 몸바꾸기로 역할마저 바뀌어 버린 형사와 악당의 대결. <무간도>와 닮았다. 닮기만 했다. <무간도>가 오우삼 식의 선과 악의 대결과 다른 점은 정체성을 함부로 찾을 수 없다는 데 있다. 즉, 모종의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는 상대의 정체를 밝히는 데 힘을 쏟고 정작 자신의 정체는 그때까지 찾아서는 곤란하다. 그것은 죽음을 의미한다. 10년 세월의 무게는 자신의 정체성에 심각한 의문을 자아내게 하기도 생겼다. 영화는 원대복귀를 갈망하면서도 임무에 충실하는 선한 양조위를 중심으로 화면을 이어간다. 절대 강해 보이지 않는 사슴 눈망울 양조위를 따라 다니는 카메라는 자꾸 양조위에게 닥치는 위험을 보여주며 보는 이를 놀라게 한다.
 |  | | | ▲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 | | ⓒ 영화 제작사 | 대충 줄거리는 이렇다. 굳이 장르를 나누자면 액션 스릴러 서스펜스쯤 되겠으니 줄거리를 더 알리는 일은 영화사에 못할 짓이요, 이제 막 영화를 보려고 들어가는 <식스센스> 관객에서 "브루스가 귀신이다"라고 외치는 꼴이니 줄거리 소개는 여기서 멈춘다. 대신 또 반가운 사람의 이름을 들먹인다. 크리스토퍼 도일. 양조위와 더불어 <해피투게더>이후 독특한 감각을 자랑하는 촬영감독이다. 이 영화에서도 전체적으로 푸른색 계열의 색감을 통해 이야기 흐름의 긴장감을 잔뜩 고조시키고 훤한과 지나치게 깨끗한 배경 속에 인물을 배치함으로써 <무간도>가 지닌 철학 혹은 종교적인 분위기도 물씬 풍겼다. 다만 그 화면놀림이 워낙 감각적이어서 가끔 상업광고의 한 장면(유덕화가 골프 치는 모습은 신사복 광고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드는 아쉬움은 남는다.
여기에 두 사내의 얽힘에 각각 미모의 여성이 무심하게 등장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유건명에게는 약혼자(정수문)가 진영인에게는 정신과 의사(진혜림)가 곁에 있다. 전자는 선과 악을 탐구하는 도인의 내레이션으로 후자는 남자의 오아시스 정도가 된다. 하지만 둘 다 부수적인 존재로 이야기 흐름에 크게 기여하지 못한다. 미국영화에서처럼 화면을 끈적끈적하게 만들지도 않는다. 굳이 주인공의 가까운 사람으로서 여자였을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특히 이 영화의 장르가 서스펜스 쪽이었다는 게 생각이 나면 주인공의 내면을 후벼파거나 두 인물의 정체가 드러나는 데 공을 들이고 시간을 할애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제 흔하게 된 반전을 지닌 서스펜스 영화. 그리고 <무간도>. 서스펜스가 무엇인가. 보는 이의 가슴을 졸이며 손에 땀을 쥐게 한다는 천편일률적인 미사여구를 굳이 찾아보지 않아도 좋다. 보는 이의 궁금증을 유발하고 자꾸만 그 궁금증을 알고 싶어하게 만드는 게 서스펜스 아닌가. 은밀한 구석을 아주 조금씩 벗겨낸다는 점에서 아주 야할 뿐 아니라 숨넘어가는 긴장이 애로영화와 거의 맞먹는 수준이다. 그리고 양조위나 충분한 유덕화의 강한 캐릭터까지 끌어왔으면 정말 보는 이를 숨 넘어가게 하기에는 좋은 조건인 것이다. 장점과 단점, 그리고 그것을 풀어놓은 대강의 밑그림은 앞에서 나온 대로다. 이제 과연 숨이 넘어가는지 넘어가지 않는지 혹은 잘 만든 애로영화보다 긴장이 팽팽한지 판단하는 몫은 관객에게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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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01-28 10: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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