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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re the champion!

영화 <챔피온> 망자에 대한 절제된 되새김이 빛난다

02.06.30 14:05최종업데이트02.06.30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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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3-4위전이 끝났다. 한국 대표팀은 애초 16강이라는 소박하였던(?) 목표를 훨씬 넘어 4위라는 쾌거를 이루었다. 평소 축구에 관심이 없었던 나조차도 거리응원을 할 정도였으니 한국을 뒤덮은 월드컵 열기는 가히 대단하였다.

축구가, 그리고 스포츠가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것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것은 투혼이라는 생각이 든다. 뭔가에 열심히 빠져 땀흘리는 모습이야 말로 대단한 흡입력을 가진다. 땀에 젖은 유니폼과 부상에도 불구하고 의지를 불태우는 선수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찡해지며 눈물이 난다. 우리는 또한 얼마나 많은 노력과 인내를 거쳐서 저 그라운드를 누빌 있는지도 알기 때문에 한사람 한사람에게 보내는 헌사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스포츠 영화는 대게 감동적이다. 인간승리! 인생역정 스포츠 스타치고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 있지 않았던 사람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그 배고품과 서러움을 이겨내서 마침내 명예와 부를 거머쥐는 것은 그 체로 '각본 는 드라마'이다.

여기 또 한명의 인간승리, 스포츠 영웅이 있다. 김득구.
그도 가지 없고 배운 없고 오로지 몸뚱아리 하나만으로 부와 명예를 거머쥐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 그의 말처럼 권투는 누구에게나 평등한 것이기 때문에, 자신의 노력만 있으면 승리할 수 있다. 권투는 합법적으로 폭력을 용인하고 즐기는 게임이다. 링위에서 몇회전만 지나지 않아도 선수들의 얼굴은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상처가 나고, 피가 흐르는 것은 예사인 스포츠이다. 그렇게 선수들을 매를 맞으며 돈을 벌고, 명예를 쥐고자 한다.

영화는 죽은 자에 대한, 그것도 너무나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한 스포츠 선수에 대한 격정적인 감정을 토해내지는 않는다. 망자에 대한 산자의 감정은 너무나 격정적이지만, 실제 그것은 산 가 스스로를 위안 하는 것 이상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영화는 감정을 자제한다. 더 많이 사람들을 울릴 도 있지만, 영화는 그렇지 않는다. 그 삶 자체가 너무나 드라마틱 함에도 불구하고 신파조로 이야기 하지 않는다. 다만 김득구라는 사람이 이렇게 아기자기 하게 때론은 서럽게 자신의 삶을 꾸려 갔고 그렇게 죽었다고. 그가 성공하기 위해 투여했던 엄청난 노력들을 과대 포장하지도 그의 로맨스를 핑크빛으로 그려내지 않는다. 그렇게 영웅은 소박한 것이었다.

그 삶이 짧았던 길었던 간에 한 사람의 인생을 논하는 것은 참으로 쉬우면서도 상당히 건방진 행위이다. 그런 점에서 영화는 건방지게 2시간안에 김득구를 평가하려는 건방을 떨지 않는다. 소소한 일상과 소품들 속에서 인간 김득구의 삶이 찬찬히 사람들의 가슴속에 넣을 뿐이다. 우리 곁에 '김득구'라는 사람이 있었었요. 그리고 그는 누가 뭐라고 해도 챔피언이었어요라고 잔잔히 속삭이고 있다.
2002-06-30 14:29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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