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터키)는 한국팀의 경기가 있을 때마다 숙소에 모여 '대-한-민-국!!, 오! 필승 코리아'를 외치며 응원했어요." 이 말을 전한 이는 터키 대표팀 연락관 시난 오즈투르크(29)씨. 그는 "이렇게 터키팀이 한국을 응원하게 된 데는 예선전을 치르며 한국 국민들이 보내준 친절과 응원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시난씨는 "터키팀 선수들은 3, 4위전을 승패 관계없이 즐겁게 뛸 것"이라며 "형제의 나라끼리 가장 멋진 경기를 만들자"고 말했다. 그는 경기 자체는 재미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터키의 기술'과 '한국의 체력'의 대결은 최고의 대결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예선 경기 때 터키팀을 응원했던 '붉은 악마'가 이번에는 한국을 응원할 것에 대해 시난씨는 "그것은 당연하다"며 "하지만 그들도 우리를 적으로만 생각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한국인 중에 터키를 응원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브라질과의 첫 경기 때 논란이 됐던 김영주 심판에 대해 그는 "선수단 분위기가 안 좋았기 때문에, 나는 정말 힘들었다"면서 "다행히 16강에 올라간 뒤 (감정이)수그러들 수 있던 것 같다"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한 사람에 대한 감정은 남아 있을 수 있지만 한국 전체에 대한 인상까지 나빠진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시난씨는 "이번 경기가 끝나면 몇 명의 터키 선수와 한 손에는 태극기와 한 손에는 터키 국기를 들고 '붉은 악마'들에게 가서 인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6·25 전쟁 때 형성된 두 나라의 우정이 기대보다 깊어지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또 이번 시합을 통해 문화, 언어, 생활방식 등 많은 면이 비슷한 두 나라의 관계가 더 가까워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 선수들 분위기 어떤가? "결승전에 올라가리라 믿었기 때문에 실망 또한 컸던 것 같다. 어제까지는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었다. 하지만 오늘(27일)은 기분이 많이 풀렸고 한국에 와서 다시 많이 회복한 상태다. 다만 다음 월드컵 때 참가하지 못할 30대 선수 4명은 아직까지 아쉬워하는 것 같다. 나 또한 안타깝다." - 터키 현지 분위기는 어떤가? "자국에서는 월드컵이 시작하기 전 터키팀이 8강까지는 확실하다고 평가했다. 일단 목표를 달성했기 때문에 만족하고 있는 것 같다. 모두들 잘했다고 격려해준다. 하지만 결승에 못 올라간 것에 대해서는 무척이나 아쉬워한다. 브라질팀이 그전 월드컵 때보다 약한 팀이었기에 이길 수 있었는데 슬퍼하는 사람들 많다." - 한국전은 어떻게 예상하나? "우리 선수들은 한국팀을 좋아한다. 한국팀의 경기가 있을 때마다 숙소에 모여 '대-한-민-국!!, 오! 필승 코리아'를 외치며 응원했다. 경기는 재미있을 것이다. '터키의 기술'과 '한국의 체력'의 대결이 될 것 같다. 우리도 열심히 뛸 것이다. 아마 가장 멋진 3,4위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느 경기보다 수준 높은 대결일 될 것이라고 믿는다. 결승전보다 재미있을 테니 응원도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 - 예선전 때 터키를 응원했던 붉은 악마가 한국팀을 응원할 텐데 "붉은 악마가 한국팀을 응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우리 팀을 적으로만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 내에서 우리 팀을 응원하는 친구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일본에서도 16강 경기 전까지는 터키 팀을 많이 응원해줬다. 호텔에서도 '투르크, 투르크'하며 격려해줬다. 하지만 일본팀을 이기니까 사람들이 우리를 너무 미워했다. 8강전 세네갈과의 경기에서는 5만5천명이 세네갈 응원했고 고작 3000명이 터키를 응원했다. 4강전에서도 물론 거의 모든 사람들이 브라질을 응원했다. 이번 경기가 중요한 게임이지만 친선 게임처럼 재미있게 봐줬으면 한다. 물론 미안하지만 우리가 이길 것이라고 믿고 있다(웃음)." - '예선 첫 경기'(브라질 경기) 때 김영주 심판 때문에 힘들었을 것 같다. "그때 내가 정말 힘들었다. 선수들도 한국을 사랑하게 됐는데, 심판 때문에 기분이 안 좋게 됐을 때는 무척 난감했다. 그래도 다행히 16강 올라가서 잊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아마 16강에 못 올라 갔으면 나쁜 이미지 오래 갔을 것이다. 하자만 심판에 대해 나쁜 감정이 있다고 해서 한국 전체에 그런 감정을 가지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 언론에서 48년만의 '설욕' 운운하는 기사가 나오고 있는데. "물론 홈팀이니까 이겨야 하는 거 맞다. 이해한다. 이상한 것 전혀 없다. 하지만 한국이 그렇듯이 터키도 이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을 쉽게 이길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 한국 축구팬들에 한마디. "결과가 어떻게 되든 두 나라 사이가 더 좋아졌으면 한다. 월드컵은 전 세계인이 하나가 되어 평화를 찾는 게 목적인 것 같다. 50년 전(6·25 전쟁 때)에 만들어진 관계가 더 발전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이번 경기는 문화, 언어, 생활방식이 비슷한 두 나라가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다. 다들 열심히 뛰는 선수들에게 팀 상관없이 박수를 쳐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경기가 끝난 뒤 나와 선수들은 태극기와 터키 국기를 들고 열심히 응원해줬다는 보답으로 '붉은 악마'와 한국인들에 인사할 것이다." 시난 씨는 한국에서 예선을 치른 16개국의 연락관 중 유일한 외국인이다. 나머지 팀들의 연락관은 모두 한국인. 연락관은 출전국과 개최국과의 중간다리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터키 청소년 국가대표를 지낸 그는 1997년 한국에 유학온 뒤 서울대 공대를 졸업했다. 프로축구 부천 SK 선수로 잠시 뛰었고, '시난의 영어 축구교실'을 열기도 했다. 그리고 올 해 월드컵 터키 대표팀의 주 연락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터키팀을 응원하려고요" ▲ 한국 전통혼례를 치른 시난 씨가 폐백을 마치고 한국인 신부 박미정 씨를 업고 있는 모습.지난 18일 '이스탄불 문화원'. 그곳에서 터키와 일본간의 월드컵 16강전을 응원했던 사람들 중 눈에 띄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바로 한국인 박미정씨. 그는 어느 누구보다 선수들의 몸놀림 하나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어! 너 왜 우리 선수 넘어뜨려?" 터키 선수를 밀어 넘어뜨린 일본 선수를 보며 외친 그는 다름 아닌 시난씨의 부인. 27일 대표팀과 함께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시난씨의 연락처를 묻기 위해 미정씨에게 연락을 했다. 그리고 잠시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2001년 12월 29일 시난씨와 결혼한 박미정씨는 지난 한 달 동안 남편을 2번밖에 볼 수 없었다. 대신 터키팀의 예선 경기를 찾아다니며 터키 응원단과 함께 응원을 했다고. 브라질과의 첫 경기 때 김영주 심판의 편파판정이 가장 가슴 아팠다고 말하는 미정씨. "선수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봤어요. 그들에게 '한국인들이 터키팀 응원하고 있다'고 말해줬죠. 터키팀 아리프 선수는 '사람은 실수를 할 수도 있다'며 '할 수 없는 것 아닌가'라고 제게 말해줬어요. 그래도 관용적으로 이야기들을 하더라고요. 솔직히 시난이 연락관이 된 뒤 한국에 대한 인상을 좋게 하기 위해 많이 애썼는데 그 사건 이후 '한국'이란 말조차 못 꺼냈다고 하더라고요." 그는 "16강전을 위해 일본으로 가는 비행기가 심하게 흔들려서 선수들이 너무 힘들었다고 하더라고요"라며 마치 한국팀 선수들이 그랬던 것처럼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이내 "그래도 일본에 도착해서 바로 회복됐다고 하니 어찌나 기쁘던지"라며 미소짓는다. 시난씨는 이렇게 터키팀을 자신의 팀처럼 아껴주는 미정씨가 무척이나 고맙다. "우린 아직 신혼인데 처음으로 헤어졌어요. 오늘이 딱 한 달째 되는 날이네요. 아내와 매일 통화하는데 그는 언제나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요. 피곤한 가운데 전화를 하면 항상 피곤이 풀리거든요. 우리 선수들도 두 번 밖에 못 봤는데 언제 친해졌는지 항상 (미정씨의)안부를 물을 정도죠." 늦은 밤, 고민 끝에 남편에게 어느 팀을 응원할지 전했다는 미정씨는 자신 있게 말한다. "이번엔 아무래도 응원하는 사람의 수가 적은 터키를 응원하려고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