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잔치 분위기를 국가의 발전으로 이끌 참다운 정치 요구

월드컵의 교훈

02.06.26 12:56최종업데이트02.06.26 15:05
원고료로 응원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월드컵이지만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우리의 목표는 16강이었다. 우리가 월드컵 역사상 첫 승이라도 가져보기를 원했었고, 16강에 진출하자 외국에선 음모론이 퍼지기 시작했지만 우리는 목표를 8강으로 고쳐 잡았고, 8강을 이루자 다시 4강으로 목표는 변경이 되어서 한 걸음 더 높아졌으며, 4강에 안착하자 그 어려운 관문을 통과한 우리 선수들에게 이제는 결승으로 가자고, 다시 다잡고 나섰다.

이것은 당연한 것이었지만, 우리의 욕심이 끝이 없음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의 욕심임을 국민은 더 잘 알고 있었다. 4강까지 오르기 위해 16강 전에서 연장전이 끝나기 4분전에 골든 골로 경기를 마쳤고, 8강 전에서는 연장전을 마치고서도 승부를 결정 짓지 못해서 피를 말리는 페널티 킥까지 가는 혈전을 벌인 선수들은 몸이 천근만근이었을 것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젊었고, 꿈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지친 몸을 이끌고 몸이 부서지도록 열심히 뛰고 또 뛰었다. 아니 몸을 날렸다.

이런 우리 대표 팀의 새 역사를 쓴 사람은 바로 지장 히딩크라 할 것이다. 그러나 그가 걸어온 길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우리 민족 특유의 빨리빨리 서두르는 사람들은 그가 팀을 맡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부터 지도 효과가 없다는 둥, 오히려 실력이 후퇴했다는 둥 비난의 화살을 집중 시켰었다. 심지어는 [안티 히딩크]를 부르짖는 사이트에 날마다 비난과 원색적인 욕설이 난무하는 등 참고 견디기 힘들만큼 몰아세우고 있었다.

그렇지만 히딩크는 특유의 뚝심과 자신감으로 자신의 프로그램을 묵묵히 실천해갔다. 그는 자신의 계획에 의하여 필요한 사람, 자신이 보아서 담금질하면 쓸만한 재목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골라내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고, 일단 뽑은 선수는 기본적으로 필요한 체력을 기르는데 온 정력을 다 바쳐서 몸 만들기를 하였고, 90분간이 아니라 120분간을 뛰어도 끄떡없는 강인한 체력을 만들어 내었다.

그 과정에서 강철을 만들기 위해서는 강한 화력으로 담금질을 계속하면서 두들기고 또 두들겨야 하듯이 선수들이 지치고 맥이 빠지더라도 조금도 늦추지 않는 비정함까지 보이다가, 함께 웃고 즐기는 놀이로 마음을 풀어주기도 하면서 강한 체력의 소유자로 만들어 갔다. 그 과정에서 치른 몇 번의 A 매치에서 경기에 대비한 전술 훈련보다는 체력 다지기에 힘쓰던 선수들이 경기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는 것을 본 국민들은 실망하였고, 비난을 하기 시작하였던 것이었다.

그러나 기본을 다지는 일은 그치지 않았고, 자신감에 넘친 그의 지도력을 선수들을 조금씩 철마로 가꾸어가 있었다. 그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 마지막 점검 과정에 하나였던 잉글랜드 와 프랑스하고 치른 평가 전이었고, 우리 국민이 비난을 해왔던 히딩크의 훈련 효과를 유감없이 보여준 멋진 경기였으며, 선수도 국민들도 자신감으로 똘똘 뭉치게 만들어준 계기가 되었다.

연이어 미국 전에서의 부진을 씻기라도 하려는 듯 포르투갈을 상대로 멋진 승부를 펼쳤고, 16강 진출이라는 새 역사를 만드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배가 고프다"는 표현으로 아직도 달성하려는 목표에 크게 못 미쳤음을 암시하더니, 마침내 온 국민을 감격과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8강의 고지를 점령한 것이다.

요즘 히딩크의 경영학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그의 팀 운영에 대해 깊은 감명을 받은 CEO들이 많다고 들었다. 그렇다. 우리는 히딩크의 이번 월드컵 대표 팀의 운영에서 ① 그의 철저한 능력 위주의 선수 선발에서 지연, 학연, 혈연 등의 연고주의를 벗어나는 모습을 배워야한다. 우리 국민의 가장 약점 중의 하나가 바로 이 연고주의 이고 인정주의가 아니었던가?

② 또한 책임 경영이라는 자신의 책무를 실천하기 위해 어느 누구의 간섭도 물리치는 굳은 의지를 배워야 한다. 흔히 CEO의 외고집으로 사업이 망한다고 하지만, 나름대로 올바른 방향을 설정하였을 때 흔들리지 않고 추진하는 힘이 없다면 CEO의 자격이 없는 것이다.

③ 기초가 튼튼하지 못하면 안 된다는 뜻에서 체력에 중점을 두어서 단련하였기 때문에 16강 전에서 후반 마지막 3분 남기고 동점골, 연장 4분을 남기고 골든 골을 넣었듯이 매사에 기초를 다지라는 교훈을 배워야한다.

④ 다음으로 위기에는 승부수를 던지는 지혜를 배워야 한다. 우리가 패배의 벼랑에 몰렸을 때 수비선수를 전원 공격선수로 교체하여 마지막 결전을 벌이게 하는 용기를 배워야 한다. 1:0으로 지거나 3:0을 지거나 8강 진출을 못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지는 것보다는 이기는 것을 염두에 둔 용기 있는 결정을 한 것이 승리를 가져온 것이다.

⑤ 마지막으로 그의 선수들과의 일치감을 배워야 한다. 선수들과 레포가 형성되어 있어서 선수들이 뛰는 동안 내내 일어서서 손짓 발짓으로 작전을 지시하고, 골이 터지는 순간 오른손을 들어 포효하여 용기를 북돋아 주고, 박지성의 골이 있고 나서 펄쩍 뛰어 오르는 박지성을 끌어안는 모습은 모두가 한 덩이가 되었음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었다.

또한 이번 우리 대표 선수들의 선전의 결과로 매 경기마다 늘어나는 거리 응원단의 활동을 통하여 우리는 국민의 저력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깨닫게 해주었다. 일본이 우리 나라를 지배하던 시절에 일본은 우리 국민을 '모래 알' 이라고 비하했었다.

개개인은 아주 똑똑하고 단단한데도 한군데 모아두면 와르르 쏟아지고 마는 모래란다. 다시 말해서 결속력이 없는 민족이라는 것이었다. 어쩜 우리 국민의 결속이 일어나면 자기들에게 불리한 일이 벌어질까 봐서 고도의 심리전에 입각한 정신적인 암시였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정말 우리 국민은 협동이 잘 되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우리는 전 세계 어느 나라 어느 국민도 할 수 없는 위대한 일을 해냈다. 전세계의 화면을 가득 메운 우리 거리 응원단들의 모습, 그리고 함성, 그것도 한 사람이 외치듯 일제히 질러 대는 [대~한민국]은 전 세계인들에게 [대한민국]의 이름을 알리고 우리의 결집된 힘을 보여주었다.

뿐만 아니다. 우리 대표 팀의 선수들을 비하하자는 뜻에서가 아니라 전 세계에서 보는 눈으로 아무리 봐도 4강에 진출하는데 견인력이 될만한 세계적인 선수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도 우리 대표 팀은 각자가 맡은 바 임무에 충실하였고, 오직 전체의 경기를 위해 자신을 버리는 팀웍의 승리였다. 골키퍼는 몸이 부서지도록 부상을 입어 가면서도 골문을 잘 지켜 내었으며, 수비수들은 세계적인 스타들을 꽁꽁 묶어 두는데, 온 몸을 던졌다. 머리통이 터지고, 코뼈가 내려앉는 부상을 입고서도 그들은 붕대를 감고, 보호대로 감싸고서도 자기 몫을 다하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공격을 맡은 선수들은 스타가 없지만 좌절하지 않고 오직 서로의 눈빛으로, 아니 조그만 움직임 하나로 서로의 뜻을 알아차리고 움직이는 세밀한 작전으로 우리 보다 우세한 키, 체력, 기술력을 뚫어 나갔다. 세계적인 선수들이 이런 우리 선수들에게 압도당하는 모습은 참으로 가슴이 뻥 뚫리는 통쾌감을 안겨 주었다. 대 스타가 없으면서도 오직 결집력으로 그들을 농락할 수 있었던 힘은 나 홀로 독불장군이 아닌 여럿이 힘을 모은 협동, 협력의 결과였다. 그래서 이 아름다운 젊은이들에게 우리 국민은 그렇게 열광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우리 국민은 멍석만 펴놓으면 신바람이 나고 춤과 노래가 절로 나오는 정겨운 국민이다. 언제 어느 만큼의 마당을 만드느냐에 따라 우리 국민은 자신의 재산과 능력을 다 바쳐 헌신 할 줄 아는 국민이다. 지금까지 우리 국민의 이러한 성질을 이용하려는 음모 때문에 참으로 어리석게 농락을 당하기도 하였지만 말이다. 금강산댐을 막아야 한다는 정부의 발표는 우리 국민을 발칵 흔들어 놓았다. 그리하여 온 국민은 속담의 말대로 <뭐 묻은 고쟁이라도 팔아서 성금을 내어놓은> 열성을 보였었다. 나라를 위해 자신의 이익과 권리를 포기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그 뒤로 우리는 IMF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어린 자손들의 돌반지까지 들고 나와서 나라를 구하는 일에 앞장을 섰었다. 이 때 전 세계는 우리 국민들의 나라 사랑에 놀랐고, 그런 국민의 정성에 힘입어 우리는 IMF 조기 졸업이라는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인 나라로 발돋음을 하게 만들었다.

이제 우리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은 가장 튼실한 능력을 가진 나라라는 것을 증명해 보여준 것이다. 그런데 이번 월드컵에서는 전세계에 우리 국민의 결집된 힘을 보여 주었다. 아니 우리 국민들의 거리 응원은 전 세계인들에게 우리 대한민국의 국가 이미지마저 바꾸어 놓았다. 아직도 전 세계 여러 나라의 역사 교과서에는 우리 한국은 6·25 전쟁의 폐허로 남아있기도 하고, 일본의 지배를 받아 헐벗고 못사는 나라로 인식되어 있었지만, 이번에 월드컵에 의해 이제 전세계에서 가장 선진국의 일원으로 조금도 모자람이 없는 나라로 인식되기에 조금도 모자람이 없었다. 더구나 그 많은 사람들이 모인 자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만큼 깔끔하고 정돈된 거리가 된 것을 보면 온 국민의 의식 수준이 어느 나라에 지지 않을 만큼 성숙한 모습으로 비춰졌다.

이제 우리나라의 이러한 힘을 모아줄 어떤 정치적인 묘안이 요구된다. 우리 국민은 이제 자신감이 붙었다. 우리 나라는 약한 나라가 아니다. 우리는 어떤 나라라도 이길 수 있다. 우리는 해낼 수 있다. 이것이 월드컵이 우리 국민의 가슴에 심어준 큰 수확이다. 이제 우리 지도자들은 이러한 국민의 마음을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결집시켜 나라 발전의 원동력으로 만들어 갈 것인지를 깊이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하고 싶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국민들이 인식하고 있는 정치인은 부패하고 자기 욕심만을 챙기려는 사람쯤으로 여겨지고, 당리당략에 따라 이합집산을 계속해온 정치인들을 보아 왔음을 부정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 정치인들이 우리 국가대표처럼 내 자신보다는 전체인 나라를 위한다는 지상의 명령을 어기지 말고 국민의 앞에서 당당하게 나를 따르라고 외칠 수 있는 그런 정치인들이 되어 주기를 바랄 뿐이다.
2002-06-26 13:01 ⓒ 2007 OhmyNews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 한국아동문학회 상임고문 한글학회 정회원 노년유니온 위원장, 국가브랜드위원회 문화멘토, ***한겨레<주주통신원>,국가인권위원회 노인인권지킴이,꼼꼼한 서울씨 어르신커뮤니티 초대 대표, 전자출판디지털문학 대표, 파워블로거<맨발로 뒷걸음질 쳐온 인생>,문화유산해설사, 서울시인재뱅크 등록강사등으로 활발한 사화 활동 중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