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6년동안 5회연속 월드컵 무대에 나서면서 우리의 꿈은 16강이었다. 그러나 오늘 독일에 패하긴 했지만 이제 우리의 꿈은 월드컵 우승이 되었다.
사실 이번 월드컵이 시작되기 전 사람들 사이에선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서 완성한 월드컵 경기장을 우리 선수들이 제대로 뛰어보지도 못하고 끝나면 어떡하나 하는 마음도 있었고, 적자월드컵이 되어 나라의 부담만 가중시킬 수도 있다는 염려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염려마저 지워졌다. 월드컵으로 인한 한국의 가치가 그 이상으로 상승했고, 우리 선수들은 세계를 놀라게 하면서 마지막까지 남아서 대구에서 3-4위전을 치르게 되었다.
23인의 태국전사들과 히딩크 감독, 그리고 개최국 국민인 우리가 한 일은 우리 스스로 놀랄 만한 일이었다.
그런 월드컵이 우리 사회에 던진 파장도 크다.
우선 히딩크 감독의 교훈으로 선수들의 체력과 자신감 강화를 통해서 우리 축구의 체질을 바꾸었고, 그것은 지난 개발독재 시절이 끝나고 경제위기 등을 경험하면서 제기된 우리 경제의 구조적 모순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들었다.
학연 지연 등 우리 사회의 고질을 차단하고 묵묵히 상식적이고 실용적으로 팀을 이끌면서 어느 사이엔가 현실의 각박함에 묻혀서 편법이 난무하던 우리 사회가 상식이 통하는 사회로 가야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23인의 태극 전사들은 매 게임 강팀들과 혈투는 물론 두 차례나 연장전을 벌이면서 우리 사회의 투지와 끈기에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다음으로는 우리 스스로인데, 국민 모두 너나할 것 없이 대표팀 공식응원단인 붉은악마가 되어 질서정연하고 아름다운 응원문화를 펼치면서 때론 무질서가 난무하던 우리 사회가 스스로 바뀔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던 것이다.
또 모두가 하나된 응원은 갈라진 지역정서 극복과 통일을 향한 희망을 전달했다는 점이다.
그런데 필자는 이번 독일과의 경기에서 또 하나의 메시지를 얻었다고 생각된다. 그것은 바로 동서화합의 메시지이다.
많은 한국인들과 외신은 한국 팀이 강팀들과의 경기로 체력을 많이 소진한 결과 상대적으로 힘든 경기를 펼칠 수밖에 없어 패배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여기에 대해 다소 자의적인 해석일 수 있지만 한국에게 예정된 패배였다고 보여진다.
그것은 한국에게 패한 팀들이 펼친 판정시비에 민감해진 심판진의 경직된 모습들 때문도 아니며 한국 선수들이 독일 선수들보다 못나서도 아니다.
그것은 그 동안 우리 사회가 월드컵에서 우승하고, 세계의 으뜸이 될 만한 국가였냐는 점에 대한 의문이다. 빈부격차, 무자비한 정리해고 등이나 소외된 사람들에게 힘든 사회였다는 점을 제외하고라도 참으로 많은 반목과 갈등의 사회였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는 햇볕정책을 취하고 국민들은 한결같이 같은 민족인 북한과의 평화통일을 기원하지만 사실 우리 사회는 동서로 갈라지고 집단이기주의가 만영되어 갈라진 갈등과 반목의 사회였던 것이다.
반면 독일은 지난 1990년 내부갈등 뿐 아니라 사실상 동독과 서독의 통일을 이루고 월드컵 우승을 통해 자축하는 모습이었다. 그들은 우승할만 했고, 세계의 으뜸이 될 만했다.
그렇다면 한국이 독일에게 패배한 것은 한국이 월드컵에서 우승을 이루고 세계로 웅비를 펼치려면 우선 통일부터 하라는 메시지는 아닐까? 그리고 3-4위전을 대구에서 치르는 것도 그런 예비는 아닌 걸까?
한국이 일본이 차려놓은 잔치상이 요코하마의 주인공이 되어 역사의 아픔을 뛰어넘는 일은 바로 갈라진 한국이 서로 갈등을 극복하고 화합했을 때 열린다는 것은 아닐까?
물론 축구는 축구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아쉽지만 열심히 싸운 선수들에게 박수치고 앞으로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자고 생각하면 끝일 수도 있다. 하지만 월드컵을 준비하고 치르면서 우리 사회 구성원들 중 상당수는 월드컵이 국가발전의 계기가 되리라 생각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그런 의문을 제기해볼 필요가 있다고 보인다.
한국이 세계의 으뜸이 되는 나라가 되는데 있어서 정치판에서의 모습인 말로는 민주이고 사실은 보스중심의 독재적 정당운영을 한다거나 갈라진 지역정서를 화합으로 이끌기는커녕 지역감정에 기대어 권력을 탐해온 정치권의 모습, 그것 하나만으로도 과연 우리가 월드컵 우승이라는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자격이 있는가 의문의 여지가 남는다.
그러므로 이번 독일전 패배와 3-4위전 진출이 우리 사회에 우리가 온 국민이 염원하는 통일을 이루고자 한다면, 그토록 치를 떠는 일본과의 역사를 극복하고자 한다면, 세계의 일류국가 으뜸국가로 나아가고자 한다면, 우선 동서화합부터 이루어야 한다는 메시지로 들리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동서갈등의 당사자인 광주에서 어렵게 4강에 올랐다는 것에 비쳐볼 때, 다른 당사자인 대구에서의 3-4위전에서 한국 팀의 승리로 화답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것이 바탕이 되어 영남과 호남이 진실로 화합하고, 국가발전을 위한 한마음이 되어 통일도 이루고 일본과의 역사도 극복하고, 세계에서 으뜸가는 국가로 우리 사회를 이끌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바램섞인 마음인 것이다. 그것은 영호남을 막론하고, 우리 국민 모두가 간절히 소망하는 꿈이기도 하다.
끝으로 우리 사회에 그런 훌륭한 메시지를 전달해준 우리 대표팀과 히딩크 감독에게 또 우리 국민 모두에게 잘 싸웠다는 축하인사와 감사, 경의를 표한다.
|
| 2002-06-26 02:36 |
ⓒ 2007 OhmyNews |
|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