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괜찮아', '그만하면 잘했어', '졌지만 잘 싸웠어'라는 말로 우리를 위로하기엔 너무 안타깝지 않은가?
 | | ▲후반전에 실점을 당한 뒤 종료 시간이 다가오자 고개를 떨군 응원단. ⓒ 오마이뉴스 권우성 |
최선을 다했고 수준 높은 경기 운영 능력을 보였지만 이를 제쳐두고 안팎으로 여러 가지 핀잔을 들으며 4강에 올랐던 것이 잘못이었나? 대부분의 국내 언론들은 문제의 장면들을 지겹도록 되틀어가며 심판들의 정당성을 알리기에 바빴다. 거기에 코칭스태프는 물론 선수들도 더 지쳤으리라. '우리가 그렇게 어거지로 이기고 이 자리에까지 올라왔나'할 정도로.
축구는 원래 그렇다. 육상 경기나 스케이팅 경기처럼 사진 판독으로 결정적인 장면을 판단하지는 않는다. 약 일주일간에 걸쳐 선수들은 물론 국민 대다수가 한쪽은 해명하기에 바빴고 한쪽은 딴지걸기에 바쁘지 않았던가?
필자를 포함한 그저 보통의 축구팬들은 적어도 결과가 공식적으로 인정된 경기에 대해 직접 왈가왈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판관이 아니니까.
오늘은 나의 즐거운 징크스가 통하지 않았네
오늘도 어김 없이 학생들 앞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팀의 붉은색 유니폼을 입었다. 미국과의 D그룹 두 번째 경기를 제외하고 우리 팀이 승리하는 전 경기에 이 옷을 입었었기에 더 아쉬웠다.
어떤 학생들은 '이러다 결승까지 가면 어떡하죠?'라는 걱정을 앞세웠다. 또는 "월드컵 끝나면 무슨 재미로 살죠?" 이런 질문이 간혹 던져질 때마다 필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냥 즐거워하면 돼. 네가 하고 싶은 대로." 이렇게 답하면서도 속이 답답했다. 우리 국민들이 그만큼 축구라는 것을 제대로 접하지 못했구나. 전국 대회 4강에 들어야 대학을 갈 수 있다는 비뚤어진 학교 체육 그리고 엘리트 체육 풍토가 나은 산물이 아닐까? 그저 결과만으로.
물론, 필자도 월드컵이 끝나고 나면 여러 가지로 정신적 공황에 빠질 지 모른다. 자신이 없다. 하지만 세계 축구 시장(?)은 나같은 축구팬들을 그냥 놔두지 않는다. 9월쯤 시작하는 유럽 프로축구 2002/2003 시즌을 앞두고 그네들의 장터는 월드컵이 끝나고 더 뜨거워질 테니까.
어쩌면 오늘 준결승전 결과는 유월 한 달 동안 이래저래 열병을 앓았던 우리 국민들에게 모처럼 홀가분한 연휴를 안겨준 것 아닐까 생각해보자. 대회 결과를 떠나 우리가 내뿜은 열기를 통해 스포츠든 축제든 다양한 문화의 스펙트럼을 통해 우리 삶의 긴 호흡을 이어보자.
하나하나 내 평생 다시 못볼 아쉬운 순간이었지만 하나의 과정으로 여길 줄도 알자. '세 라 비(C’est la vie)'라는 말처럼 그게 축구라는 것도 인정하자. 함께 관전하던 동료 교사가 패배를 아쉬워하는 자기 딸에게 이런 말을 건넨다.
"우리가 항상 이길 순 없잖아. 때론 질 수도 있어."
'최진철-김태영-송종국' 수비 능력 돋보여
오늘까지만큼은 아니겠지만 돌아오는 토요일 경기가 열리는 대구를 중심으로 역시 꽤 많은 인파들이 대표팀을 격려해주리라 믿는다. 독일에게 패한 것으로 모든 상황이 끝난 것은 아니기에 몇 가지 반성할 것은 반성하자. 아무리 관심 밖의 3,4위전이라 하지만 우리 대표팀에게는 더없이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클로제와 발락 등을 앞세운 독일의 고공 공격은 역시 위협적이었다. 덕분에 '최진철-김태영-송종국' 등의 수비 능력은 더욱 돋보이기까지 했다. 독일은 예상했던 것처럼 고공 공격에 치중했다. 측면에서 감아올리는 횡패스 위주의 공격 방법과 가운데에서 직선으로 날리는 종패스 위주의 공격 방법을 병행했다.
프리킥이나 코너킥을 제외하고 측면에서 넘어오는 횡패스와 가운데서 날리는 종패스의 비율은 2:1의 비율을 보였다. 특히, 종패스의 헤딩 성공률은 측면에서 날아오는 횡패스의 성공률에 비해 50%를 넘지 못했다. 이것은 독일 공격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에 맞선 '최진철-홍명보-김태영' 등의 수비 라인은 눈물 겨울 정도로 높은 상대의 벽을 잘 받아 맞섰다. 위험 지역에서 보여준 '최진철-김태영'의 지칠 줄 모르는 대인 방어 능력은 전후반 통틀어 20여 차례의 위협적인 상황을 잘 모면하게 했다.
하지만 수비는 전후반 90분, 더 나아가 연장전까지 포함하면 120분 여의 총 경기 시간 동안 항상 상대를 완벽하게 막아낼 수는 없는 일이다. 최진철이 나가고 이민성이 들어선 그 자리에서 발락의 결승골이 안타깝게 터질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독일팀 수비에 대한 대응 전술 부재가 패인
황선홍 선수를 제외하고 우리 팀의 공격 라인에는 이천수와 차두리라는 비교적 신예 선수들이 선발 출장했다. 지친 우리 팀에 활력소가 될 만한 분위기였지만 전반적인 우리 팀 전술과는 그렇게 맞지 않았다고 본다.
물론, 전반전 독일의 날카로운 고공 공격을 어느 정도 무디게 한 상황에서 젊고 빠른 선수를 중심으로 한 역습 전술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독일의 대비는 우리 팀만큼 철저했다.
우리팀 측면 공격을 주로 담당하는 이천수, 차두리, 이영표, 송종국 등이 볼을 잡았을 때 무서울 정도로 압박을 가해왔다. 또한 독일 수비는 기본적으로 양쪽 측면에 있는 선수-메첼더, 프링스-들의 폭을 더 넓혀 우리 측면 공격수나 미드필더들의 활동폭을 좁히는 데 주력했다.
이런 독일의 수비 전술에 대해, 보다 세련된 공간 침투를 시도하지 못한 우리 팀 대응 전술 부재가 결정적인 패인이라고 본다. 그 단적인 상황으로 이천수 선수가 독일 왼쪽 측면에서 볼을 잡고 중앙의 빈 곳으로 파고들었던 후반전 26분경 오른쪽의 텅텅 빈 공간으로 볼이 넘어가지 못했던 상황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이천수 선수의 스피드가 물이 올랐을 무렵이었기 때문에 과감한 돌파도 유효했겠지만 위험 지역 바로 바깥에서 발락의 백태클로 저지당한 상황은 아무리 생각해도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양쪽 사이드 라인까지 넓혔던 상대 윙백들이 공격에 어느 정도 가담했던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역습에서 노려야 할 곳은 어디인지 뻔한 것 아닌가?
더욱이, 교체로 들어온 설기현 선수는 별다른 활력소가 되지 못하고 상대 수비를 앞에 두고 잔디만 쳐다보는 단순한 드리블만으로 막히고 말았으니 실점 이후의 대처 상황은 더욱 나쁘게만 보였다.
우리 팀 측면에서 활로를 찾을 선수들-이천수, 설기현, 박지성 등-이 앞으로 더욱 세련된 플레이를 하기 위해서는 미드필더들을 가까이에 두고 변칙적으로 움직이며 그들을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독일도 무뎌보였지만 그들이 측면에서 감아 올린 약 13개의 센터링이 한 선수만이 구사한 것이 아니란 것을 기억해둘 만하다.
예서 말 것인가, 우리는? 조금 멀지만 우리의 능력을 보여줄 또 다른 기회는 얼마든지 기다리고 있다. 이제 조금 뒤로 물러나 월드컵을 즐거운 축제로 여기며 이 질펀한 광장을 즐기자. 이제는 축구를 좀더 알고 제대로 즐기자. 축구 이외의 것에 축구를 이용하려 드는 이들의 몇 마디 말에 흔들리지 않는 것도 필요하다. 아직 끝나지 않은 축제. 나누며 보자. 나라마다 축구 색깔이 다르듯이 보는 사람마다 축구는 이미 다른 색깔의 향연이다.
|
| 2002-06-26 00:42 |
ⓒ 2007 OhmyNews |
|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