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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년만에 처음 맛 본 월드컵 본선 첫승과 꿈의 16강 진출, 그리고 불가침의 영역이었던 세계 8강, 4강으로의 거침없는 돌진.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한국팀의 연전연승이 계속되면서 온 나라가 열광의 도가니다. 더운 가슴을 이기지 못하고 길거리로 뛰쳐나온 응원인파가 벌써 500만을 상회하고, '대~한민국'과 '오! 필승 코리아'를 부르짖는 뜨거운 함성으로 전국이 붉게 물든지 이미 오래. TV에선 하루종일 감격의 순간을 리플레이하기 바쁘고, 신문도 월드컵 관련기사로 지면을 온통 도배하며 흥분을 되새김질하기에 여념이 없다.
누가 이런 광경을 상상이나 했을까. 그러나 이는 분명 꿈이 아니고 현실이다. 모방송국의 캐스터와 해설자도 이것이 꿈인듯 하여 서로 꼬집어봤다고 하지 않던가. 우리 뿐만 아니라 세계를 경악시킨 '대한민국발 월드컵 쇼크'는 그러나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25일 오늘 서울 상암경기장에서 벌어지는 독일과의 4강전(준결승전)에서 또 어떤 기적이 실현될지 누가 알랴.
전차군단 독일이 월드컵을 3번이나 차지한 강팀 중의 강팀이라지만, 그러나 부산-대구-인천을 거쳐 대전-광주를 찍고 서울로 올라오는 동안에 부풀대로 부푼 한국민들의 자부심을 막기에는 그마저 역부족일 성 싶다. 불과 오륙개월 전만 해도 유럽공포증에 벌벌 떨던 한국팀이 이제는 세계의 강호라던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을 '집으로' 돌려 보낸 '유럽킬러'로 변모하지 않았는가 말이다.
더구나 독일은 한국이 지난 94년 미국 월드컵에서 따끔하게 혼을 내준 팀이기도 하다. 클린스만, 마테우스, 펠러 등 쟁쟁한 스타들로 구성된 독일은 전반에만 3:0으로 앞섰을 뿐, 후반 내내 한국팀의 공세에 밀리다가 2골을 내주고 3:2로 겨우 체면치레를 했었다. 당시 경기를 지켜보았던 세계 언론들은 5분만 더 시간이 주어졌더라면 한국이 역전시킬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한국의 선전을 치하했다.
그때에 비해 한국은 한층 업그레이드 됐다. 히딩크의 지도 아래 한국축구는 아시아를 뛰어넘어 세계정상권에 근접하기에 이르렀으며,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세계인을 감탄케 한 멀티펑션플레이, 그리고 강인해진 정신력 등으로 무장한 이른바 '한국형 축구'는 우승후보들을 잇따라 물리치면서 이번 월드컵의 최고 토픽으로 떠올랐다. 피파랭킹 40위와 11위의 평면적인 비교는 이미 그 의미를 상실했다.
물론 객관적인 전력의 차는 분명 존재한다. 게다가 강팀들과 연일 격렬한 경기를 치르면서 누적된 피로면에서 한국은 독일보다 훨씬 불리하다. '그럼에도' 패배를 예상하는 국민은 거의 없다. 선수들도 마찬가지일 게다. 세계 4강에 만족하지 않고 이전처럼 '굶주린 마음'으로 뛴다면, 이길 수 있다는 각오로 죽을 힘을 다해서 뛴다면, 상암경기장을 뒤흔들 전국민의 붉은 함성과 더불어 독일 전차군단을 녹여버리지 못할 까닭이 없을 것이다.
나는 오늘 대독일전에서 한국이 기필코 승리를 거두기 바란다. 경기에 지고도 '편파판정'과 '오심' 운운하며 딴지를 걸어대는 패자들의 우는 소리를 간단히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그리고 일본의 중심 요코하마 경기장을 한국이 점령(?)하여 식민지배 당한 민족의 원을 일시에 해소하는 거대한 뒷풀이를 위해서라도 독일을 멋지게 꺽어주길 간절히 희구하는 것이다.
벌써 오전 11시가 가까와 온다. 지금쯤 시청 앞과 상암경기장은 붉은꽃들로 만개하고 있을 것이다. 어디 이곳들 뿐이랴. 700만이 한 목소리로 달려나올 전국 방방곳곳 어딘들 붉게 물들지 않은 곳이 있을까. "독일은 대구로~! 한국은 요코하마로~!" 우리들의 기도가 하늘에 닿아 다시 한번 세계를 뒤흔드는 기적이 만들어지기를, 그리하여 우리 내부의 열등감과 패배주의가 불식되고 세계에 웅비하는 호연지기가 이 땅에 편만하기를 애타게 기원하며 이 글을 갈음한다.
덧붙이는 글 | 하니리포터에 송고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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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06-25 11: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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